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정도 지난 이야기다.

출퇴근길의 전철 노선 도중에는 여학교가 있기 때문에, 언제나 통학시간대가 되면 여고생의 무리가(5~6명)
올라탄다.

녀석들은 무리가 함께 있다보니 안심이 되는지,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 것은 물론, 전철 바닥에 앉아 화장을
하지 않나 도시락을 먹지 않나 별별 해괴한 짓을 다한다. 일전에 한번 그것을 두고 뭐라뭐라 한 샐러리맨
아저씨가 있었지만, 그녀들로부터

"뭐야? 아저씨 원조교제라도 부탁하려고?" / "당신 얼굴이 더 민폐야!"

따위의 비아냥을 듣고 얼굴이 새빨갛게 되어서는 다음 역에서 내려버렸다. 그 외에도 임산부가 전철에 타자

"우왓! 조심해! 비만이 전염된다구!" / "하하, 밤의 변소녀!"

따위의 심한 말까지도 지껄이는 것이었다.


그런 생활을 보내는 중, 사내에서 인사이동이 있어 내 밑으로 신입 여직원이 들어왔습니다.
차분한 성격이지만 조금 멍-한 데가 있어서 처음에는 조금 믿음직하지 못했지만, 곧 일에도 익숙해지고 우리
둘이 담당하던 작업도 무사히 처리하게 되어 그 축하를 위해 집 근처에서 같이 술을 마시기로 하고는 내 상사와
함께 전철을 타고 셋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몇 정거장 지나자 하필 그 여고생 무리가 올라탄 것이었습니다. 언제나처럼 올라타자마자 시끌벅적.
오늘은 전원이 햄버거를 먹으면서 등장. 전철 안에는 그 냄새가 풍겼고 수다의 소음도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3인을 포함해 차 내의 모두는 그냥 애써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우리들이 내리는 역이 가까워지자 그녀(부하)가

"거의 다 왔네요!"라고 밝게 말하며 앞장서서 문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쪽은··)

문 앞에는 예의 그 여고생들 5명이 버티고 앉아 햄버거를 쳐먹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가방에다 쓰레기에다,
도저히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그,그럼 저쪽 차량의 문으로 내릴까..."하고 그녀
에게 말을 건내려했지만 그녀는 이미 미소를 지으면서 그 여고생들에게

"저, 죄송하지만 조금 비켜주시지 않을래요?"

하고 말을 건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우앗! 부디 트러블이 일어나지 말기를...)

녀석들의 썩어빠진 정신머리를 알기 때문에 전 단지 그러기를 빌 뿐이었습니다.

"엥? 내리고 싶으면 내리라구. 뭐 우리가 방해라도 된다는거야?"
"아 짜증나. 뭐 이런 짜증나는 년이 있어?"
"우리가 앉아있는거 안 보여? 다른 칸 문으로 내리면 되잖아-"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욕을 내뱉는 여고생들.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

입술을 깨무는 그녀(부하)

"알아들었으면 꺼져!"
"뭐 이런 멍청한 년이 있어?"
"짜증나"

그렇게 여고생들이 말한 찰나!

그녀(부하)가, 갑자기 역에 도착해 문이 열리자, 그 여고생들의 짐들을 들입다 내던져버렸습니다.

"!”#$$%!"

떠드는 집단. 당황해서 역에 모두 내립니다. 여고생이 물러난 덕분에 내리는 곳에 공간이 생겨 저희들 3인을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도 쉽게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그녀(부하)가 내렸을 때, 여고생들이
다가오며 그 중의 리더로 보이는 여자가 그녀(부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자 A 「하! 너 미쳤어?」
부하    「안 미쳤는데요? (생긋)」
여자 A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 앙? 죽여줄까?」
부하    「그건 곤란합니다(생긋)」
부하    「···이것으로 용서해 주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한 그녀(부하)는 여고생의 눈 앞에 왼손을 보여주더니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여고생에게
오른손으로 있는 힘껏

(짝!)

하고 뺨을 올려붙였습니다. 엉덩방아를 찧은 여고생 리더는 당황하며

"무, 무슨 짓을..."

(짝!)

완벽한 싸대기 콤비네이션이었습니다. 순식간에 붉어지는 뺨. 이 시점에서 이미 여고생은 반울음.

"왜...왜..."

무엇인가 말하려고 할 때

(짝!)

그 사이, 다른 여고생들은 리더가 얻어맞고 있는 것을 바라만 볼 뿐. 공포로 굳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마침내 울기 시작한 여고생을 보고, 상사가 "그 정도로..."라며 다가가자 그녀(부하)가 오른손으로 상사를
제지.

그리고 그녀(부하)는 여고생의 손을 잡아 당겨, 몸을 일으켜주며 상냥하게

"여자애가 그런 험한 소리를 하는게 아냐."
"그런 행색으로는 멋진 사랑도 할 수 없고, 멋진 남자도 다가오지 않아."
"...조금 낡아빠진 대사같지만."
"때려서 미안해"


조금 더 몇 마디 한 것 같지만 어쨌든 기억으로는 그런 느낌. 리더격의 여고생은 그 말에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부하)는 사직서를 냈다. 상사의 앞에서 타인에게 난폭한 짓을 한 것에 대한
의미라고 들었다.

물론 상사는 "신경쓰지 말아라. 오히려 계도를 했으니 칭찬받을 일이다"라고 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그녀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단지 그녀가 다시 뜻을 고쳐서 일에 복귀해
줬으면 한다는 문자만 보내는 매일매일이었다.

결국 헛수고로 끝날 뿐이었지만.

그런 가운데, 전철에서 이따금 그 여고생을 만나기도 한다. 역시 변함없이 소란스럽지만 차 내에서 음식을
먹거나 문 앞에 버티고 앉아있는 일은 없어진 것 같다. 종종 시선이 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는데, 모두들 날
알아보며 인사를 하는 모습에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오늘-

지금, 난 올해로 2살이 되는 딸을 안아 올리며 생각했다. 역시 교육은 중요하다고. 부디 내 딸이 그때의 그
여고생처럼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너, 말 조심해야해. 니 엄마는 손이 매워서 뺨을 올려붙이면 엄청 아프다구. 무섭지? 하하하"

딸은 아는지 모르는지 베시시 웃는다. 그때 부엌에서 나온 그녀(전 부하)가 손에 부엌칼을 들고 나를 위협한다.

"여보, 그때 일은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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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랄라 2006/09/10 0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캬왓;;;;;;;;

  2. ㅂㄹ 2006/09/10 0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한줄 캬왓대신 코왓 ;ㅂ;...

  3. 낙서 2006/09/10 03: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따뜻해^^ 한동안 잠수하신다더니 좋은 이야기들을 모으고 계셨네요.

  4. 올만에 2006/09/10 04: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피엔딩이 맘에 드네요...

  5. 에드 2006/09/10 0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이런 얘기가 좋더라. ^^
    늘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6. Immorter 2006/09/10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해피엔딩+_+

  7. 남권우 2006/09/10 23: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래 ndsl 이야기의 반전과 겹쳐서 묘한 상상을 해버리게 되는군요. OTL

  8. The Loser 2007/08/12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짧고 재밌고 슬픈 이야기다 .

  9. 아아 2007/08/14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왜, 무엇이 슬픈가?

    • ㅠㅠㅠ 2008/10/26 2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피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10. 우와 2009/02/24 0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머..멋진이야기다 ㅠㅠ

  11. lost 2009/03/02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것보다 난 무서운데?

  12. 기적 2009/06/06 1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녀는 부엌칼을 들고 위협했습니다 [......]

  13. grotesque 2010/01/03 0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아아아아..... 멋있고 최고인 스레다아....

    진짜.. ㅠㅠ

    근데 왜 눈에서 색깔만 다르고 실제로는 피와 타성분이 섞인 그 농도가 비슷하며

    인간의 체온과 유사한 온도이고, 가끔은 아주 기쁠때도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액체가 나오는거지... 왜...?

  14. ㄱㄷ 2014/02/24 0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오ㅗ오 이런엔딩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