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 300만엔이나 되는 빚을 지고 있던 고액 채무자였다.

당시 사귀고 있던 여자친구를 정말로 진지하게 좋아했지만, 그랬기에 차마 나는 내가 커다란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고,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그것이 중압감이 되어 나를 짓눌러왔다. 그리고 결국 그 중압감을
감당하지 못한 난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이별의 고통은...정말로 쓰라렸다.

그로부터 3개월간, 나는 폐인이 되었다. 일을 해도, TV를 보아도,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이렇게 엉망진창이 된 나는 다른 사람을 좋아할 자격도 없는 놈이라는 것을 깨닫고 남은 평생 혼자 살기로 결심
했다.

이후로는 될 수 있는 한 여성과는 친하게 지내지 않고, 항상 한 걸음 물러난 상태로 대했다. 그와 함께 생활수준을
극한으로 떨어뜨려 그 차액을 빚을 갚는데 썼다.

한달 6만엔짜리 아파트에서, 1.5만엔짜리의 화장실도 없는, 공동 화장실을 사용하는 다세대 주택으로 옮겼으며
도박은 물론이요 술 담배도 일체 끊고, 한달 식비를 1만엔 이하로 떨어뜨리는 등, 1엔이라도 빚을 상환하는데
사용했다. 그 노력의 결과, 2년 후에는 빌린 돈을 모두 갚을 수 있었고 그로부터 또 2년이 지난 시점에는 200만엔
의 저축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

그녀와 헤어진지 벌써 4년. 그럼에도 나는 아직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지금쯤 다른 남자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지… 어쩌면 결혼해서 아이도 있을 지 모른다 …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지난 날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눈물을 흘리는 나날이었다. . . 

그러나,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어느 날, 우연히 일 때문에 어느 역 앞(생활권 내에 있는)에 있었다. 거기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카페에 잠깐
들렀는데 마침 과거 헤어진 그녀가 친구인 듯한 사람(여성)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사실 들어간 순간 그녀를
알아차렸지만, 눈치채지 못한 척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별로 크지도 않은 가게였으므로 그녀도 나를 알아차린 모양이었고, 이쪽을 보며 친구와 무엇인가를
이야기 했다. 아마 과거 한심했던 내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잠시 후 그 친구는 그녀를 두고
가게를 나갔다.

그리고 조금 망설이는 눈치였지만 곧 내 자리 앞까지 와서「실례합니다·…」 라며 말을 걸어 왔다. 난 눈물이
나올 만큼 기뻤다… 다시,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 열심히 해 온
것이 보답받은 기분이었다.
 
나는 진정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우와∼ 오래간만이네요」하고 인사를 받았다… 그리고, 헤어진 다음의
여러가지 일들을 이야기했다. . .  술과 담배를 그만둔 것… 열심히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는 것… 아직, 그
이후로 아무와도 사귀지 않았다는 것 등…

그리고 용기를 내어, 과거 사귀었던 때 사실 많은 빚을 지고 있었던 것도 될 수 있는 한 밝게 이야기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게 빚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당시 나는 한달에 15만엔 정도를
벌었는데, 딱히 돈을 크게 쓰는 곳이 없어보이는데도 전혀 돈을 모으지 못하고 매번 돈이 없어 시달리는
모습을 보였고, 그런 것을 보면 누구나 안다며 웃고 있었다.

내가 헤어지자는 말을 꺼냈을 때, 그녀도 사실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은 것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 . 오히려 고민에 대해 한 마디도 꺼내놓지 않고 아무 말 없이 자신에게서 손을 땐
나에게 조금 감탄했다고도 말해주었다.

될 수 있는 한 밝게 행동하고 있었지만, 그 시점에서 난 눈물을 줄줄 흘렸다. 허리띠를 졸라매어 현재 빌린
돈을 모두 갚은 것을 알렸으며 진지하게 사과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나와 헤어진 이후 아무와도 사귀지 않은
모양으로, 난 다음 날 그녀에게 다시 사귀어달라고 고백했다.

우리들은 4년 전, 행복했던 나날로 되돌아갔고 얼마 후 나에게 저금이 200만엔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자「정말
열심히 하셨네요!」하고 말해준 그녀. 지금은 결혼 이야기가 진행 중이며 얼마 전에는 양가의 상견례도 마쳤다.

이 행복을 두번 다시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절대로 돈을 빌리거나 하지 않기로 마음 속으로 맹세했다.
그와 동시에 운명이라는 것은 정말로 있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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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심으로..... 2007/08/30 0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글.....ㅠ_ㅠ

  2. HelpYourself 2007/08/30 03: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훈훈하긴 한데, 세상이 어수선하다보니 마음 한구석에선 왠지 '이거 또 소설아냐?'하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군요. 쩝, 여러 모로 씁쓸한 느낌입니다...

  3. www 2007/08/30 03: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차피 2ch에 올라온 이런 류 글들은 진위를 전혀 알 수 없지만(글 쓴 사람만이 알겠죠...) 그보다도 뭔가 '당연히' 반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반전이 없네요 ㅎㅎ

  4. Manglobe 2007/08/30 0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전이 없는게 반전!

  5. 나나미 2007/08/30 0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저도 반전이야기인줄 알았지 뭐예요 O>-<...
    2ch 스레를 매번 읽다보니 이런 증상이 wwwwwww

  6. 후티오 2007/08/30 12: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췌.. 300만엔 고액 빛은 어쩌다 지게 됬는지 설명점;;

  7. 시노하라 2007/08/30 1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반전 없는게 약간 의문이었지만, 이렇게 가슴따뜻한이야기 너무 좋아요.ㅜㅜ

  8. 감청 2007/08/30 1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게 악착같이 모으는 사람이 2ch할시간은 있나보네<

  9. 하루 2007/08/30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상상속의 여자로군...ㅋㅋ
    가슴따뜻해지기는...열받는구만

  10. 꼬마 2007/08/30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훈훈하다.

  11. dfgdf 2007/08/30 1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리플이 없는 본문만 쏙 있으면 반전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니까요ㅇ<-<
    그런데 한달에 15만엔 번다는 놈이 돈 갚기전에는 6만엔 아파트에서 살았다니...

  12. 길손 2007/08/30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희망을 주는 훈훈한 이야기

  13. 핑크로봇 2007/08/31 0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나만 반전을 생각한 건 아니었군. ;;

  14. MunFNS 2007/08/31 0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자가 '이때쯤이면 200만엔정도는 있겠군'하고 접근했다고 생각하는 나는 이미 막장인가.

    • 으음... 2007/08/31 04: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상견례후에

      실은 여친이 숨겨둔 빚이 있다는것이 밝혀져

      결국은 다시 빚갚는 길로 들어섰다는

      글은 예상한 저는 이미 목을 맬 준비가....

  15. 2007/09/01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6. 흠.. 2007/10/05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는 사회생활을 전세담보대출과 함께 시작했지.

    5000만원의 빚을 지고 시작해서 2년만에 다 갚았어. 물론 당시에 아내와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고, 온라인 뱅킹으로 급여가 들어오자마자 뒤도 안돌아보고 200만원씩 갚아버렸으니까 가능했던 것 같아.

    그 때처럼 검소하게 살면 좋으련만, 애아버지가 되고 직급이 올라가니까 이래저래 새는 돈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덕분에 나는 별로 저축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