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년학 때-
우리 반은, 정말로 사이가 좋아서 항상 시끄러웠다. 딱 한 명을 제외하고.
초 할망구라는 별명을 얻은 여자가 있었다.
여자라고는 해도, 2년이나 유급을 해서 20대인데다 스타일도 완전 갸루 스타일, 폭력적인데다, 굉장한
미인이기는 했지만 성격도 차가운데다 항상 명품만 덕지덕지, 향수도 푹푹.
그녀는 같은 반이라는 느낌이 없었고, 모두들 그녀를 피했다.
즐거웠던 1년이 눈깜짝할 사이에 지났고 졸업식의 날이 왔다.
마지막으로 클래스 모두가 원을 이루고 한 명씩 작별의 말을 하게 되었다.
그 때 그녀의 말.
「저는 백혈병으로 입원한 덕분에 2년이나 고등학교를 휴학했습니다. 그래서 벌써 20대인데도
마치 코스프레처럼 혼자 마구 멋을 부렸지만, 사실 그것은 대머리가 되어버린 입원 당시의 제
꿈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습니다.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녀는 눈에 눈물이 가득했고, 그 모습은 무척 예뻤다.
그때까지 실실 웃던 놈들도 울기 시작했다.
그녀의 그 말을 만약 1학기 때 들을 수 있었다면 분명 그녀에게도 즐거웠던 1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뭔가 굉장히 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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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도중, 찻집에 들어갔다.
문득,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니 행복하다… 하고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노라니「나와 결혼해 줘」라는 소리를 들었다.
너무 기쁘기도 했고, 여기서 조금이라도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 그이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당황했지만 곧바로「저야말로 잘 부탁해요...」하고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개를 들자, 멍해진 얼굴의 그이.
잠시 후, 화분을 사이에 둔 옆 자리에서「…네」하는 여성의 목소리.
옆 자리의 프로포즈에 대답해 버렸다…orz
당황해서 전표를 들고 곧바로 가게를 나왔지만, 나중에 그이에게
「우리들은 좀 더 느긋하게 생각하자구」
소리를 듣고 한층 더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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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5
어째서 10대 시절의 1년보다 20대 시절의 1년이 훨씬 짧게 느껴지는지 알고 있다.
매우 납득 가는 답변을 들었는데, 들어보고 싶은 사람?
526
>>495
체험 밀도 문제 아냐?
10세에게 1년은 10분의 1의 사건이지만
100세에게는 100분의 1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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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말하지 좀!! ;
안타깝네요. 하지만 자기 잘못도 있으니.
왜 먼저 다가가지 않았던거지..
다가갔는데 다들 피한게 아닐까 싶네요..
엉엉...ㅠㅠ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다."
맨 첫줄. 캠릿브지대학같은 문장이네요...
새벽에 올리시느라 피곤하셨나봐요.
덕분에 재미있게 보고 가네요.
앜ㅋㅋㅋㅋㅋㅋㅋ 전혀 몰랐닼ㅋㅋㅋㅋㅋㅋㅋㅋ
써놓고 보니 왜이리 시비조같지....
올리시느라 수고하셨고 덕분에 재미있게 보고 같다는 뜻이었어요.
재미있게 보고 갔다 라는 말씀이시죠?
누군가 조금만 다가가줬다면 알았을텐데요...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기가 먼저 해야죠. 누구든지 남이 먼저 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남이 먼저 뭘 해주길 바라고 기다리면 잘 안풀리더군요.
그래서 결국 플래그생성을 못한거군요 안타까워라
눈물이 날 것 같네요 ㅠㅠㅠ아침부터 비도 내리는데ㅠㅠ
먼저 다가갔다면 미인 플래그 형성 가능했을텐데,
모두들 그렇게 솔로가 되는 거겠죠..?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는거죠
자, 자네는...!! 엉엉엉
그리고 그녀는 지금 제 옆에서 자고 있..
근데 솔찍히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었던게 아닐까요...?
만약 저였다면, 마지막이라도 저렇게 말할 용기가 없었을지도...
슬픈이야기네요 ㅜㅜㅜㅜㅜㅜㅜㅜㅜ
병으로 2년이나 꿇고 들어갔으면
애들한테 먼저 다가갈 용기가 없었을 수도 있죠
으으 너무 지어낸얘기같아...ㅠㅠ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왜 폭력적이었을까요..;
그.... 뭐 있잖수. 요즘애들 하는 말.. 충충거린다였나........
서래마을님, "츤츤댄다"인가요? ㅋㅋㅋ
순간 댓글보고 바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
서래마을이면 우리 집 근천데...-ㅅ-
신 장르 충데레!
충충거린다고 하니까 어감이 왠지 구수하네요 ㅋㅋ
벼, 별로 너 주려고 만든건 아니유~
忠忠댄다... 그것은 마치 불충한 신하인듯 하지만 실제로는 군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장수와도 같은.
사실 남들과 두드러지게 다른 특징이 있으면 남들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우물은 목마른 사람이 파는 수밖에 없음 ㅡ,.ㅡ
너무나도 가볍게 '말을 하지 않은 여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리플들이 많은 걸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군요.
'1학기 때 그 말을 했으면 사이좋게 지냈을 것'이라는 얘기는 얼핏 들으면 착한소리로 들리겠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상대방에게 정말로 비참한 소리를 지껄이는 겁니다. 그 말은 '그 아이가 불쌍한 애였다는 걸 알았으면 좀 더 잘 대해줬을텐데'라는 뜻에 불과하니까요. 꼭 자기자신이 우월감에 빠져서 한 얘기가 아니더라도 어쨌든 동점심에서 출발하는 마음가짐이니까요.
그녀가 말한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습니다"는 "나를 불쌍하다고 여기는 여러분과 동정심을 기반으로 한 우정을 나누고 싶었습니다"가 아니잖아요. 그녀는 친구를 원했던 거지, 불쌍하게 여긴 사람들이 잘 대해주는 것을 원했던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은 먼저 다가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뒤에선 동점심으로 친구를 산다는 비난을 받기 일쑤고, 자칫하다간 전부 동점심에서 잘 대해줄 뿐 진짜 친구는 하나도 없는 상황에 처하기 십상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것은, '우리 반 킹카/퀸카가 나에게 먼저 말 걸어줬으면 좋겠다'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단순히 소심해서,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머리속에서 눈물이 고일만큼의 고민이 뒤엉켜서 쉽게 말하지 못하는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수동적인 자세가 옳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어떠한 아픔이 있건간에 그 자신이 노력해야함은 두말할 것 없이 옳은 말이죠.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된다는 소리가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남들은 삽으로 우물을 팔 때 맨손으로 땅을 긁어내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쉽게 '왜 우물을 파지 않았냐'고 얘기하는 모습들에 분통을 터뜨리게 되었네요.
어쩌란...........
1학기때 그런 말을 했으면 사이좋게 지냈다 라는 말은 물론 헨리님 말씀대로 해석할 여지도 있지만 저에게는 미리 마음응 열고 다가왔으면(말을 했으면) 친하게 지낼 수 있었다 라고 읽히는데, 너무 긍정적으로 본걸까요^^; 친하게 지낼 수 없는 성격적인 요인이 있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