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기억력


일전에, 친척끼리 모였을 때의 충격 체험.

사촌이 약혼자를 데려왔다. 예쁘고 착해보이는 사람이라, 모두들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런데 왠지 숙모님만 계속 기운이 없으셨다. 누나와 사촌동생이 함께 왜 그러냐고 묻자,

「실은 저기 약혼녀, 어디서 분명히 본 기억이 있지만 생각이 안 나」

하고 말씀하셔서 모두들 깜짝. 사실 우리 숙모님은 한번이라도 얼굴을 본 사람은 분명히 기억할 수 있는
사람. 단순히 길거리에서 한번 스쳐지나간 사람이나 TV, 잡지에서 본 사람이라도 한번 보면 절대로 잊지
않는다. 친척들 사이에서는 초능력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 수준.

처음에는 거짓말이죠? 하고 묻자 숙모님은 한숨을 내쉬더니,

「역시 나이 50 먹으니까 머리가 둔해지나 봐」

하고 씁쓸해하셨고, 그런 숙모님을 위로하고 있노라니 어느새 주문했던 초밥이 도착해서 모두들 먹으러
거실로 향했다.

바로 그때! 숙모님은「생각났다!」라며 웃으셨다. 그리고는 그 약혼녀를 향해-

「너 9X년 O월 O일, 쇼 프로그램 '와랏떼이이토모' 관객으로 나온 적 있지? 그때 헤어스타일은 이렇고,
옷은 이렇고, 그 옆에 있던 애는 이런 스타일이었고... 2번 화면에 나왔었지? 아 왜 그런데도 생각이
안 났지. 하하, 나도 머리가 많이 둔해졌나봐」

모두들 경악. 그 약혼녀 분도 경악, 잠시 후-

「그···어떻게 아세요?」

적중이었습니다. 숙모님의 말을 따르면, 설령 인파 속에서 스쳐지나가듯 한번 본 사람이라도 한번 보면
무조건 기억을 하신다고. 대단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레벨일 줄이야...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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