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현실

5ch 컨텐츠 2014/02/19 13:51
연말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친척 일동이 오래간만에 모였다.

할아버지도 이미 연세가 굉장히 고령이셨기 때문에 장례식이기는 해도 그다지 크게 슬픈 느낌은 없었고
다들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장례식을 준비하는 동안 삼촌 중 누군가가

"OO야, 너 언제까지 쉬는거야?"

하고 물었다. 그러자 삼촌은 놀랍게도

"아, 나 일 그만뒀어"

하고 당당한 얼굴로 말했다. 다들 금시초문이었기에 "엉?" 하는 얼굴로 사정을 들었다. 삼촌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3일 정도 휴가를 받았으면 합니다" 라고 휴가계를 냈는데, 상사가 차분한
얼굴로 "요즘처럼 바쁜 시기에 3일이나 휴가를 쓸 수는 없어. 휴가는 하루만 썼으면 해. 그리고 장례식이
끝나면 조금 손이 빌테니까 조금이라도 출근해줬으면 해" 하고 말했다고 한다.

삼촌은 그 말에 폭발,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도 휴가 3일조차 쓸 수 없는 회사 따위 다니고 싶지도 않다.
이 회사 인간들은 다 쓰레기다!" 하고 상사와 말다툼을 하다가 결국 삼촌이 사표를 던지고 온 것 같다.

다들 멍하니 듣고 있었고, 나는 "그래, 잘했다. 효자다. 일자리야 뭐 어떻게든 되겠지. 힘내라" 하는 흐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고모는 달랐다.

"뭐? 회사를 관둬? 너 엄마랑 나한테 의지하려고? 너 그 나이에 재취업이 가능할거라고 생각해? 상사한테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 너 어차피 장례식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애초에 3일씩이나 쉴 필요도
없어"

하는 폭언의 폭풍이었다.

마흔에 가까운 아저씨가 사람들 앞에서 엄청나게 혼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과연 여자는 현실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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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구우바 2014/02/19 14: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는 힘들군요..

  2. ㄴㄴ 2014/02/19 18: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래서 열정페이가 살아남는가 싶다.

  3. .... 2014/02/20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쁜놈 - 회사
    착한놈 - 고모
    이상한놈 - 삼촌

    • 모래 2014/03/04 0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법정 휴일도 못쉬게 해서 항의하는 삼촌이 이상한놈이라니...

    • 헨리 2014/03/16 19: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항의해서 이상한 놈이 아니라, 지 화를 못 이겨 폭발해서 상사 앞에서 쓰레기니 뭐니 소리치고 회사 때려친 부분에서 이상한 놈이란 뜻이겠죠. 상사가 쓰레기 같은 말을 한 것은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자기도 똑같이 앞뒤 생각없이 분별없는 행동을 하는 것은 마흔에 가까운 사람이 취할 태도로 보기엔 확실히 이상한 듯 싶습니다.

  4. ㅇㅇ 2014/02/21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회사 진심으로 미췬 것 같다

  5. ... 2014/02/22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모가 너무 한 거 같은데요. 고생을 많이 했나?!

  6. AltairX 2014/03/05 17: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는 현실이라니... 저렇게 결론 나는 게 웃기네요.
    삼촌도 고모도 그 입장이 이해가 가는데 쩝...

  7. 2016/08/13 2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사도 회사 상황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 아닌가요.. 바쁜 시기라고 했으니까 ~해줬으면 좋겠다 라는 식으로 얘기한 것 같은데 그런 상황에 화를 내고 뛰쳐나오는 건 좀 아니죠... 상사랑 좀더 대화로 풀었으면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