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이래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처음으로 그녀를 만난 것은 입사식 때였다. 나와는 동기로, 똑똑한 여자, 를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사람
이었다.
대학 시절에 쓴 논문으로 유명한 학술상까지 받은, 회사에서도 주목하는 신입사원이라고 했다.
다만, 조금 까칠하고 딱딱한 느낌이었다. 무슨 일을 하던 모두 완벽하고 꼼꼼히 처리하는데다
자기 이야기는 아무 것도 이야기를 안 해서 외계인이라는 우스개까지 돌 정도였다.
뭐 확실히 생긴 것은 예쁘장했지만, 패션에는 관심이 없는 모양인지 잘 꾸미지 않았고
너무 심하게 성실했고 도도한 느낌, 아니 아예 남자를 조금 싫어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덕분에 접근하는 남자가 없었다. 나도 왠지 그녀가 조금 싫었다.
그녀와 우연히 같은 부서에 배속이 되었다. 지금까지 만나왔던 그 어떤 여자와도 다른 타입이라
조금 놀리기도 하고, 그 반응을 즐기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것을 정말 정색하며 싫어했지만
반년쯤 지나자 조금 익숙해졌는지, 마침 또 내가 그 즈음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남자로 느끼지 않아
안심을 했는지 조금씩 내 이야기도 받아주게 되었다.
그 후로 조금 더 친해져서, 푸념을 서로 말하거나 하는 사이까지 되었지만 여전히
자기 이야기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았다.
휴일에 무엇을 했는가, 가족 이야기는 물론 본인 이야기, 이를테면 하다못해 생일조차 몇 년 동안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서류의 작성법을 그녀에게 묻자 자기 서류를 들고 와서 보여주었다.
거기에 그녀의 생년월일이 써있었다. 그리고 마침 딱 그 날이 그녀의 생일이었다. 오늘 뭐 어디 남친이랑
데이트라도 하는거야? 하고 물어보면서, 점심시간에 먹은 초콜릿에 들어있던 미니 완구 부록 거북이를
생일선물이라며 그녀에게 주었다.
별 것 아닌데도 아이처럼 기뻐하는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그녀는 좀 특이한 사람이었다. 요즘 휴대폰은 쓸데없는 기능이 많아서 싫다면서 휴대폰조차
들고 다니지 않았다. 사진 찍는 것도 정말 싫어했다. 폰카로 회식 때 사진을 한장 찍자 정말 크게 화를
내면서 한동안 말조차 건내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억지로 스티커 사진을 같이 찍었을 때는, 악용되는게
싫다면서 결국 스티커 전부를 가져가 버린 적도 있었다.
그녀는 노력파였다. 원래부터 재능도 있었고 노력도 하다보니 계속 출세해 나갔다.
게다가 잘 놀지도 않고, 일이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돈을 모아서 어디에 쓸거야? 뭐 어디 부모님 빚이라도 대신 갚고 있어? 하고 놀려대기도 했다.
솔직히 그 즈음해서는 난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이미 가정을 꾸린 사람이므로 표 나지 않게 꾹 참고 있었다.
다만 그녀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푸념을 들어주거나 늦게 끝나는 날 택시비를 쥐어주거나 했다.
그래도 사적인 관계는 전혀 없었고, 이상한 소문이라도 돌지 않게 철처히 배려했다.
동료는 내가 꼭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인다고 했다.
나도 내가 그녀의 키다리 아저씨라는 입장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관계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녀는 변함없이 솔로였다.
남친이나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도 여전히 몰랐다.
다만 그녀는 작은 부적 주머니 같은 것을 항상 가방에 달고 다녔다.
그게 뭐냐고 물어봐도 비밀 부적이라고 밖에는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회사 일 관계로 조금 힘들어 할 때, 책상에서 그 부적을 꼭 쥐고 있던 것을 본 적이 있었고
그래서 아마 멀리 사는 남친에게 받은 건 아닐까 짐작할 따름이었다.
어느 날 해외출장에서 돌아와 나리타 공항에서 휴대폰을 켜자마자 그 사이 회사동료에게 전화가 있었다.
그녀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전신의 힘이 빠졌다. 교통사고였다.
사고 직후에는 의식도 있어서 큰일은 아닌 듯, 하고 생각했지만 장출혈이 있었던 탓에 상황이 급하게
안 좋아졌다고.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회사의 여러 동료가 함께 그녀의 장례식 도우미를 했다.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지만 그녀는 어머니와
사는 모녀 가정이었다. 언니도 한 명 있었지만 언니는 시설에 들어가 있었다.
오로지 그녀 혼자 사실상의 가장으로 가족을 지탱한 것이었다.
그녀를 경솔하게 놀리고 그랬던 사실이 부끄러웠다. 너무 미안해서 미칠 것 같았다.
장례식이 끝나고 돌아가려고 하자 그녀의 엄마가 나를 불렀다.
건내주고 싶은 것이 있으니 그녀의 집에 끝나고 한번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예전에 한번 빌려달라고 했던 책 때문인가? 하고 생각하고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집으로 함께 가던 내내, 그녀가 정말 좋아했던 아버지가 집을 나간 이후로 남자를
싫어하게 되었고, 그래서 그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살기로 맹세했으며, 주말에는 건강이
좋지 않은 엄마와 함께 시설의 언니를 돌보던 사실을 이야기 해주었다.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성실한 아이였다고.
집에 도착해 그녀의 방으로 안내받았다. 정리되었다기 보다는, 여자 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허전한
방이었다. 그저 전문서적과 노트가 많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나는 그녀가 항상 내 이야기를 즐거운 듯이 들려주었다는 것, 그리고 나를 정말 좋아했지만
내 아이들이 혹시라도 자기처럼 불행해질까봐 고백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다는 것, 그녀가 의식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나를 보고 싶다고 한 사실을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책상 위에는 나와 함께 찍었던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었다. 어른이 된 이래 처음으로 소리를
내며 울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그녀가 죽기 직전까지 하고 있었던 목걸이와 항상 갖고 다니던 부적 주머니를 기념품으로 받았다.
항상 곁에 지녀주세요, 라고 부탁 받았다. 목걸이는 그녀의 어머니가 취직 기념으로 준 것이었지만,
부적은 그녀의 어머니조차 그 출처를 모르는 것이라 갖고 있는 것이 조금 거북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렇게나 소중히했던 부적 주머니인 만큼 받기로 했다. 열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만두었다.
그리고 곧 이직을 했다. 1년 후 조금 익숙해졌을 무렵, 기념품으로 받은 부적 주머니는 항상 그녀처럼
가방에 붙여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얼마 전 직장의 여사원이
전부터 그거 되게 궁금했는데, 그 안에 뭐 들어있어요?
라면서 부적 주머니를 열어버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에? 뭐야 이거?" 하고 놀라더니 막 웃어제꼈다.
부적 주머니 안에는, 언젠가 내가 선물했던 미니 완구 거북이가 들어있었다.
나는 거기서 그만 직장이라는 사실도 잊고 그저 계속 울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