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집 근처에 사는 같은 반 여자애 중에 카호 비슷하게 생긴 귀여운 여자애가 있었다.

집이 근처라서 돌아가는 길에서 가끔 만나면「안녕」하고 한 마디 인사만 주고받는 그런 사이였다. 당시 나는
딱 중2병이 절정일 때라서 학교 앞 편의점까지 자전거 통학을 하고, 학교가 끝나면 그 편의점에서 소년점프
만화책을 서서 읽고「난 멋진 쿨가이!」하고 생각했다.

기대했던 발렌타인 데이 역시, 아무에게서도 초콜렛을 받지 못하고 그저 중2병 스타일로 빨리 집에 돌아가는게
멋지다고 생각한 나는 그 날도 곧바로 학교가 끝나자마자 평소대로 학교 앞 편의점에서 소년점프를 서서 읽고
있었다. 그때 밖에서 유리를 콩콩 두드리길래 앞을 보자 그 아이였다.

「너 자전거 통학하지? 귀찮지 않으면 나 뒤에 태워주라」라길래 아 귀찮아! 하면서 폼을 잡고는 그 애 집까지
데려다주기로 하고, 돌아가는 길에 처음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초콜렛 받았어?」
「못 받았어」
「하나도?」
「응」
「갖고 싶어?」
「별로」
「왜?」
「별로. 나 원래 초콜렛 별로 안 좋아해」
「그래?」
「응」
「그래」
「응」
「옛날부터?」
「응. 옛날부터」

그런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그 아이의 집에 도착했는데

「근데 말이야, 이거 남았는데…. 버리는 것도 아까우니까 너 줄께!」

하고 작은 봉투를 건네받았다.

「1개도 못 받았는데, 불쌍해w 이거 의리 초콜렛이야」

하고 수줍게 웃으며 건내주는 그녀의 말에 고맙다며 받자

「오늘, 우리 집에 엄마 없는데 우리 집에 안 갈래?」

하고 권유해왔지만 의리 초콜렛이라는 말에 실망했는지 나는 왜일까,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해서 봉투를 열자 안에는 작은 편지와 쿠키가 들어가 있었다. 편지에는

「초콜렛 싫다는 이야기는 미리 들어서 쿠키로 만들었어. 먹고 꼭 감상 들려줘!」

라고 써있었다.

결국 나는 그 이후 그 아이와는 말 한 마디 못 붙여보았다. 아, 딱 한번 그 애가

「쿠키 맛없었어?」

라고 말을 걸었지만

「별로. 아니 그보다 아예 안 먹었어」

라는 대답으로 마지막.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내 인생 최고의 이벤트 순간이었는데 나는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러 버린 것인가, 하는
후회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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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끵끵이 2010/01/22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끵끵이

  2. 브록시가 2010/01/22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등 인가 ㅇㅂㅇ?
    그나저나 저런 추억도 없는 난.....OTL

  3. 무념무상 2010/01/22 0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 그렇게 솔로가 되는 겁니다.

  4. 오덕페이트 2010/01/22 0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꽂아진 플래그를 스스로 빼다니...

  5. ㅁㄴㅇ 2010/01/22 0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꼬시다 ㅋㅋㅋㅋ

  6. wlb 2010/01/22 0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들 저렇게 게이가 되어가는거죠

  7. 해장국 2010/01/22 01: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 추억이라도 있으면 좋겠당유유

  8. 어휴 2010/01/22 0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가 다 미안해지네

  9. 육식팬더 2010/01/22 0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아니, 바꿔서 생각해보면, 저 꼬마아가씨도 중2병이 한창이던 시기.
    '저따위 놈이지만 내가 옆에 있어주면 이렇게 변할거야'
    라는 망상 한가운데 있었는데, 그걸 한방에 낫게 한 미담...

    ......일 턱이 있나.

  10. ㅇㅇ 2010/01/22 02: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무슨 게임인가요? 저도 꼭 해보고 싶군요.

  11. pasak 2010/01/22 0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생에 한번 온다는 그 시기를 놓치다니...

  12. 미소녀 2010/01/22 0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 마이 갓~~!!!!
    왓 디쥬 두??????

  13. 꾸잉꾸잉 2010/01/22 0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플레그를 브레이크하는 인간이군요 ㅋㅋ

  14. 티우 2010/01/22 0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분이 바로 2ch에 유명한 그 플레그 브레이커입니까?

    압니다.

  15. 유림이? 2010/01/22 0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지난간후에야 알수있는게..후회일까..

  16. TYTY 2010/01/22 06: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유격훈련 받는 중에 갑작스레 저런 추억이 떠올라서

    아니 그때 그게 그런 뜻이었어???? 하면서 눈물을 흘린적이 있습니다..

  17. 김왕장 2010/01/22 06: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잘했다. 만약 집에 들어갔다면 영영 햇빛은 볼 수 없었겠지..그리고 쿠키엔 약이 들어있었을거야. 김전일 전권을 독파한 내가 장담한다.


    그러니까 여러분 모두 조심하세요. 여자가 (특히 귀엽거나 예쁜) 어디 같이 가자고하면 끌려가서 내장을 끄집어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꼭 따라가시면 안되고 말도 섞지 마세요.

    그저 일찍 집에 들어와서 컴퓨터를 켜고 리라하우스나 하면서 행복하게 사는겁니다.

  18. 30대중반남자 2010/01/22 07: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ㅇㅇ그런듯 아무리 적극적이라고 해도 다짜고짜 자기 집에 가자니
    전형적인 니챤넬러 망상이네요

  19. 꼬알 2010/01/22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카호카호....토끼인형을 사주었습니다..

  20. ,, 2010/01/22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호를 닮았으면 저렇게 어리버리 떠는것도 이해가 된다. 여신의 신성함을 범인이 접했다면 그 신성불가침한 미와 자애의 기운에 자연스럽게 겁을 먹고, 자신의 정신이 인식하지 못해도 무의식의 저변에서 인식되는 어찌 할 수 없는 거대한 경외감에 여신을 피하게 되는 것이다.

  21. - 2010/01/22 2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습니다.
    이런 비극때문에라도 우리는 남중-남고-공고테크를 타야만 하는것입니다.

  22. 음... 2010/01/22 2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놈은 하늘이 천벌을 내려
    남고 공대 크리를 겪어봐야해

    • ??? 2010/01/25 15: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이자식이 남고 공대 군대 테크트리를 타봐야

      아~ 내가 그떄 주는 밥도 못먹은 빙신이였구나~ 할끄야

  23. wlb 2010/01/23 0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훈하네요

  24. 세레스 2010/01/23 01: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에 단 세 번온다는 절호의 기회 중 한 번을 중2병으로 날리다니..쯔쯧..

  25. 헐어떡행행 2010/01/23 1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헐 인생에 3번입니까
    저 벌써 2번 날렸는데 어떡하죠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ㄴ되

    • 작은앙마 2010/01/25 1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걱정마세요.... 인지못하고 넘어간 한번이 이미 있을지도 몰라요 -_-;

  26. ??? 2010/01/25 15: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빙신 주는 밥도 못먹네 ㅡㅡ

  27. 흙탕물 2010/01/30 1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디테일은 꽤 다르지만 호빵을 건네며 접근하던 옆반 여자아이에게
    "모르는 여자한테 군것질거리를 얻어먹기는 좀 그렇쟎아"
    라고 나름 정중하게 거절했던 22년 전의 경험이 오버랩되는구나... -_-;

    아무래도 그땐 내가 너무 눈이 높았던게지..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