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5ch 컨텐츠 2010/02/03 14:49

어디에라도 호소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쓰는 거니까 이해해줘

어제 4시 22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감기 한번 앓지 않으신 건강한 어머니였다.

내가 유치원에 들어갈 무렵 더이상 아버지는 없었다.
빚을 만들어놓고 혼자 도망친 것 같다.
아침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우리들 도시락 만들고 6시부터 17시까지 도시락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돌아오면 저녁준비 하자마자 다시 나가서 11시까지 빠찡꼬 가게에서 청소 아르바이트.
쉬는 날은 한달에 3일 정도.
그렇게 나와 여동생은 자랐다.

사춘기에도 반항 한번 해본 적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어머니를 보고 반항 따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아니···딱 한 번 있었다


크리스마스 2, 3일 전에, 게임보이를 갖고 싶다고 졸랐다.
친구들은 다 게임기를 갖고 있었는데 나만 없어서 괴롭힘 당한다고.
왜 그런 거짓말을 했을까···.

어머니는「미안해···」라고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
나도 왠지 슬퍼져 가족 셋이 엉엉 울었다.
그 날은 셋이 모두 한 이불에서 얼싸안고 잤다.

크리스마스 날의 저녁식사는 오뎅과 케이크였다.
엄마는 아이처럼 신나게 떠들고 노래하며, 마지막에「이거 봐라~」하고 선물을 건네주었다.
낡은 게임팩이었다.
「게임기 없이 이것만으로는 게임을 못해」라고 말하려 했지만 기뻐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그러부터 20년, 남매는 대학까지 졸업했다.

나나 여동생도 모두 취업했고 지금부터는 편안하게 해드릴테니까 일 쉬세요 라고 했는데.
사람은 일을 안 하면 바보가 돼, 라면서...
나중에 셋이 같이 여행이라도 가자고 했는데.
여동생 결혼식을 보기 전에는 눈 감을 수 없다고 했는데.

왜 말기암이 될 때까지 일을 한거야···
내가 그래서 몇 번이나 병원가자고 했잖아.
의사 선생님도 말했잖아

「이 지경이 되도록...이렇게 참을성이 많은 사람은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간호사에게 그저「폐를 끼쳐 미안해요」라고만 말하고.
왜 항상 다른 사람 눈치만 보는거야···.

떨리는 손으로 쓴 베개 맡의 편지···읽었어

「코우에게

   어릴 때부터 항상 이 엄마를 도와줘서 고마워
 너는 한번도 못되게 군 적이 없는 애였어
 여동생도 잘 돌봐줘서 고마워
 네가 태어나서 정말로 기뻤어
 너 결혼하는 모습은 꼭 보고 싶었는데


 아즈사에게

 여자앤데도 이쁜 옷 한벌 못 사줘서 미안해
 항시 집에 돌아오면「뽀뽀해줘」하고 안기는 너를 보며 이 엄마가 몇 번을 살아났는지 몰라
   부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남자를 만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살거라

   얘들아 누구나 죽는 거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
 너희들이 힘들 때면 언제라도 너희 머리 맡에 있어줄께

 너희들의 엄마로 태어나서 행복했다
   다시 태어나도 너희들의 엄마이고 싶구나
   그게 나의 유일한 소원이다
   몸 조심하고
   요새 추우니까 몸 따뜻하게 하고.
   그리고... 여기서 줄일께
   엄마는 너희들이 정말 정말 고마워」

엄마···편지지는 눈물로 군데군데 얼룩져있었다.
엄마가 종이 좀 사다달라고 했던 이유는 그것이었다.

엄마···고마워···고마워요···정말 고마워요···

나 아직도 가끔 놀고 있어요.
선물 사주신 슈퍼 마리오 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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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워커 2010/02/03 14: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업무중 잠시 들어왔더니 새글이!

  2. 모범H 2010/02/03 1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짠하다 ㅠㅠ

  3. 나도 2010/02/03 1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4. 하드레벨 2010/02/03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그는 닌텐도에 입사했습니다...
    라는 결말이었으면..

  5. dibdiv 2010/02/03 17: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독한 현실이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기 전에는 얼마나 사랑했는지 모르고,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르죠.
    아버님께서 뇌경색으로 돌아가셨는데 정말 순간이었습니다.

  6. 챠티 2010/02/03 17: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엄마가 죽어가고 있는 줄도 모르고
    아픈 모습에 화를 내던 정말 쳐죽일 놈이었던 ㅜㅜ
    돌아가시기 전에 몇달전에 식탁위에 있던 편지 가끔씩 봅니다.
    살아가면서 점점 엄마 마음이 어땠을지 가슴으로 이해가 되는것같아요.
    그래도 늦게나마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서 그나마...
    근데 정말 딱 한번만 다시 보고싶네요.
    할말이 너무 많아서 ㅜㅜ

  7. 작은앙마 2010/02/03 1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집에 들어가면 꺅꺅 소리지르는 딸내미는.... 확실히 영양제 지요...
    -_- 난 어릴때 안 저랬는데.. 딸이라서 다른걸까... 생각하곤 합니다.


    문제는 약 1시간뒤.. 피곤해죽겠는데 계속 놀아달라고 달라붙는 딸내미를 부여잡고 잠들때는 1시간전의 생각은 다 잊어버리는게 문제지요...

    • 미르2 2010/02/04 10: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즘 딸들은 정말 애교도 잘부리고.. 부모한테 이쁜짓들 잘하죠...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서 그럴까요?
      아들만 있는 아빠들 보면 불쌍해요..^^

    • 햄보크 2010/02/04 1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옛끼이놈 사내아빠들한테 사과해라 ㅎㅎ
      다 나름대로 행복해

    • -_- 2010/02/04 14:35  댓글주소  수정/삭제

      햄보크님 댓글을 보는데... 왜 자꾸 밑의 글이 떠오르는 걸까요... (...)

    • 작은앙마 2010/02/04 17:3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아들과 같이 술잔도 나누고 말이죠...


      (수정으로 추가)
      집에서 간혹 술을 마시게 되면.. 소주잔 하나를 딸에게 주고 물이나 음료수를 따라줬더니만...
      술만 마시면.. 소주잔 들고 와서 상을 땅땅 두들기긴 하데요..

    • 흙탕물 2010/02/21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들 하나 낳으세요.

      둘째가 아들인데, 아들은 아들 나름의 귀여움으로 활력충전을 해주더이다.

      물론 적정 연령이 되면 그 때부터는 ...

  8. 토페마 2010/02/04 0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릎 연골이 거의 없으셔서 매일 아프시다는 어머님인데 맨날 돈이나 달라고 칭얼대던 제가 부끄럽네요.

    당직근무가 끝나고 내일 퇴근하면 어머님 좋아하시는 초밥이라도 사다드려야 겠습니다.

  9. 얼린왕자 2010/02/04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어째서 2ch vip 개그란에 올라간건가요.. 슬픈데 ;ㅁ;

    • 티우 2010/02/04 12:28  댓글주소  수정/삭제

      예전에도 비슷한 댓글이 있었는데, 그때 대답이 괜찮았죠.아마 그때..

      이 게시판은 2ch(or)vip(or)개그 게시판

      즉 '2채널, 2채널vip, 2채널개그 3개 게시판을 통합, 번역하여 올림.' 이라고 생각하는것이 좋다. 라는 내용이던걸로 기억합니다.

  10. thanatos 2010/02/04 1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 이런류의 닌텐도 광고 시리즈가 올라오지 않았었나요??
    그런 맥락인것 같은데 ㅇㅇ

  11. 해장국 2010/02/05 0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앜! 닌텐도! 닌텐도!wwww

  12. 치즈크래커 2010/02/05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무실이 더운가...

    출근하자마자 눈에서 땀이나네..

  13. retina 2010/02/05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도의 닌텐도 광고글?

  14. ㅇㄹ 2010/02/06 09: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닌텐도광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생각하지않으면 눈물이 날거같아

  15. jaberwockey 2010/02/17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에게도 어머니가 계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그래서 정말 가끔 현실이 느껴질 때면,
    외면하고 마낟.

  16. 멍멍 2010/03/20 1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엇어 으아

  17. 2014/11/26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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