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가 미꾸라지를 사 온 적이 있었다
요리 책을 보고 미꾸라지 전골요리를 알게 된 엄마는 그것에 도전해 볼 마음이 싹튼 것 같다
문제는 그 요리였다
그 이름하여「미꾸라지 지옥」
모르는 사람을 위해 그 설명문을 첨부합니다


「 미꾸라지의 습성을 이용한 요리로, 냄비 안에 생 미꾸라지와 두부를 넣고 익히면 점점 뜨거워진
   미꾸라지는 차가운 두부 안에 머리부터 돌진한다. 불을 계속 가열하면 두부는 뜨거워져서 익고,
   안에 들어간 미꾸라지도 익어 버린다고 하는 전골요리가「미꾸라지 지옥」이다」

어떻습니까, 이름 그대로 잔혹하지요
엄마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녀는 그것을 각각 10살과 7살 아이를 포함한 4인가족이 즐거운 저녁
메뉴로서 선택했던 것입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밥상에 둘러앉아, 그 한가운데 세팅 된 질그릇 냄비와 그 가운데의 흰 두부를 보고
와 찌게다 찌게하며 까불며 떠드는 아이들, 맥주병을 올려놓고 근사한 저녁 반주를 준비 중인 아빠.

천천히 거기에 크레용 2개 길이의 미끈한 멋진 몸을 가진 씩씩한 미꾸라지 20여 마리가 투입되고,
천천히 불을 올린다.

흰 두부를 가운데 두고 사방에 끈적끈적 질척질척하며 날뛰는 검고 긴 생명체 20여마리-
이 단계에서 벌써 충분히 불길했습니다

침묵을 지키는 아이들

「이거···이대로 좋아? 이거 먹는 거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아이들을 바라보며 엄마는 자신 만만한 얼굴로 미소를 띄우며 투명한 냄비
뚜껑을 닫았다.

「조금 날뛰는군―」이라고 말할 뿐

이윽고 물이 끓기 시작하고 미꾸라지들의 날뛰는 정도도 그들이 처한 상황을 한 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해집니다. 그들은 지금 발버둥치며 괴로움 속에 익어가는 것이다, 라는 것은 어린 저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벌써 울음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나 「엄마···」
엄마 「조금 더 있어야 돼- 조금 더 두부가 익어야 맛있어 (미소)」

악마입니다

즐거운 저녁식사의 기분은 완전히 사라졌고, 제발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 뿐.  
냄비 속에서 들려오는「큐!규!! 큐큐큐큐큐!!!」하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미꾸라지의 단말마였습니다(눈물)

도저히 젓가락을 뻗을 수 없었습니다. 이젠 정말 싫습니다,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
그런 타이밍에 엄마가「다 됐다―」하고 냄비의 뚜껑을 열었습니다
냄비 안에 있던 것은, 미친듯이 날뛴 미꾸라지들 때문에 반쯤 뭉개진 두부와 거기에 머리만 쳐박고 절명한
몇 마리인가의 미꾸라지와 그들을 둘러싼 미꾸라지들의 참혹한 시체현장이었습니다
전 먹을 수 없었습니다. 울음으로 용서를 구했습니다.

나머지 미꾸라지(아직 요리하지 않은 20여 마리)는 간절히 엄마에게 부탁해 애완동물로 삼았습니다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메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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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등학생 2006/11/13 2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랄까.. 처참한 살미꾸라지현장이군요.. 현행범입니까???

  2. 주유소 2006/11/14 0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이이이잇. 너무 새디스틱한 요리네요.

  3. 덱스더 2006/11/14 1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번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저거 한국요리입니다-_- 추두부라고.. 우리나라 음식이 좀 외국인이 보기엔 기겁할만한게 많죠.
    실제로 저런 사태가 일어나기때문에 음식점에선 두부만들때 미꾸라지를 아예 미리 집어넣고 만든다고 합니다

  4. xacdo 2006/11/18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추어탕의 일종이죠.

    나중에 두부를 꺼내서 썰면 가운데 미꾸라지가 박혀서 모양이 예쁘죠.

  5. 마유라 2007/05/10 10: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저 기억 있군요.
    추어탕에 삶기는 미꾸라지가 불쌍해 어머니께 미꾸라지 키우게 해달라고 빌었던...

    그런데 결국 관리 소홀로 미꾸라지 죽어버리더군요...

  6. 하나 2008/07/06 1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 잔인해;;; 소름 돋았어요.

  7. 작은악마 2008/10/28 1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냥 생각난거로.. (저도 저요리를 해보려다가 차마 시도 못했던 기억에..)

    시원한 두부를... 물이 좀 끓은뒤에 넣는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래야 시원한 두부속으로 숨겠지... 싶어서...
    (첨부터 넣으면 두부도 따끈따끈.....)

    아닐까요?

  8. -_- 2009/04/15 2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추어탕은 절대로 안먹습니다.
    인간은 굶지않을정도만 먹으면 된다고 생각해서 굳이 '별미'라든가 하는 물건을 찾을 필요는 없다고 보이네요.

  9. ;;; 2009/09/03 0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마 두부가 물보다 천천히 데워지기 때문에 그러는게 아닐까 싶네요...

    근데 좀 더 연한 두부를 써야 하나보죠?

  10. 2009/10/20 08: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웃기시네..즉석에서 활어회 뜨는거 보고 소주 한잔 걸쳐 보신분도 없는건가요.
    낚시가면 자주하고, 멸치회도 산채로 으적 먹는건데=ㅅ=;
    하다못해 님들 먹는 고등어도 다 먹기전에 토막치고 합니다.
    다 그렇게 먹어요. 잔인은 무슨 킁, 요리사로서 살짝 울컥 했음;

    • 코끼리엘리사 2009/10/20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죄송합니다. 저 생선 못 먹습니다. […]
      랄까 잘 먹기위해 우리는 잔인한짓을 하고 있다는 의식을
      잊지 않고 그 은혜를 감사히 생각하는 것 또한
      인간으로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OTL

  11. grotesque 2010/01/03 14: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인적 취향이지만, 저도 추어탕 안먹는데, 그냥 미꾸라지는 그다지 맛이

    있지 않더군요;; 저도 어렸을때 횟집에서 생선 손질할때 요리사분이

    내장등을 거의다 모아서 밑에있는 통에다 버린후에,그통에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려서, 바로 아버지에게 달려가 울었던 기억이 있죠 ㅠ

  12. 보안관조수 2010/08/26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잔인하게 죽이니까 안먹어-!!
    라기보단 잔인하게 죽어서 나의 영양소가 되어주는 동물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맛있게 먹어주는 제가 왔습니다.
    =_=;;
    내가 안 먹는다고 해서 그 동물들이 잔인하게 안죽는건 아니니까요..

    라고 말하고선 생각해보니 제가 먹는 동물중엔 유달리 잔인하게 죽여서
    고기로 만드는 동물은 없군요 =_=;;
    소 돼지 닭은 정식도축되는 것들이니... 그거 외엔 생선? 말고는 먹는게 없네요;

  13. 보안관조수 2010/08/26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쯤에서-!
    먹기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 자체가 잔인해! 라는 분들께
    인간은 돼지를 돌보기도 하고 도축하기도 하지요.
    법도 인간을 보호하기도 하고 처벌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돌보고 보호하게 하고 처벌하게도 하는 점은 같지요.
    돼지에게 도축을 선택할 의무가 있다는 말씀은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인간에게도 무법을 선택할 권리는 없습니다.

    이건 제가 생각한 의견은 아니고 어떤 책에 나오는 말이긴 합니다만
    도축의 정당성(? 딱히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군요)을 가장 잘 설명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생명은 먹어야 유지되는 것이고 유지하기 위해 파괴해야 하는 것이지요.
    뭐 쓸데없는 말이 이리 길어 ㅡㅡ;;
    암튼 전 고기를 좋아합니다(...)

    • 보안관조수 2010/08/26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런 도축을 선택할 의무라기 보단,
      도축당하지 않을 권리라고 하는 편이 더 낫겠군요..

  14. ㅇㅅㅇ 2012/10/21 2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거 단단한 두부로 만들면 안되고 연한 두부로 만들어야된다네요.
    국내에서도 추두부를 어떻게 만드는가를 찾아헤매다가, 어느 순간 적당한 두부를 찾아서 만들었다는 얘기를 접한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