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절, 만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종종 나오는 빈혈로 쓰러지는 것을 동경해서 동아리(탁구부) 활동 중에
갑자기 쿵! 하고 일부러 쓰러졌었다. 부원 전원에게「어-! 괜찮아?!」라며 걱정을 끼치는 그런 연약한 소녀, 를
꿈꾸었던 것이다.

그런데 넘어지는 도중에 다리를 접질려버렸다. 너무 아파서 도저히 빈혈로 정신을 잃는 척따위는 하지 못하고
「으아~ 아파!, 아파!」하고 아우성치는 모습까지···.

골절이나 금이 들어갔을지도 모른다며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실 이미 그 도중에 아픔은 다 나았지만, 골절이나
목발에도 나름대로 동경하는 면이 있었기 때문에(가냘픈 여학생이 목발을 짚고 다니는 장면에 대한 환상같은
것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얌전히 아픈 연기를 계속했다.

병원에 가서 진찰한 결과는 당연 단순한 염좌. 솔직히 진찰시에도 아픔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아마 원래는 염좌
조차 없었을 것이다. 의사는 어째서 넘어졌는지를 물었지만 당연히 "연악한 아이인 척을 하고 싶었다"라는 진짜
이유를 말할 수 있을 리 없었고,

「평소에 조금 멍-한 데가 있어서요w」하며 귀여운 척을 해보였는데 그 결과 진료기록카드에 아주 큰 글자로
「운동신경이 둔함」이라고 쓰여졌다.

게다가 X레이 사진을 보여주며 의사는,

「흠, 너는 뼈가 굵기 때문에 어지간해서 부러질 일은 없어. 하지만 대신 다이어트를 해도 소용없지. 뼈가 굵어서
  어지간히 심하게 살을 빼기 전까지는 말라보이지가 않거든, 하하하」

이런 말을 듣고, 다음 날 학교의 담당 선생님께는「괜찮아? 다리가 부어 있는데」라며 쉴 것을 권유 받았다. 평소
내 다리라구 orz  

그렇게 사춘기에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고, 그 이후로는 넘어지는 척하는 것을 단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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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리코 2007/01/02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습.._ =;

  2. 휴지 2007/01/02 22: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하하하

  3. 고등학생 2007/01/03 0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리가 부어있는데 에서 폭소.. ㅋㅋ

  4. 덤벼꾸잉꾸잉 2010/01/11 16: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ㅋ 의사의 충고

  5. 물뼝 2010/07/05 20: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근데 빈혈로 어지럼증을 느껴 쓰러지더라도 발목 접질리면 정신이 번쩍 들 듯

    • 미스영 2010/08/08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험 있습니다. 의자 위에 올라가서 뭔가를 꺼내야 했었는데 시야가 온통 tv노이즈 상태가 되면서 엄청 어지럽더라구요. 떨어져 버렸는데도 노이즈는 안 가시고. 상하전후좌우를 구분할 수가 없어서 바닥에서 평영하면서 '꾸에에에에...'상태.

    • 미스영 2010/08/08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경험 있습니다. 의자 위에 올라가서 뭔가를 꺼내야 했었는데 시야가 온통 tv노이즈 상태가 되면서 엄청 어지럽더라구요. 떨어져 버렸는데도 노이즈는 안 가시고. 상하전후좌우를 구분할 수가 없어서 바닥에서 평영하면서 '꾸에에에에...'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