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96세로 돌아가신 할머니는 마지막 10년은 치매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몇 개 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수 있는 대단한 인텔리였지만 그 사생활은 형편없는 사람으로,

태평양 전쟁 전 엄청난 무리를 해서 호주에 도쿄만한 땅을 사서 목장을 경영하려던 찰나에 전쟁이 시작되어
결국 땅을 빼앗기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도망이나 다녔다거나

항상 주변에 여자들이 있어서 집에 붙어있지를 않는다거나(80대의 나이에도 젊은 여자들과 노닥댄다거나)

거의 모자 가정에 가까운 상태로 할머니는 미싱을 밟아가며 4명의 아이를 대학까지 보냈다.
그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부터 할머니에게는 치매가 왔다.

혼자 모진 심적 고통을 참아온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혼자서 쿡쿡하면서 웃으시길래 왜 그러시냐고 물어보면, 70년 가까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는지

「방금 전에, 아야코(아마 옛날 친구)가 헌병대 본부 앞 서점에서∼」

식으로 즐거운 듯이 이야기 하셨다. 할머니를 돌보시던 백부님도 장례식에서 진지하게 말씀하셨지만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이후부터가 제일 행복한 듯 했다.

트랙백 주소 :: http://newkoman.mireene.com/tt/trackback/3483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닥터봄 2010/08/14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프지만 할머니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것 아닐까요.

  2. ㄷㄱㅂㅈ 2010/08/14 0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말입니다..

  3. 세츠나.F.세이에이 2010/08/14 0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치매는 본인이 아닌 가족을 힘들게 하는 병입니다...
    사랑으로 감싸안는수밖에 없습니다.

  4. Deo 2010/08/14 03: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치매 걸리면 죽을 것입니다. (물론 증세를 자각할 수 있다면)
    치매에 걸린 사람보고 죽으라는게 아닙니다.
    단지 제가 걸린다면 죽겠다는 것뿐입니다.

    • e 2010/08/14 0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족들이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겁니다.

    • Deo 2010/08/14 0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족이 없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결혼을 안할거기 때문에 저보다 나이 많은 가족구성원은 전부 죽어있겠죠. 딱히 엄청 친한 사촌도 없고

    • 타조알 2010/08/14 0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는 분 발견...
      단지 저는 치매에 걸리기 전에...

    • sua 2010/08/14 0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지만 막상 치매에 걸리고 나서도 그걸 기억하실까요?

    • 흠... 2010/08/14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가족이 없다면 치매를 인지하기 어려우실 겁니다

      바로 그 점이 치매환자를 참 어렵게 하는 점입니다

      치매를 인지해도 가족때문에 모진 선택을 하기 어렵고

      가족이 없다면 치매를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 해정 2010/08/14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요샌 늙거나 병들면 죽겠단 사람 많네요
      제 친우도 한명 40까지 깔끔하게 살겠다던가 하는데,

      그런건 그래보기 전엔 알수없습니다
      늙거나 병들어도 그때의 미련이 있고 이유가 있겠죠.

    • cute 2010/08/14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죽진 않겠지만, 전 제가 치매에 걸린다면 자식들에게 무조건 요양원에 보내라고 말하겠습니다. 치매 초기라면 그런 생각을 할 수준은 될테니, 만약 병원에서 그런 진단 결과가 나온다면 말입니다. --;
      하루이틀만 치매 노인과 같이 살아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중증인 분과 이십여년 살다보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심지어 '치매노인을 때린 자식 누구누구'란 기사를 읽으면 한편으로는 '이 불효자'라는 생각도 들지만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동정심과 공감이 들 수준입니다.
      하여튼, 전 제가 겪었던 일들을 제 자식들이(아직 없지만!) 똑같이 겪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해서요. 치매에 걸렸다는 통보가 온다면 바로 요양원에 들어가고 말겠습니다.

      너무 무거웠네요 죄송함다.

    • asd 2010/08/14 2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cute//
      오전에 글 쓰고 지웠는데 제가쓴글인줄 알고 깜짝놀랬어요
      치매가 이제 막 시작된 할머니 한분 모시고있는데
      날이갈수록 나아지는게아니라 점점 심해지는게
      눈에 보일정도라서 힘든것은 둘째고 속상합니다 너무

      저도 저나 주위분들에게
      불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양원을 보내지 못하시는분들
      많지만 자신이나 당신을 위해서도 요양원에 보내드리는게
      좋은것같아요
      생활형편 안되는 분들도 요즘에는 나라에서 지원해주니까
      돈이 거의 안든다고 생각하면 되구요...

      티비에 나오는 언제나 꽃다운 순수한마음의 소년소녀처럼
      사시는 그런 치매노인보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그냥 옆에있는사람 정말 피말라죽는(극단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그런증상의 치매도 있다는거 알아주세요...

      치매노인 살인하고 폭행했다는 기사보면
      정말 아 자식된 도리로서 어찌 저럴수있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정말로 어쩔수없이 수긍이가기도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옹호한다는생각은 아니지만요...

  5. 으앙 psp사ㅋ망ㅋ 2010/08/14 0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이라....참 힘겹게 살아오신 분이군요

  6. retina 2010/08/14 15: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지만 주변 뒷수발하는 가족들은

  7. 치매가되도 2014/06/29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하게 살수있는세상이라면 윗분들이 그런 생각도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