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대학에 진학, 아르바이트와 써클활동 따위를 하는 날들을 보내었다.
나는 딱히 명확한 목표도 없이 진학한 녀석보다, 사회로 나와 취직을 한 내가 훨씬 더 훌륭한 결정을 내렸다고
믿고 있었다. 적당히 띵까띵까한 대학생활과 사회인의 차이를 과시해주자…하는 생각에, 나 혼자만의 허세로
맨션을 빌리고는 중고차를 구입했다. (어때? 만 18세의 나이에 독신생활에 자동차 소유라니, 대단하지?)
그리하여 어느 휴일 날은 차를 끌고 친구와 멀리 나갔다. 우월감으로 가득했던 난「매일 일하고 있는 나는
너와는 달리 돈이 있으니까」같은 말을 마음 속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아르바이트 봉급이 내 봉급과 불과(?) 5만엔 차이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세나 생활비, 차량 유지비를 합하면 오히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친구보다도 압도적으로 적다.
하지만 허세로 가득 찬 나는 녀석에게 자랑하기 위해 저금 따위는 전혀 하지않고 낭비를 계속했다.
기름도 항상 만땅으로 채웠고, 돈도 항상 내가 내며「이것 보라구, 카드 한도 30만엔. 멋지지?」같은 과시.
서서히 취직처가 정해진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렸다. 그의 수입에 흥미진진한 나는 맨 먼저
실수령액을 물었다. 그 결과는...
「적당히 대충하는 아르바이트 두 탕과 스트레스 최강의 영업직…오히려 아르바이트가 더 벌이가 좋다니…」
어처구니가 없어진 나는 다음 달 퇴직, 나는 투잡 알바맨이 되었다. 하지만, 투잡은 의외로 바빴다…
스트레스도 무척 쌓이고…(결국 미래가 없는 아르바이트에 불과한 일이기도 하고…) 그만두고는 다른
아르바이트, 또 그만두고는 다른 아르바이트, 그런 생활을 2년 반복했다.
이윽고「시간에 묶이지 말자!」라고 생각해서, 당시 유행하던 일용직 알바 생활에 손을 댄다.
「원하는 날에 원하는만큼 돈을 벌 수 있다!」나에게는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됐다…완전히 게으름뱅이가 된 나는「원하는만큼의 돈」= 최저 생활비가 되어 버렸다.
한달에 채 10만엔도 못 벌고, 낮잠이나 게임에 빠져지내는 날들.
타락해가는 느낌이었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아직 젊음이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취직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어느날, 대학을 졸업해 취직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일이 힘들다며 푸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참나, 너도 참, 당연하잖아? 대학시절의 아르바이트와 같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니가 하는 일은 쉬운 거야. 내가 하던 일은……」
하며 몇 년 전의, 채 1년도 하지 않았던 일 이야기를 인용해서 말했다. 이미 친구는 벌써 내 직업 경력을 넘는
세월을 정사원으로서 일하고 있는데도.
「공장근무라니, 너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그 누구라도 할 수 있는 단순노동을 정말로 계속하고 싶은거야?」
「말이 좋아 정사원이지, 파견하고 큰 차이도 없고, 공장근무 따위가 진짜 좋냐?」
나 자신의 처지는 생각치도 않고는 타인의 직업을 비판하는 발언…
그래서 친구가 퇴직해서, 나와 같은 백수같은 처지가 되었으면 하고 내심 바라는 나. 그리고 그 한 건으로 나는
그 친구와 연락이 끊어졌다.
당연하다……타인의 불행을 바라는 쓰레기와 누가 친구가 되고 싶을까.
이윽고 일용직도 하지 않게 되어, 집세는 부모가 대신 내주게 되었다.「취직하거라」하는 부모의 소원을
볼모로 돈을 뜯어냈고 지루한 나날을 보낸 나는 어느새 40대 중반이 되어 있었다.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친가로 돌아와 이번이야말로! 하며 최선을 다시 취직을 하기로 했다. 취업소개소,
취업 사이트, 구인잡지...모두들 내가 젊은 시절 모멸하던 블루칼라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그조차도 사실
정사원으로의 취업은 어려웠다.
20년도 더 오랜만에 정장을 차려입고 면접장으로 향한 나.
새파랗게 젊은 녀석들 사이에 섞여 차례대기를 하는 내 자신이 심하게 우스꽝스러웠다.
이 나이를 먹도록 제대로 된 사교방법도 갖지 못한 나는 면접에서도 긴장으로 변변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그때, 면접이 끝나고 도망치듯이 회사를 떠나려던 나를 붙잡은 한 그 회사의 직원.
일전에, 싸워 헤어진 친구였다. 지금은 이 마을의 공장에서 꽤 높은 직급으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 것도 묻지 않은 그는 그저 내 옷차림으로 모든 것을 헤아리고는「내가 힘써줄테니 걱정말아」하며
활짝 웃어보였다.
하지만 업신여김을 당한 것 같았던 나는 그 회사를 달려나왔다…솔직히 나 스스로에게 질렸다……
아직까지도 허영심이 남아있었는가…
며칠 후 도착한 취업 합격 통지. 기쁨에 눈물까지 흘리시는 부모님을 보면서도 나는 사퇴를 마음먹었다.
「녀석보다 내가 더 위에 있지 않으면 나 스스로가 납득할 수 없다...」라면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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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좋은 이야기다!
....한마디로 病神이군요.
오오 2등 오오
-_-;; 우왕 왠지 병신같지만 멋있어..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바보군요.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도저히 좋은 얘기는 못하겠군요.
뭐랄까 너무 전형적인 '수컷' 이네요. =ㅂ=
....차분하게 기다리질 못하다니....
그게 딱 한가지 잘못된 점이었어....
친구란게 가까운사이지만 또 경쟁의 상대도 되죠.
왠지 病神같지만 그냥 병신이군요.
흙맛을 아직 덜 봤군요.
돈 받기전까진 스폰서님 구두를 핥아야 하는게 세상이거늘 OTL
[물론 장기적으론 끝까지 함구하는게 베스트...]
슬퍼.
이래서 성격이 팔자라고 하는 거군요.
스펙이 아니라 인간성이 문제.
제 생각 역시, 病神이라기보단 그냥 병신이군요
지쟈쓰
보물이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이잖아!
안구에 습기가...OTL
저는 왠지 이해가 가는군요.
친구보다 조금 더 잘해야지.. 라는 생각이 강해서,
물론 저라면 저런 상황이 되기전에 어떻게 해버렸을 것 같기한데..
마지막에 저심정은 이해가 되요.
글쓴이가 자기가 도대체 그 친구보다 잘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네요.
그 친구보다 고등학교때 공부를 더 잘한 것도 아니요, 대학을 간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그 친구가 살아온 만큼의 노력을 기울인 것도 아니요, 그냥 쟤보다는 내가 잘나야 돼, 라는 개념이면 그냥 얼른 자살하는게 부모님께 도움이 됩니다.
만약, 저 글쓴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니던 회사 영업직에 꾸준히 다닌다면, 저 나이때쯤이면 가정도 꾸리고 최소한 중산층의 삶을 유지했겠지요. 진짜 병신이네요
그래서 주인공은 바보랍니다. 라는게 테마죠.
어느의미 작가의 "계획대로"
나름대로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저 글을 읽으면 감동받지만, 단순히 '허세를 버려라' 라고 말하면 절대 귀에 안 들어오죠... 좋은 글입니다...
마치 중국 명작 소설 중 하나인 아큐정전을 생각나게 하는 글이네요.
...다만 이건 실화...혹은 VIP판 전반적인 실화에 가깝다는 게...문제.ㅡ,.ㅡ;;;
아큐정전 읽고 나서 무지 뜨끔해하던 부분이 많았죠....다만 지적당하고 뜨끔하는 것까진 좋았는데 고치긴 힘들더군요 'ㅅ'...
이 글을 보고, 오늘 퇴근할때까지만해도 머릿속에 가득했던
'젠장 내가 더럽고 치사해서 때려치고말지...'란 생각을 깨끗하게 지웠다.
저런인간 되지 말아야지...........ㅇㅅㅇ
국내에도 비슷한분들 많죠... 국내에선 '공무원 시험'이 대세일려나요 -_-;;
그래도 근성하나만은 칭찬;;
저런건 근성이 아니빈다 ㄱ-
뭐 저런 병신이;;
리라인들이 까먹은거
...친구 아내가 내 아내보다 이뻣다
란 애긴 나오지도 않았다
병신같지만...
멋있을리가잇나
진짜 주인공은 젋을적 노력도 안했고 허영심만 가득 차서...
저런 주인공은 동정을 할래야;;
웟분말대로 다니던 회사나 계속 다녔음 결혼도 했을텐데..
천하의 불효자식
예상 밖이네...
처음 몇 줄 읽고는 고교 졸업의 학력으로 대졸을 능가하게 된 이야기가
나오고 '역시 학력은 아무것도 아니다'는 식의 자위리플(쓰는 사람은
예외 없이 고졸 이하 99%)이 줄줄이 달릴 줄 알았는데...
왜요?
왜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주인공은 젊을 때도 허영심이 아니라 열등감에 가득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어떻게든 자기를 과시하고 싶었던 거죠. 정말로 자신감이 있었다면 저런 쓸데없는 과시에 매달리지도 않았을 것이고, 쉽게 좌절해서 원래의 생활을 가볍게 버리지도 않았을 겁니다. 뭔가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우월함을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의 뿌리는 열등감에 있습니다.
열등감이 뿌리라는 점은 동감이에요. 뿌리부터 '귀족'으로 자란 이들은 이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우월함을 내비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