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너스는 작년의 딱 절반이었다. 예상 이상으로 확 줄었다. 아내에게 월급 명세서를 내미는 것이 괴롭다.

아내에게 살그머니 명세서를 내밀었다.

나    「미안, 이거 밖에 안 나왔어··」
아내 「이거 밖에라니···어디, 어디」

잠시 훑어본 그녀. 그리고 나는 별로 기대하지 않고 물었다.

나  「저 그럼··이번 달 내 용돈은 어떻게 되는거야?」

아내는 차분한 얼굴로 음음 하며 생각했다. 이건 그녀의 맘이 좋지 않을 때의 반응이다, 틀림없다. 나는 안다.
 
아내 「이건···전부」

전부ww 보너스 ALL몰수ww 나 죽네ww

아내 「전부 당신이 쓰세요」
나    「··응? 뭐라고?」
아내 「이런 쥐꼬리만한 보너스, 필요없어요, 그냥 써버리자구요, 노력상으로 줉테니, 써요」

이유를 몰라서 묻자, 내가 열심히 일한 대가를 제대로 보답받지 못한 것이 불쌍하다, 화가 난다, 뭐 그런
반응이었다. 어쨌든 그러니까 기분좋게 써버리라는 것이었다. 눈물이 나왔다.

아내를 꼭 껴안으며「고마워, 사랑해」를 콧물까지 흘려가며 외쳤다.
한바탕 울부짖고 나서 저녁밥을 먹자,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가득 준비되어 있어서 또 눈물이 났다.
울면 짠맛만 나니까 웃었다.
불황이라서 이런 기분도 느낄 수 있는 것이니까, 오히려 불황에 감사하고 싶을 정도로 행복했다.

보너스는 당연히 아내가 좋아할 것을 사려고 한다. 평상시 살 수 없는 것들.
히히덕 대며 인터넷에서 아내에게 줄 선물을 찾고 있다.
고마워 여보, 고마워 불황 T_T

트랙백 주소 :: http://newkoman.mireene.com/tt/trackback/3016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디즈 2009/12/14 0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방금전에 여자친구랑 싸운 나로써는 완전 최악의 글...하지만 처음

  2. 지우 2009/12/14 0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2등!!

    ...염장이네요-

  3. 삼각김밥 2009/12/14 0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설마 그걸 노린건가...

  4. 2009/12/14 06: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것의 결혼의 달콤함이군요. 부러우면 지는건가요? ㅠ.ㅠ

  5. ebinori 2009/12/14 08: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그래도 고마워 불황은 아니지!

  6. 목짧은기린 2009/12/14 0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지 이 패배감은......

  7. 작은앙마 2009/12/14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봉제 이후 보너스란걸 받아본적이....
    OTL 받아보고 싶다.........
    거의 7년전에 한번 받아본게 다네..

  8. 사마의 2009/12/14 0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속으로 염장글이라니 당황하지 마라 이것은 공명의 함정이다.

  9. 흙탕물 2009/12/14 0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황하지 말라고 하시지만,,, 당황되네요.

    저도 성과급 없을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사내에 돌고 있는지라...

  10. ELK 2009/12/14 11: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내가 매우 고수인듯

  11. 루저남 2009/12/14 1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견직 연봉제라 보너스는 평생 구경도 못해보고 아내는 커녕 여자친구도 없는 제가 왔습니다.

  12. Skynet 2009/12/14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련당하고있다..

  13. 도아라 2009/12/14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봉제는 그게 참 안좋은것같아요 ㅠㅠㅠ보너스도 없구 명절에 떡값은 커녕 샴푸set로 만족하는 나날이라니...헉 우리회사만 그런가?

  14. 2009/12/14 1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번듯한 회사에 맘씨 좋은 아내라니..

  15. .. 2009/12/14 15: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엔 보너스로 아내선물을 사네 -_- 아내 정말 고수인듯...

  16. Zhang-Fei 2009/12/14 1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깐 기다려라
    동요하지 마라
    이건 그거다
    아내.의 함정이다
    자기에게 선물을 사게 할 속셈인 거다
    당황하지 마라

  17. ;;; 2009/12/14 17: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은 아내가 고단수.

  18. 로로 2009/12/14 1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전에 있던 스레 중에
    "아내가 친정에 갔다
    1. 그래서 너무 외롭다. 내가 졌다. 아내가 그립다.
    2. 그래서 너무 외롭다. 아가씨를 부르자wwwwwwww

    이렇게 두 남자 비교되던거 생각나네요ㅋㅋㅋ

    난 이 글 결말 아가씨 부르면서 놀자www 이걸로 끝날줄 알았는데ㅋㅋㅋ

  19. 마몰ㄹ로 2009/12/18 0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남자 나중에 이혼당했다던데?

  20. 234 2010/02/13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인이 천재네요. 보너스를 모두 자신에게 쓰게 만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