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S군
고3때, 반에서 조금 따돌림을 당하던 S군에게 또 모두가 짜고 장난치기로 했다.
친구들 중 가장 글씨를 잘 쓰는 녀석에게 여자글씨를 흉내내어「12시 50분, 체육관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꼭 와주세요」라고 쓰게해서 S군의 책상 밑에 넣어 두었다.
당시 우리 학교는 3학년은 오후에 수업이 없어서 한가한 녀석들은 곧잘 체육관에서 농구를 한 후에
돌아가곤 했는데, S는 언제나 하지 않았다. (언제나 집에 일찍 돌아가 공부만 했다) 그렇지만 그 날,
우리는 녀석에게「농구 하자」라고 꼬셨다. S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우리가 정말 간절히 부탁해서
겨우겨우 농구를 같이 하게되었다. 그렇지만 역시 45분쯤 되자,
「잠깐 화장실에 다녀올께」
라며 핑계를 대고 농구를 중단한 채 체육관으로 가려는 기색을 비쳤다. 그렇지만 우리 중 하나가「아,
나도. 화장실 같이 가자!」라고. S군, 대핀치. 결국 화장실을 다녀온 후 또 농구. 한 3분쯤 지나자 다시
「교실에 뭐 두고 왔다! 가져와야겠다」라는 핑계를 대었다. 그렇지만 또 다른 녀석이「아, 나도 뭐 두고
왔는데. 같이 가자!」라며 따라붙었다.
12시 50분에 체육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여학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급해지는 S군, 또다시 핀치.
어쨌든 결국 둘이 함께 교실로. 그렇지만 당연히 두고온 물건따위는 애초부터 없었으므로 발견될 리
없었고 S군과 친구는 농구장으로 컴백. 49분. S군이「아, 못 찾았어」라고 대충 둘러대자 우리 모두가
대수색 제의.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분실물이 당연히 발견될 리 없지만 초조해하는 S군을 모습을
보며 재미를 느낀 우리는 30분이나 시간을 끌며 분실물을 찾았다. S는 몇 번이나「이제 됐어」라며
수색을 중단시키려 했지만 우린 계속 시간을 끌었다. 결국 1시를 훌쩍 넘어 1시 반쯤 되었을 무렵 수색을
마친 우리들은 그제서야 돌아가자고 하였고 그러자 S군은「또 화장실 좀 다녀올께」라며 부리나케
체육관 뒤로 달려갔다w
그렇지만 당연히 기다리는 사람따위는 있을 리가 없었고, S는 왠지 실망한 눈치로 돌아왔다. 며칠 후,
우리는 S군의 책상 밑에「선배를 정말로 좋아했지만, 유감입니다. 부디 수험준비 열심히 하세요」라고
또 여자글씨로 쓴 편지를 숨기고 디·엔드.
몇 년 후의 동창회. S가「실은…」이라며 편지 받았던 일을 고백. 하지만 우리들 아무도 그에게 진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정말로 믿고 있었구나…하는 죄책감 때문에. 그런 고교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