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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훈훈한 이야기도,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일단 여기에 써본다.
며칠 전, 감기에 걸렸다.
전부터 스트레스와 피로가 제법 쌓이는 직장이지만,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불경기에 돌입, 하청업체에
맡기던 일도 그냥 우리가 다 맡아서 하고 그런 주제에 인건비 삭감이라면서 사원을 줄이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 하나는 남보다 튼튼하다고 자부했지만 일주일간의 출장 도중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뻗었다.
그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이불 속이었는데, 눈을 뜨자 회색의 방 안. 검은 신사복을 입은 세 남성이 눈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화이트 보드를 내밀었다.
「이것이 건강한 사람의 계산식입니다.」
도마 정도의 크기의 보드 안에는 간단한 덧셈 수식, 1+1=2 같은 것이 써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당신의 계산식입니다」
라면서 한 장의 패널을 옆에 두었다. 거기에는 대학 참고서에서도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엄청나게 복잡한
수식이 끝없이 쓰여있었다.
「이 계산식을 풀어서, 단순한 계산식으로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건강을 되찾을 겁니다」
라면서 그 셋은 열심히 계산식을 풀기 시작했다. 어리벙벙 했지만 일단 나도 거기에 섞여 넷이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열심히 그 문제를 풀어나갔다. 몇 개의 등호를 남겨놓고, 수식이 약간 단축되었다.
「후우, 잠깐 휴식」
한 명이 그렇게 말했고 갑자기 나는 꿈에서 깨었다. 당연하지만 원래 내 방. 벌써 한밤 중이 되어 있었다.
기분 탓인지 약간 몸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았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이불 속에 쏙 들어가자 역시 같은 회색의 방. 세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 수식은 점차 짧아져, 몇 번이나 눈을 떴다. 얼마나 계산을 계속했는지 모른다. 잇달아 보드를 바꾸고,
그리고 간신히, 나의 계산식이 처음 본 그 화이트 보드의 간단한 수식처럼 짧아졌을 때는 벌써 아침이었다.
나는 기분 좋게 눈을 떴다. 평상시와 같은, 정확히 아침 기상시간. 어젯밤까지 그토록 괴로웠던 증상은
전혀 남지 않았고 몸은 완벽히 완치되었다.
몸이 안 좋을 때 꾼 희한한 꿈이라면 그만이겠지만 그 꿈은 묘하게 생생했고 그 세 남자와 함께 문제풀이를
한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그 수식을 풀지 못했다면 그대로 병에 걸린 채로 괴로워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그리 기분 나쁘지만도 않았다.
오늘도 또 어딘가, 병 든 사람의 꿈 속에서 함께 수식을 풀고 있는 그 세 명의 모습을 나는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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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T세포, B세포, NK세포인가···.
든든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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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암세포의 무한 증식을 프랙탈 이론으로 표현하려는 사람도 있으니까
단순 수식=건강하다 라는 말은 맞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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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진성 포경도 치료해주러 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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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묘하게 감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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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해석 UD에 참가한 적이 있어서인지,
왠지 감정이입이 되어 읽다가 눈물이 났다.
수치계산은 안되려나. 그 셋에게 4core CPU라도 선물하고 싶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런거 처음 보네요
근데 마지막에 반전이 있네요.
진짜라면 좀 돋는듯..
아아, 그냥반같으면 저러고도 남지...... 인격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아아 영광의 3위입니다
우와 정말 대단한 사람입니다 돈이있더라도 저렇게 기부를 쉽게 할수
없을탠데..
월드컵 때 보고 좋아했던 골키퍼인데! 생각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었네요
올리버 칸은 일본인이었군요
올리버 칸은 일본 전설의 1군 축구선수?!?!
지금쯤 안드로메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겁니까?
올리버 칸이 한 골을 먹히면 일정금액이 기부되는 자선 경기에서도 한골도 용납하지 않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 이야기였군요!
이벤트가 좀 많이 구린듯...일부러 골 패스 시켜주는 척 하는 것도 별로 재미없을 것 같아요-_-
유로로 내야지 왜 만엔단위로 내는거야.
아마 당연히 유로화였겠지만 적당히 돈의 규모가 그쯤 되었다 라는걸
와닿게 표현하려고 원문 작성자가 엔화로 표기한 듯
덤으로 '유로'라고 써놓은 것보다 엔화로 해놓으면 올리버 칸이었다는 반전이 더 효과적이니까요
이벤트 자체가 골키퍼한테 민폐인 이벤트...
미묘하네요.
음...
볼을찬 아이들의 마음의 슬픔은 아무도 생각해주지 않는구나...
자선행사에서 프로선수를 능ㅋ욕ㅋ 하는 것은 좋지 않은듯
볼을 찬 아이들도 프로선수가 성의없이 임해서 골을 일부러 먹어주기보다는 최선을 다해서 임해주는것을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축구를 하는 초등학생이라는 가정하에)
뒷이야기가 있었으면 좀더 훈훈햇을듯
올리버 칸이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골키퍼로서 첫 골든볼을 받았죠.참고로 골든볼은 그 해 월드컵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한 선수에게 주는 상입니다.당시 실버볼은 호나우두,브론즈볼은 홍병모가 받았음
홍병모가 누구인지 한참 고민을...
황헌송 친구요ㅋㅋㅋㅋ
아하... 올리고 칸이라고 했슴 다른부분도 이해가 쉬웠을 것을...
ㅎㅎㅎ
최선을 다한다기보다는 그저 꽉막힌 사람으로만 보이는데...
앙리가 무한도전에 나왔을때 마지막 대결에서 무승부로 만들었고
그건 오히려 멋있어 보였습니다
수표 10장을 준비했다면 기업은 어차피 기부할 생각이었을텐데
기업도 기부하게 하고 자신도 추가로 기부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왠지 그냥 무의식적으로 처음 걸 막고나서
'어? 이러면 안되는데;; 어떻게 하지?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그냥 나머지 다 막고 자기가 기부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ㅋㅋ
그러게요, 올리버 칸은 잠잘 때도 골막는 생각하며 자는 사람일테니. 한편으론 참 독일스럽다 싶습니다.
어느정도는 본능으로 막았지만 나중에 찰 아이들을 봐주자니 먼저 찼는데 막은 애들에게 상처가 될까봐 그런거...라고 봐줍시다.
멋있어 보였나요? 전 별로 아니었는데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거 같네요 -ㅅ-
예가 좀 이상한데요?
왜 앙리가 무승부;로 만든게 예가 되나요?
앙리가 가만히 서서 한 10대 0으로 져줬다면 좋아보였겠습니까.
공을 찬 아이들도
'나 00랑 장난쳤어' 보다는
'내가 전력으로 찬 공을 00가 전력으로 막아줬다' 인 편이
더 기억에 남겠네요
이말이 정답
맞아요!!!!
정말 멋있게 막아줬어! 역시 훌륭한 골키퍼구나! 하며 감탄할듯. 내 전력을 장난으로 받아치지 않았다는게 무척이나 감동일것 같은데요.
펀칭으로 반격.
양손을 쓰지 않는다거나
키퍼한테 무슨 패널티가 있는것도 아니고 ..
애들 공을 프로골키퍼가 일부러 못막는척하는게 더 이상할텐데
주최자의 머릿속이 궁금하네요
내심 "계획대로...!"
축구계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죠. 초반부터 "아, 올리버 칸이군"했음.
근데 돈 단위가 엔이었나? 일본에서 한 행사였나? 이 생각만 잔뜩...;
애들이 볼을 차서
골이 되면 단체에서 기부하고
막으면 칸이 기부하고
차라리 그러든가
어? 이거 꽤 괜찮네요
그러게요. 주최측에서 조금만 신경썼었으면 더 보기 좋았을텐데;
하지만 칸은 쿨가이라 어차피 결과는 마찬가지-_-
올리버의 기습~공격!인가여[...]
그리고 칸은 10골을 허용하게 되고....
그러니까 쓸데없이 한골당 얼마 기부~ 이딴거 하지 말고
기부는 확실히 약속한 다음에 전시용으로만 게임하면 좋았잖겠어요
..그래도 역시 보기엔 좋지않구나
꽉 막힌 사람입니까? 주최측이 아닌 자신의 돈을 쓴 건데요?
처음에 다신 분들은 이 내용을 쓰셨지만 밑에는 없길래요.
정말 악마같이 잘 막던 올리버 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