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돌아가신 우리 할아버지는 암 말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일체의 치료를 거부하여, 의사나 간호사가 다
얼굴을 일그러뜨릴 정도의 고통을 견디어가면서 돌아가셨다.

몸 구석구석에 암이 전위하고, 하다못해 고통을 덜하게 하는 치료조차 아들(아버지)이나 딸(고모)이 간절히
바랬음에도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그런 치료를 하는 것을 절대로 승락하지 않았다.

장례식이 끝난 후, 할아버지와 평소 친분이 깊으셨던 오랜 친구분이 할아버지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 편지는
할아버지가 생전에 준비해 둔 것이라고 한다.



편지 안에는 할아버지 자신이 가족을 슬프게 하면서까지, 그 괴로움을 견뎌가며 고생 끝에 죽은 이유가 쓰여
있었다.

20년 전, 손자 중 하나가 생존율 20% 미만의 난치병으로 투병하고 있었을 때, 할아버지는 신에게 맹세했다고
한다. 자신은 차후에 그 어떤 병이나 부상을 당하더라도 절대로 의사에게 치료받지도, 약을 먹지도 않을테니
제발 손자만큼은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한다.

다행히 그 손자는 무사히 수술도 성공했고, 성장해 성인이 되었다. 손자의 성장을 끝까지 보고 확인하였기에
더이상 미련은 없다. 다음은 이제 자신이 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뿐. 그러므로 가족은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만족하며 일생을 마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씌여져 있었다.
당시 그 손자는 한살도 채 안된 갓난아이로, 병에 걸렸던 사실조차 기억하고 있지 않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결심을 끝까지 관철하며 일생을 마쳤다.
그 손자인 형은 장례식에서 펑펑 울었다.
물론 나도, 다른 손자들도 모두 울었다.



글재주가 부족해서 이 이야기를 멋지게 쓸 수 없는 것이 분하구나. 어쨌든 우리 할아버지는 정말로 대단한 분
이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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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01 2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아버지..ㅠㅠ
    그렌라간 최종화 보고와서 이유는 없지만 감동 두배.

  2. 감자 2007/10/01 23: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멋진분 ㅠ

  3. 웨R 2007/10/01 2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비슷한 이야기..어디서 본듯한 기억이?;;;;;;;;;;;;;;;;;;;;;;;;;;;;;;(테클은 아닙니다;;;)
    어디지...ㅠㅠ;

  4. 뭔가 2007/10/02 0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손자가 자신이 아니라 형이라고 하니 어쩐지 신뢰도 급상승...
    짠한 이야기군요...;ㅅ;

  5. 나나미 2007/10/02 02: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조부모님의 내리사랑은 정말 일방적이고 희생적인 사랑임에 틀림이 없네요 ;ㅁ;

    별로 그런거 못 받아보고 자랐지만

  6. 피오 2007/10/02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으.. 눈물이 울컥 나네요

  7. 준준 2007/10/02 09: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얼마전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 지는군요.
    이불에 오줌이라도 싸면 당신과 자리 바꾸어 주시고
    늘 이뻐 해 주셨었는데...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나는 할머니를 잊고 살았었죠.
    돌아가실때 수척해진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더라는...

  8. 쓰레기단장 2007/10/02 09: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기... 모두들 감동하시는 중에 죄송한 얘기지만
    신에게 빌 때 보통은 재산을 기부한다거나, 착한일을 하겠다거나, 아님 성직의 길을 간다거나.
    보통 그런걸로 빌지 않나요? 치료를 안 받는다는게 딱히 다른 사람이나 신님께 도움이 되거나
    선행이 되는것 같지는 않은데...-_-;;;
    ...
    아 그렇다고 해서 할아버지의 기도가 헛되었다는 건 아니고, 자랑스러운 할아버지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

    • 사과 2007/10/02 1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행에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손자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맞바꿨다'는 데 의미(ㄷㄷ)가 있겠죠?^^

    • 카가미모에 2007/10/02 19: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안 사실은 주사랑 수술은 아야하잖아.
      무서워쪄 .... ... .. . 라는 결말을 바라시는건가요 ㅋㅋㅋ;;

  9. 타마누님 2007/10/02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의 괴로움을 손자의 행복과 맞바꾼다는 헌신적 사랑이군요...

    아, 눈에서 땀이...

  10. 크랏세 2007/10/02 1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만약 암이 걸린다면 치료 절대거부. 정말 걸린사람들 항암치료하는거 보면 안쓰럽습니다..
    말기가 되면 그저 시간이 늘어날뿐이니, 양보다질을..(그런가 보자꾸나 -_-)

  11. 카가미모에 2007/10/02 1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병원에 있을때 별의 별 환자들을 봤던 기억이 되살아나는군요..

  12. 아스나리카 2007/10/03 2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아버지ㅠㅠ멋지시네요 정말로ㅠㅠ

  13. Retina 2007/10/11 1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암은 조기발견이 중요하다는건가요..

  14. 뺑돌이 2007/11/14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장례식이 끝난 후>, 할아버지와 평소 친분이 깊으셨던 오랜 친구분이 할아버지의 편지를 건네주었다.

    그 손자인 형은 <장례식에서> 펑펑 울었다.

    시제가....

  15. 2007/12/29 2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6. xym 2008/12/24 17: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용기와 의지가 고작 미신에 소모된다는 게 더 가슴이 아프다.

  17. 어라 2011/04/17 1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 미신에라도 기대고 싶을 만큼 절박한 상황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