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전반] 있을 수 없는 시추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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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로 열심히 돈을 모은 결과, 마침내 염원의 하와이 여행이 실현되었다. 1주일간 7만엔의
적당한 가격. 그리고 여행 당일. 나는 약간 긴장한 얼굴로 기내에 탑승했다. 처음 본 스튜어디스는
매우 예뻤고, 좋은 냄새가 났다.
 
내가 탄 비행기는 마침 고등학생들의 수학여행 전세기로, 나를 제외한 대부분은 고교생. 덕분에 매우
시끄러웠지만 일단은 참기로 했다. 이윽고 밤이 되어 떠들썩했던 옆자리의 여고생도 꾸벅꾸벅 자고
있다. 처음으로 잡아본 여고생의 손은 매우 따뜻했다.

그리고, 사태는 일어났다.

「어텐션플리즈, 고객님 중에서 의사 분은 안 계십니까?」

드라마와 같은 긴급사태 발생! 하지만 공교롭게도 난 의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난 신경이 쓰여서
근처에 있던 스튜어디스에게 질문했다.

나 「무슨 일입니까? 누군가 아픈 겁니까?」
스튜어디스 「예, 실은 기장이 방금 전 19리터 정도의 피를 토하고 쓰러졌습니다」

무슨 말이냐. 19리터라니.... 0.19리터겠지. 19리터는 너무 많다.

기내는 일순간 패닉 상태로 돌입했다. 나 이외에는 모두 학생 뿐인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수업
이라도 할 수 있을 이 기내에서, 도대체 누가 환자를 고칠 수 있단 말인가.

그 때, 한 여성의 소리가 어디에선가 들렸다.

여성 「전 학교의 양호 선생님입니다. 저라도 괜찮다면...」

살았다! 이제 하와이에 갈 수 있다. 나는 옆 자리의 여고생 손을 잡고 손가락으로, 손바닥에「다행」
이라고 써 주었다.


하지만, 패닉은 지금부터였다.


다시 또 경보가 울린다. 다시 기내는 시끄러워졌다.

스튜어디스「방금 전의 이야기는 취소합니다. 사태는 A레벨로 악화되었습니다. 반복합니다. 사태는
A레벨로....」

 A레벨? 그게 뭔데? 난 신경이 쓰여 어쩔 수 없었다. 좌석의 스튜어디스 호출 버튼을 눌렀다.

스튜어디스 「무슨 일이십니까?」
나 「네, 저, 방금 전의 A레벨이란, 어떤 의미입니까?」
스튜어디스 「아, 그것은 긴급사태의 최고 레벨이라고 하는 의미입니다.」
나 「그렇다면, 사망률이 가장 높은 사태라는 것입니까?」
스튜어디스 「그렇습니다」
나 「구체적으로, 어떤 일입니까?」
스튜어디스 「네, 요약해서 말하자면 기장이 사망했다는 의미입니다」

절망적......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더이상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일단 기내는
너무 건조했다.

나 「차를 한잔 주시겠어요?」
스튜어디스 「핫 or 콜드?」
나 「핫, 프리즈」

옮겨져 온 차를 마시자 조금 마음이 안정되었다.

그리고, 다시, 기내 아나운스.

기내 아나운스「고객 중에, 비행기 운전을 하셨던 경험이 있는 분 계십니까? 가능하면 군용기가
아니라, 민간기의 경험자로 부탁합니다.」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고교생이 비행기 면허를 딸 수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그런
조종 경험은 없다.

그러자 곧바로 기내 아나운스가 또 이어졌다.

기내 아나운스 「고객 중에서 자동차 운전 면허, 혹은 이륜 원동기 면허를 가지고 계신 분, 있으십
니까?」

이번에도 난 코웃음쳤다. 이 학교의 고교생은 모두 범생이들이라, 면허는 가지고 있지 않아보였다.
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스튜어디스도, 비행기 면허 따위는 갖고 있을리 없었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마치 소원을 비는 듯한 간절한 목소리가 아나운스된다.

기내 아나운스 「그럼 고객 중에서, 아무거나 좋으니까 자격증을 가지고 계신 분 있습니까? 종류는
상관없으므로, 손을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는 곧바로 손을 들었다. 워드와 엑셀의 자격증을 딴 직후였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의 손이
올라왔다.

스튜어디스 「지금, 손을 들어 주신 분은 앞으로 나와주시지 않겠습니까?」

나와 또 한 사람의 성실해보이는 남자 고교생이, 모두의 앞에 불려왔다. 모두가 뚫어져라 보고있는
덕분에 조금, 긴장되었다.

스튜어디스 「그럼, 자기 소개와 가지고 있는 자격을 마이크로 모두가 들리도록 발표해 주세요」

워~~하는 환성. 어떻게든 나도 그 남자 고교생도 자기 소개를 마쳤다.

스튜어디스 「네. 좋습니까, 여러분. 지금부터, 이 두 명 중 한 분이 운전을 해주시겠습니다. 그럼
어느 분이 운전해 주었으면 하는지, 여러분의 박수소리로 결정하고 싶습니다. 좋습니까?」

고교생 「네!」

스튜어디스 「영어 검정 평가 4급의, 이 고교생이 운전했으면 좋겠다는 사람?」

짝짝짝. 드문드문 박수소리가 난다. 남자 고교생은 얼굴을 붉히며 숙인다.

스튜어디스 「그럼 워드와 엑셀 자격증을 지닌 이 남자 분이 운전했으면 좋겠다는 사람?」

우와아아 짝짝짝짝짝짝. 굉음과 같은 박수.

고교생 일동 A 「엑셀! 엑셀!」
고교생 일동 B 「워드! 워드!」

나를 축복하는 소리와 기대하는 소리.

그리고, 나는 스튜어디스에게 안내받으며 마침내 조종석으로 발을 디뎠다.


스튜어디스 「우선 조종 설명을 합니다. 비행기의 조종석은 윈도우즈와 거의 같습니다」

과연. 확실히 마우스가 없을 뿐, 비슷했다. 소문으로 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사실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스튜어디스 「그 봉이 조종간입니다. 앞으로 기울으면 앞에 가고, 옆으로 기울으면 옆에 가고 뒤로
당기면 감속입니다. A버튼은 레이더, B버튼은 가속, C버튼은 스튜어디스가 커피를 가져옵니다」

나 「과연. 그럼, 이 Y버튼은 무엇입니까?」

스튜어디스 「그만두세요. 여성에게 그런 것을 묻다니! 예의가 없군요!」

스튜어디스는 얼굴을 붉힌다. 아마 이 버튼은 그렇고 그런 것같다.

나 「그럼, 발진합니다!」

나는, 발 밑의 페달을 밟으며 하와이로 향했다.

운전 시작 3시간 째. C버튼을 눌러, 8컵째 커피를 마신다. 운전도 슬슬 질린다.

스튜어디스 「운전 수고하십니다. 앞으로 20분에 하와이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그 말대로에 20분 후, 하와이가 목전에 보였다.


스튜어디스 「이제부터 강하입니다. 강하 방법은 오른손의 레버를 천천히 당겨주세요」

과연. 간단하다. 난 콧노래를 부르며 레버를 당겼다. 그 직후 놀라운 일이. 조종 레버가 뿌리부터
슥 빠져 버린 것이다. 고도 2만 미터 상공이다.

나 「그- 이제 우리는...」

나는 그 쑥 빠져버린 레버를 스튜어디스에게 보여주었다.

스튜어디스 「.....! 이런 말도 안 돼! 뭐, 뭔가 대체가 될만한 막대기는 없습니까?」

나 「그런 것이 있을 리가...아, 맞다!」

난 비행기 조종이 윈도우즈와 거의 똑같다는 사실이 떠올렸다.
나는 대단한 속도로 조종석의 키보드를 타이핑,「착륙」이라고 입력하고 return 키를 눌렀다.
끼기긱 하는 큰 소리. 가벼운 충격. 그리고 활주로를 달리는 소리-

살아났다.

난 환한 얼굴로 비행기의 트랩을 내린다. 그 때, 등 뒤에서 난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조종석에서 함께 싸운 스튜어디스가 서있었다.

스튜어디스 「벌써 가는 거야?」
나 「아, 빨리 코카콜라를 마시고 싶군」
스튜어디스 「언젠가 또 만날 수 있을까?」

나는 내리쬐는 태양이 조금 눈부시다는 듯이 웃음을 지으며

「아마도.」

라고 대답하곤 한번도 뒤를 되돌아봄이 없이 하와이의 해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130

>>125
말이 되는 장면이 한 장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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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unFNS 2007/05/07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정도로 엉망진창이면 웃음밖에 안나오는걸요. wwww

  2. 엘렉트롬 2007/06/23 0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두근두근하면서 진지하게 읽어버린 내가 부끄럽다..;;;

  3. sr 2007/07/04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코카콜라를 마시고 싶었어..

    • 로즈키스 2011/05/07 0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이건 고도로 전략화된 코카콜라의 마케팅입니다!!!!!!!!! 더워서 갈증이 나니까> 코카콜라를 마신다> 갈증이 풀린다.

      이런겁니다!!

  4. 보논ㅇㅅㅇ 2007/07/20 0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티븐 시걸인가

  5. 할일없을때 읽는자 2007/07/30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티븐 시걸이라. 멋진 분이죠 액션영화 주인공 중에서 유일하게 피 한두방울 흘리고 모든 적을

    제압 가능한 분이십니다. 모든 감정 표현을 한가지 얼굴 표정으로 표현하는 것 또한 일품이죠.

  6. 지나가던 2007/08/13 1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초에 조종방법을 다 알고 그걸 설명해주는 스튜어디스가 운전을하면되는거잖아

  7. jerren 2007/08/29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도 안 되는 전개를 담담히 써 가는 능력에 경의를 표함

  8. 궁금 2008/12/17 2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처음으로 잡아본 여고생의 손은 매우 따뜻했다.
    아무렇지 않게 자고있는 여고생의 손을 추행 아아아아아 웃겼어;

  9. 김용호 2009/04/23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Y 버튼은?

  10. 2010/01/22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진지하게ㅋㅋㅋㅋㅋ

  11. 무슨.. 2012/05/20 12: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것보다 Y버트으으으으으은!!!!!!!

  12. 홍홍 2013/10/24 2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묘한 이야기의 에어닥터가 생각났다....정주행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