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몇 년 전 이야기.
중학생 남동생이 거울 앞에서 혼자 웃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옷이나 헤어스타일에 슬슬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여친이 생겼다고 기뻐하던 때였다.
그래서 이제는 억지 웃음 연습이라도 하나? 생각했다.
9살이나 차이나는 남동생이라, 항상 아기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럴 때다, 하는 마음에 그 모습이
귀엽고 웃기지만 그냥 모르는 척 해주었다.
그 후로도 그런 모습이 몇 번인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얼마나 지났을까. 남동생과 이야기 하던 도중에 겨우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 얼마 전 제사에서 친척들이 모였을 때 모두 입을 모아
「OO(남동생)은 웃으면 지 아버지랑 똑같다!」하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봐도 확실히 닮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은 동생이 어릴 적 일로, 동생은 아버지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사진 찍는 것에 서투르신 편이라, 웃는 얼굴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다.
동생은 평소에 누가 아버지 이야기를 해도 별로 흥미 없어 보여서, 나는 기억에 없으면 그리움도 없는 것
일까, 하고 외로워하며 내심 동생이 섭섭했던 적도 있었는데.
그렇지만 역시 그리웠던 듯 하다.
동생은 그렇게 해서라도 아버지 얼굴을 보고 싶었나, 하고 생각하면 왠지 동생에게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때 놀리기 않기를 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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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전 이런 이야기가 좋습니다
남동생은 웃으며 누나에게 "내가 니 애비다."
즉시 창문을 열고 하늘을 향해 달려나가세요
웃는 얼굴로 웃는 아버지 사진이 없었기에, 자신이 웃는 얼굴의 사진을 찍어 누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라는 걸 상상했는데 아니었네요.
그래도 훈훈한 이야기에 미소가 절로 지어집니다.
으 비밀번호를 뭐로 쳤는지 까먹어서;
웃는 얼굴로 찍은 아버지 사진입니다.ㅠㅠ;;
그런 상냥한 형에게 끌리는 남동생.
http://expresso.egloos.com/5209215
이런 거로군요? 압니다.
그러고보면 형인지 누나인지
어느 나이인가부터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에는 짠해지네요...
이런게 나이먹는 것인지...
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