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5ch 컨텐츠 2011/08/29 18:36
미용실에서 삭발을 했다.
삭발은 의외로 제법 숙달된 솜씨가 필요한 것인지
점장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 미용사가 솜씨를 발휘했다.

갑자기 짧은 머리가 되는 것에 대해 이것저것 걱정이 되어 물어보자
마치 봄바람과도 같은 상쾌한 표정으로「괜찮아요」하고 여유롭게 말하길래
완벽히 안심하고 머리를 맡겼지만

머리를 점점 잘라갈수록 미용사의 얼굴에 근심이 늘어간다.
목을 갸우뚱 하고 궁리하며 가위질을 하거나 빗으로 특정부위를 집요하리만치 어루만지며
악전고투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괴로워서,
나는 눈을 내리깔고 그저 입술을 깨문에 참을 뿐이었다.

조금 굳은 목소리로「수고 하셨습니다」라는 종료의 인사에 고개를 슥 들자
정면 거울에는 섬뜩하게 생긴 병아리 한 마리가 비치고 있었다.

미용사는 실패작 항아리를 검사하는 도예가와 같은 시름 어린 표정으로
나의 뒷통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차라리 나를 지면에 내던져서 깨부숴줬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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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앙 2011/08/29 18: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리플 후감상

  2. 2011/08/29 2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우 시적이다

  3. 말복 2011/08/30 0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왤케 필력이 좋은거야... 표현력이 장난이 아니다 ㅋㅋㅋㅋㅋㅋ

  4. ㅇㅇ 2011/08/30 1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앵그리버드군요. 알겠습니다.

  5. 푸학 2011/09/07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제로 뿜었습니다. ㅎㅎㅎㅎㅎ

  6. 푸학 2011/09/07 1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제로 뿜었습니다. ㅎㅎㅎㅎㅎ

  7. ㅁㅁ 2011/10/30 23: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