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질주

5ch 컨텐츠 2009/03/11 12:29
이렇게 필사적인 마음이 든 것이 도대체 몇 년만일까.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자전거 페달을 더 강하게 밟았다. 

벌써 숨은 거칠어졌고, 온 몸이 굳어질 정도로 강한 힘을 집중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몸에서는 힘이 빠지고 있었다.
요 며칠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와 칼바람에 귀는 벌써 날카로운 아픔을 느끼고 있었다.

문득, 5년 전쯤 사귀었던 여자가 생각났다.

「마키」

그래, 그 때도 나는 필사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질주했다. 
그녀가 유학면접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고는, 새벽 2시에 길거리에서 완전히 취해 울며 전화했던 그 날.
그 날도 1시간 정도 길을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힘들어하는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 무렵의 추억을, 나는 어느새인가 잊어가고 있었다.
사회에 나오고, 불합리로 가득찬 회사에서 일하며 적당히 편해질 생각만 했다.
필사적으로 매달리지 않은 일에 의미가 있을 리 없다.

옛날의 나는...아니, 괜찮아. 지금부터는 그 시절의 나처럼, 나름의 전속력으로 달려나갈 것이다.
마음 먹은대로 되는 일은 많지 않겠지만, 몇 개는 이룰 수 있으리라.

자, 다왔다. 전례가 없을 정도로 의지를 집중했지만, 그와 함께 정신을 잃을 것만 같다.
그러나 나는 더이상 단념하지 않는다. 거의 던져버리듯이 자전거를 세운 후 계단을 뛰어올랐다.


-늦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에서 똥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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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cknac 2009/03/11 1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갸륵하다!

  2. 제이 2009/03/11 1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이라서 감동했어요.

  3. ㄷㄷ덕 2009/03/11 12: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필사의 질주로군요.

    그런데 급한데 그렇게 격하게 움직일 수 있는걸까요.

  4. 마일드세븐 2009/03/11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구라도 필사적이 되는 그 순간

  5. 할리퀸 2009/03/11 1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진심'을 제대로 쓰신분이 또 있군요

  6. 여친보다 2009/03/11 13: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친보다 똥에더 진심이라니...

  7. ㄷㄱㅂㅈ 2009/03/11 1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 치즈크래커 2009/03/11 13: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진심의 쿨타임은 20년...

  9. 위드 2009/03/11 13: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전거 안장을 이용해 적당히 출구를 봉쇄..

  10. ㅈㅅ 2009/03/11 14: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지력 상승

  11. 슬레이드 2009/03/11 15: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건!

  12. rpgist 2009/03/11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사례는 저희 회사의 급속진심충전 서비스를 현명하게 이용하신 예입니다.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13. 코끼리엘리사 2009/03/11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면 이야기의 리듬상이나 요새말은 '싸다'를 보편적으로 더 많이 쓰긴하지만
    원론적으로 '싸다'는 제대로된 곳에 내보내지 못한 것이고 '누다'가 되야 무사히 골인한 게 될텐데
    …라고 미묘한 딴지를 걸어봅니다.

  14. 미르민 2009/03/11 1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이 느껴져서 웃어버렷다. 하지만 공감도 가버렸다.

  15. 하루 2009/03/11 1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똥참고 화장실 찾을땐
    왜케 심각한 일들만 생각나던지....

  16. 케르 2009/03/11 2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심을!!!!!1

  17. sidkd 2009/03/11 2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것이 '카치바노쿠소치카라'인가요?

  18. 뚱뚱한팬더 2009/03/12 0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지력 상승.

  19. 돌아다니者 2009/03/12 0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리고 휴지가 없었다...

  20. 작은앙마 2009/03/12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전거를 힘차게 밟을수 있었다는것 자체가........

    그닥....

    정말 마려울때 자전거 패달을 힘차게 번갈아 밟는다는 상상을 하는것만으로.. ( ;;;``)
    무섭구만..


    ....
    누구 말마따마 안장 끄트머리를 엉덩이에 박아 넣고 달린건가 -_-........

    • 코끼리엘리사 2009/03/12 17: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각하지 마세요 (실제로 타면서) 느껴보세요.
      확실히 풀파워는 힘들지만 적어도 달리는 것보다야…

    • hunj 2009/03/14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난데없이 마지레스 죄송합니다만..

      자전거 (사이클) 동호인인데.. 실제로 "안장을 똥꼬에 박고" 달리면 속도가 올라가는데.. 그 이유가 페달을 밟는 각도가 더 수평으로 되어서 효율이 올라가는거죠. 그만큼 체력소모도 심하지만..

      여튼 "똥꼬에 안장박고" 페달질 하는 건 사이클링 세계에 존재합니다...

      저도 한강 따라 산책로에서 자전거 탈 때 터질듯한 똥 참으려고 똥꼬에 안장 박고 달리다가 이동식 화장실 (박스 화장실?)에서 질질 쌌던 경험이 있네요 (...)

    • ... 2009/03/15 2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 hunj님 최고.

      왠지 모르게 납득.

  21. hunj 2009/03/14 08: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왠지 단편 개그 만화 소재로 적절한 느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