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식품 텔레마케팅
약학 석사과정 2년차 무렵.
어느 날, 다이어트 식품을 사라는 전화가 왔다. 생활 스타일도 바꾸지 않고, 식사량도 줄이지 않고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해양 효소가 포함된 건강식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 요즘 흔히 있는「추첨
결과 당신이 무료 모니터 요원으로 선발되셨습니다!」라거나「지금이라면 100만엔짜리를 30만엔에 살 수 있습
니다!」라는 식의 텔레마케팅.
얼마나 훌륭한 것인가에 대해 마구 지껄이며, 이번 기회에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둥 계속 나에게 그 다이어트
식품을 사라고 권유해왔다. 나는 잠자코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듣다보니 꽤 훌륭한 것 같습니다만, 그 효능을 증명하는 데이터가 혹시 있나요?」
「복용 후의 Cascade에 대한 작용 기서는?」
「수용체의 이름은? 대항작용은?」
「논문은 어느 계통의 것인가요?」
라는 등 전문용어를 사용해가며 물었다. 그러자 그 순간 지금까지 쭉 고압적인 어조로 권유하던 그 텔레마케터는
「전문 계통에서 종사하시는 분인가요? 죄송합니다…저는 영업쪽이라 자세한 것은 잘…」이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곧바로 전화를 걸어,
「왜 끊으셨습니까? 상당히 흥미가 있는 이야기라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기업비밀이라면 특허는 받을 수 없을텐데요(특허 출원 중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특허를 받을 생각이라면
제법을 분명히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르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저희 쪽 연구소에서도 조사해보고 싶은데, 일본의 톱 레벨 해양학연연구소와 같이 공동연구를 한다면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PubMed(세계 공통 논문 검색 사이트)에서는 관련 자료가 검색이 안되는데요?」
라는 식으로 쉴새없이 말을 쏟아부었다. 모기만한 목소리로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을 계속 들어도 쭉.
오히려「아닙니다. 귀사의 제품이 훌륭하다고 자부한다면 자신감을 가지십시요」라며 격려했다. 전화를
끊어도 몇 번이나 다시 걸었다. 나의 소속 연구실도 밝혔다. 한참을 그러고 있자, 그 텔레마케터를 대신해
다른 남자가 전화를 받아「우리 회사의 기업정신이 아직 부족함을 여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제약이나 연구
업계에는 이 이야기를 하지 말아달라, 지금부터는 품질 향상에 전력으로 노력할테니 더이상은 전화를 걸지
말아줘」라며 사과했다.
이 이후 우리 집에는 그 어떤 텔레마케팅 전화도 걸려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