문명인이 잃어버린 능력
어느날, 오지의 대자연과 그와 함께 살아가는 부족을 취재하기 위해 한 취재팀은 그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찍게 되었다.
「내일은 밖에서 촬영하기 힘들 것 같은데. 비 올 것 같아」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을 보고 디렉터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부족의 한 노인이 작게 말했다.
「내일은 맑아···」
노인의 말대로 다음 날은 아주 맑았다. 취재팀은 그 날 하루 아주 좋은 영상을 많이 카메라에 담았다.
「좋아. 오늘은 좋은 영상이 찍혔다. 내일도 맑을 것 같으니 모두 힘내자구!」
디렉터가 아름다운 저녁놀을 올려보며 그렇게 말하자, 또다시 노인이 작게 말했다.
「내일은 폭풍우다···」
그리고 과연 다음 날은 강한 폭풍우가 불었다.
그날 밤, 취재팀은 서로 이야기했다.
「역시 대자연에 사는 인간은, 날씨 정도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겠지」
「우리 문명인이 어느새 잃어버린 능력일까요···」
취재팀은 그 노인의 작은 오두막을 방문했다. 노인의 조촐한 오두막의 벽에는, 뭔가 이름모를 짐승들의
두개골이 가득했다.
디렉터는 조심조심 물었다.
「노인. 내일의 날씨는 어떨까요?」
그러나 노인은 입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오늘은 날씨를 가르쳐 주시지 않습니까?」
노인은 날카롭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로 취재팀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작게 말했다.
「라디오가 고장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