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5ch 컨텐츠 2010/05/27 01:06

147
별로 훈훈한 이야기도,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일단 여기에 써본다.
며칠 전, 감기에 걸렸다.

전부터 스트레스와 피로가 제법 쌓이는 직장이지만,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불경기에 돌입, 하청업체에
맡기던 일도 그냥 우리가 다 맡아서 하고 그런 주제에 인건비 삭감이라면서 사원을 줄이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 하나는 남보다 튼튼하다고 자부했지만 일주일간의 출장 도중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뻗었다.

그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이불 속이었는데, 눈을 뜨자 회색의 방 안. 검은 신사복을 입은 세 남성이 눈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화이트 보드를 내밀었다.

「이것이 건강한 사람의 계산식입니다.」

도마 정도의 크기의 보드 안에는 간단한 덧셈 수식, 1+1=2 같은 것이 써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당신의 계산식입니다」

라면서 한 장의 패널을 옆에 두었다. 거기에는 대학 참고서에서도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엄청나게 복잡한
수식이 끝없이 쓰여있었다.

「이 계산식을 풀어서, 단순한 계산식으로 할 수 있다면 당신은 건강을 되찾을 겁니다」

라면서 그 셋은 열심히 계산식을 풀기 시작했다. 어리벙벙 했지만 일단 나도 거기에 섞여 넷이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열심히 그 문제를 풀어나갔다. 몇 개의 등호를 남겨놓고, 수식이 약간 단축되었다.

「후우, 잠깐 휴식」

한 명이 그렇게 말했고 갑자기 나는 꿈에서 깨었다. 당연하지만 원래 내 방. 벌써 한밤 중이 되어 있었다.
기분 탓인지 약간 몸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았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이불 속에 쏙 들어가자 역시 같은 회색의 방. 세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 수식은 점차 짧아져, 몇 번이나 눈을 떴다. 얼마나 계산을 계속했는지 모른다. 잇달아 보드를 바꾸고,
그리고 간신히, 나의 계산식이 처음 본 그 화이트 보드의 간단한 수식처럼 짧아졌을 때는 벌써 아침이었다.

나는 기분 좋게 눈을 떴다. 평상시와 같은, 정확히 아침 기상시간. 어젯밤까지 그토록 괴로웠던 증상은
전혀 남지 않았고 몸은 완벽히 완치되었다.

몸이 안 좋을 때 꾼 희한한 꿈이라면 그만이겠지만 그 꿈은 묘하게 생생했고 그 세 남자와 함께 문제풀이를
한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그 수식을 풀지 못했다면 그대로 병에 걸린 채로 괴로워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그리 기분 나쁘지만도 않았다.

오늘도 또 어딘가, 병 든 사람의 꿈 속에서 함께 수식을 풀고 있는 그 세 명의 모습을 나는 상상한다.

149
>>147
T세포, B세포, NK세포인가···.
든든하구나.

150
실제로 암세포의 무한 증식을 프랙탈 이론으로 표현하려는 사람도 있으니까
단순 수식=건강하다 라는 말은 맞는 것인지도.

151
나의 진성 포경도 치료해주러 와줄까.


152
>>147
묘하게 감동받았다

153
백혈병 해석 UD에 참가한 적이 있어서인지,
왠지 감정이입이 되어 읽다가 눈물이 났다.
수치계산은 안되려나. 그 셋에게 4core CPU라도 선물하고 싶다.

트랙백 주소 :: http://newkoman.mireene.com/tt/trackback/334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코코넛 2010/05/27 0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장의 세 남자라고 해서 이 수식을 풀지 않으면 널 데려가겠다!

    ..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이런 반전이!!

  2. 23 2010/05/27 0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승사자쯤으로 생각했더니, 수식을 같이 풀어주는 존재였네요.

  3. 정말 2010/05/27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묘하게 감동이라는 말에 공감

  4. 유우 2010/05/27 0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멋있어..

  5. 아울베어 2010/05/27 0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라… 그런 말이 절로.

  6. 티우 2010/05/27 0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식이라.. 한없이 문과에 가까운 이과생인 저는 그냥 앓아야 하나요?

  7. 흠... 2010/05/27 0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학과 무병장수이론

  8. 111 2010/05/27 05: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다른 얘기지만 저도 저렇게 아침에 깨다-잤다를 반복해서 미치겠다는
    7시에 기상, 8시에 기상, 9시에 기상... 최종적으로 11시에 기상

    • dd 2010/05/27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11시에 기상할수있다는것만 해도 부럽네요;;
      보통은 저 7시에기상 시점에서 이미 끝인경우가 많으니까요;

  9. ㅇㅇ 2010/05/27 06: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죠. 대개 고열이 있는 상황에서 잠을 자면 거대하고 끝없는 무언가에 대한 환상을 보게 되곤 하죠. 저사람의 경우는 무지하게 복잡한 계산식으로 표현된 듯

    • 132 2010/05/27 1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호 진짜요? 의학적으로 확인이 된거에요?

      저도 어렸을 적부터 열펄펄날때 자면
      엄청 크고 끝이 없는 터널이 꿈에 나오던데..

    • 행인 2010/05/31 1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어렸을 적 아파서 잠에 들면
      항상 한 없이 높은 산이 앞에 떡하니 있어서
      그 중압감이 장난 아니더라구요

      어렸을 적 꿈 이야기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답답한 느낌은 여전히 기억에 남네요.

    • SMseraphim 2010/07/18 16:12  댓글주소  수정/삭제

      >>132

      ...그건 사망시 임상체험이라는데요...

    • .. 2011/05/30 16:50  댓글주소  수정/삭제

      흐흫 저 님 아디가 좋아요

  10. 2010/05/27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1. ㅋㅋ 2010/05/27 14: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 문과도 이과도 아닌 예체능은 뭘 시킬까요?

    • 김왕장 2010/05/27 15: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철인........3종 경기?

    • 티우 2010/05/27 18: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몸이 더 나빠질거같다..

    • tomo 2010/05/28 0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감같은걸 끼얹나 .. ?

    • 꿈은사도 2010/05/28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체육 : 목표수치까지 다다르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3명의 검은 체육복들이 있다.

      예술 : 고 퀄리티의 출품작을 만드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3명의 동료들이 있다.

      예능 : 목표 시청률까지 다다르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3명의 페널이 있다(엥?)

    • 2010/05/28 1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물감같은걸 끼얹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 루넨 2010/05/27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초 장문 고문서 해석시키면 어쩌지...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일본어과)

  13. 산소 2010/05/27 2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SAW6의 보험금 계산식이 생각나는군요,

  14. 레스비 2010/05/27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의대생인데... 나한텐 뭘 시키려는거냐 사기의학...

  15. 그레아 2010/05/28 0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은옷에 세명이 한조라서 저승사자인줄 알았는데 이런 고마운 사람들이;ㅅ;

  16. 꿈은사도 2010/05/28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47
    별로 훈훈한 이야기도,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일단 여기에 써본다.
    며칠 전, 감기에 걸렸다.

    전부터 스트레스와 피로가 제법 쌓이는 직장이지만,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불경기에 돌입, 하청업체에
    맡기던 일도 그냥 우리가 다 맡아서 하고 그런 주제에 인건비 삭감이라면서 사원을 줄이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 하나는 남보다 튼튼하다고 자부했지만 일주일간의 출장 도중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뻗었다.

    그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이불 속이었는데, 눈을 뜨자 회색의 방 안. 검은 신사복을 입은 세 남성이 눈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A4 10장짜리 레포트를 끌고왔다.

    「이것이 건강한 사람의 과제입니다.」

    과제는 많은 책의 내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당신의 과제입니다」

    라면서 한 대의 북트럭을 끌고왔다. 거기에는 대학 참고서에서나 논문사이트등에서도 듣도보도못한 어려운 책과 외국논문들이 빼곡히 꽂혀있었다..

    「이 북트럭의 자료를 다보고서, 단순한 레포트를 만들 있다면 당신은 건강을 되찾을 겁니다」

    라면서 그 셋은 열심히 자료를 보기 시작했다. 어리벙벙 했지만 일단 나도 거기에 섞여 넷이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열심히 자료를 정리해갔다. 얼마후 구체적인 개요와 원서의 번역내용들이 간단하게 정리되어있었다.

    「후우, 잠깐 휴식」

    한 명이 그렇게 말했고 갑자기 나는 꿈에서 깨었다. 당연하지만 원래 내 방. 벌써 한밤 중이 되어 있었다.
    기분 탓인지 약간 몸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았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이불 속에 쏙 들어가자 역시 같은 회색의 방. 세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 자료는 점차 정리되어, 몇 번이나 눈을 떴다. 얼마나 자료를 정리했는지 모른다. 잇달아 잉크를 갈고, A4를 넣고 그리고 간신히, 나의 과제가 처음 본 그 레포트의 간단한 내용들처럼 짧아졌을 때는 벌써 아침이었다.

    나는 기분 좋게 눈을 떴다. 평상시와 같은, 정확히 아침 기상시간. 어젯밤까지 그토록 괴로웠던 증상은
    전혀 남지 않았고 몸은 완벽히 완치되었다.

    몸이 안 좋을 때 꾼 희한한 꿈이라면 그만이겠지만 그 꿈은 묘하게 생생했고 그 세 남자와 함께 자료분석을 한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그 레포트를 내지 못했다면 그대로 병에 걸린 채로 괴로워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그리 기분 나쁘지만도 않았다.

    오늘도 또 어딘가, 병 든 사람의 꿈 속에서 함께 레포트를 적고 있는 그 세 명의 모습을 나는 상상한다.

    @ @ @ @ @

    ...대충 이럴까요?

  17. ㅋㅋㅋㅋ 2010/05/30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47
    별로 훈훈한 이야기도, 무서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일단 여기에 써본다.
    며칠 전, 감기에 걸렸다.

    전부터 스트레스와 피로가 제법 쌓이는 직장이지만,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불경기에 돌입, 하청업체에
    맡기던 일도 그냥 우리가 다 맡아서 하고 그런 주제에 인건비 삭감이라면서 사원을 줄이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었다. 다른 건 몰라도 몸 하나는 남보다 튼튼하다고 자부했지만 일주일간의 출장 도중 완전히 그로기
    상태가 되어 뻗었다.

    그 날, 이상한 꿈을 꾸었다.

    이불 속이었는데, 눈을 뜨자 회색의 방 안. 흑백 메이드복을 입은 세 여성이 눈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화이트 보드를 내밀었다.

    「이것이 건강한 남성의 크기입니다.」

    도마 정도의 크기의 보드 안에는 거대한 ○○ 크기, 고래같은 것이 그려져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당신의 크기입니다」

    라면서 하나의 그림을 옆에 두었다. 거기에는 생물 도감에서도 본 적이 없는 수준의, 엄청나게 조그만
    크기의 멸치가 그려져있었다.

    「이 멸치를 부풀려서, 거대한 고래 크기로 할 수 있다면 당신은 새 삶을 되찾을 겁니다」

    라면서 그 셋은 열심히 멸치를 만지기 시작했다. 어리벙벙 했지만 일단 나도 거기에 섞여 넷이서 멸치를
    만지작 거리면서 열심히 그 크기를 부풀려나갔다. 몇 번의 사정을 남겨놓고, 멸치가 약간 커다랗게 되었다.

    「후우, 잠깐 휴식」

    한 명이 그렇게 말했고 갑자기 나는 꿈에서 깨었다. 당연하지만 원래 내 방. 벌써 한밤 중이 되어 있었다.
    기분 탓인지 약간 아랫도리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았다-랄까 젖은 것 같았다.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이불 속에 쏙 들어가자 역시 같은 회색의 방. 세 메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후, 크기는 점차 커져, 몇 번이나 눈을 떴다. 얼마나 작업을 계속했는지 모른다. 잇달아 물고기를 바꾸고,
    그리고 간신히, 나의 멸치가 처음 본 그 화이트 보드의 거대한 고래처럼 짧아졌을 때는 벌써 아침이었다.

    나는 기분 좋게 눈을 떴다. 평상시와 같은, 정확히 아침 기상시간. 어젯밤까지 그토록 ㅇㅇ웠던 증상은
    전혀 남지 않았고 몸은 완벽히 완치되었다.

    몸이 안 좋을 때 꾼 희한한 꿈이라면 그만이겠지만 그 꿈은 묘하게 생생했고 그 세 여성과 함께 문제풀이를
    한 시간은 무척 즐거웠다. 그리고 그 멸치를 해결 못했다면 그대로 병(발기부전)에 걸린 채로 괴로워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또 그리 기분 나쁘지만도 않았다.

    오늘도 또 어딘가, 병 든 사람의 꿈 속에서 함께 멸치를 해결하고 있는 그 세 명의 모습을 나는 상상한다.


    -랄까?..

  18. SMseraphim 2010/07/18 16: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T,B,NK세포에서 소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