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3일간을 집에 틀어박혀 보낸 나.

공복감이 나를 덮쳐도 쇼핑하러 갈 기력이 없어서 집 냉동고를 뒤져 스파게티 한 봉지를 꺼냈다.

"냉동 버섯 스파게티"

그렇게 쓰인 한 장의 비닐 봉투를 난폭하게 찢어버린 후 설명문으로 눈을 돌렸다.

「1. 냉동상태의 스파게티를 봉투 그대로 접시에 올려 전자렌지로 가열해 주세요」

 그런 거 쯤 나도 알고 있다. 버튼만 누르면 되잖아. 귀찮은건 싫다고.

「2. 따뜻해진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아 주세요」

 시끄러워. 접시에 담든 어쩌든, 먹기만 하면 그만 아니야.

「3. 소스를 잘 뿌려, 따뜻할 때 드세요」

 시끄러워! 언제 먹든 내 마음이지!

 ······.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상냥한거야···.

 나같은 놈에게, 어째서 그렇게 상냥한거냐구! 우우···우 아 아 아····

 너 뿐이야,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은. 우우···.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냉동버섯 스파게티 사랑해····.우우···아 아 아 아··.

···몇 시간을 울었을까.

문득 창 밖으로 눈을 돌리자, 완전히 해가 져서 벌써 밤이 되어있었다.
눈물에 젖은 스파게티 봉투를 세면대에 올려두고, 나는 베란다로 나왔다.

시원스러운 밤바람이 나를 감싸고, 머리 위에는 온 하늘의 밤하늘이 빛나고 있었다.

 ···세계는,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좀 더, 조금만 더···노력해 볼까.

그렇게 작은 변화의 바람이, 내 가슴안을 불어왔다.

 고마워, 그리고 잘가.

 지금까지의 나, 그리고 "냉동버섯 스파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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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등이네 2009/12/05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해봤음 EZ2DJ 만세!

  2. 두둥 2009/12/05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냉동버섯 스파게티네요.<이렇게 연애 스레가 세워지고..

  3. 2009/12/05 07: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 어장관리의 희생양이 한 명더 늘어났군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죠.냉동버섯 스파게티의 만행..

    • Zero 2009/12/05 1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조금 감동했는데…이제부턴 냉동버섯 스파게티는 절대 먹지 않기로 작정했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4. 냉동미트 스파게티 2009/12/05 08: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도둑 고양이가!

  5. 김왕장 2009/12/05 1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먹었을까? 먹었겠지...먹었어야하는데..제발..

  6. 으므므 2009/12/05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상냥하다

  7. 이상한데.. 2009/12/06 00: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슨 미원하고 다시다하고 야오이 글쓰듯이 쓴거 같아요

  8. s....................r. 2009/12/06 05: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니까 그렇지, 여자라면 가차없이 trush다!

  9. ... 2009/12/06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미 봉투를 뜯었으니까 스파게티는 못먹게 됐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