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은 거울 앞에서 웃는다


벌써 몇 년 전 이야기.

중학생 남동생이 거울 앞에서 혼자 웃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옷이나 헤어스타일에 슬슬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여친이 생겼다고 기뻐하던 때였다.
그래서 이제는 억지 웃음 연습이라도 하나? 생각했다.

9살이나 차이나는 남동생이라, 항상 아기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럴 때다, 하는 마음에 그 모습이
귀엽고 웃기지만 그냥 모르는 척 해주었다.

그 후로도 그런 모습이 몇 번인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남동생과 이야기 하던 도중에 겨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얼마 전 제사에서 친척들이 모였을 때 모두 입을 모아

「OO(남동생)은 웃으면 지 아버지랑 똑같다!」하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봐도 확실히 닮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동생이 어릴 적 일로, 동생은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것에 서투르신 편이라, 웃는 얼굴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동생은 평소에 누가 아버지 이야기를 해도 별로 흥미 없어 보여서, 나는 기억에 없으면 그리움도 없는 것
일까, 하고 외로워하며 내심 동생이 섭섭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렇지만 역시 그리웠던 듯 하다.

동생은 그렇게 해서라도 아버지 얼굴을 보고 싶었나, 하고 생각하면 왠지 동생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때 놀리기 않기를 참 잘했다.



Powered by Tattertoo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