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이별

5ch 컨텐츠 2008/05/05 00:01
「 나를 버리지 마!」하고 똥은 말했다
항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똥을 버렸다
항문은 뭔가 똥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뻐끔거렸지만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똥을 버렸다

똥은 웅덩이에 누웠다
미련이 남은 모습으로 항문을 올려보았다
물 속에 잠긴 똥은
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해도
이미 그것이 눈물인지 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항문은 이별의 입맞춤을
흰 손수건으로 닦았다
흰 손수건에는 똥이 남긴 다갈색의 자취가
남겨졌지만 그것마저 웅덩이에 내던져졌다.
마치 똥을 덮어 가리듯이

그런 슬픈 이별을
거시기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몰래
그 슬픈 이별을 지켜볼 뿐
그저 몇 방울의 눈물을
뚝뚝 흘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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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나가던 손님 2008/05/05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슬픈 시입니다.

    그런데 거시기는 누구를 위해 눈물을 흘린걸까요?

  2. 12532525 2008/05/05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버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3. 2008/05/05 0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쿨럭.쿨럭쿨럭. 사이다 마시는데 뿜었다...ㅇ<-<

  4. 사과사람 2008/05/05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쿨럭;; 뭔가 가슴에 사무치는 시군요;;

  5. 2008/05/05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당히 오랜만에 일등 해보는데 이런 슬픈 시라니...

  6. ke 2008/05/05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ω;)슬픈 이야기구나...

  7. ^ 2008/05/05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똥같은 이야기...

  8. graygirl 2008/05/05 0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퍼해야 하는데...

    슬프지가 않아...

  9. 12532525 2008/05/05 0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되는건가.. 이 순식간에 달리는 1등관련 댓글들은..

  10. sniperking 2008/05/05 0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런 슬픈 시를 읽고있지만 제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군요

  11. 흑변 2008/05/05 0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올해에 시 베스트10에 들어갈만한 명작!

  12. 애무 2008/05/05 00: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제 똥... 쌀 때마다 슬퍼지겠지...

  13. 레반테인 2008/05/05 0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목 안쪽이 간질간질해.....

  14. 고찰 2008/05/05 0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상상하며 봐버렸어.. 특히 저 뻐끔거리는 부분을 상상한 건 꽤나 고통이야..

  15. Q 2008/05/05 0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덴장 밥먹는 중이었는데[...]

  16. 위니 2008/05/05 0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단한 감수성의 소유자이군요..

  17. 네모난못 2008/05/05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침에 일어나서 똥 누고 이걸 읽었더니 착잡하구나. 똥한테 잘 가라고 인사라도 할 걸 그랬나.

  18. 애무 2008/05/05 1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적인 시에 자극받아 저도 한번 써봤습니다.

    제목: Self Service

    내 손에 애정을 담아
    조이스틱을 고이 감싸쥐고
    부드럽고 힘차게
    힘차고 부드럽게
    강약약 중약약 익숙한 패턴

    황홀한 마찰력
    상상력 풀가동
    절정의 리퀴드
    순백의 포물선

    오늘도 난 새 생명의 가능성들과 작별한다

    얘들아,
    고작 티슈라서 미안해요
    못난 아빠를 용서해주렴

    • ^^ 2008/05/06 0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강약약 중약약이 익숙해져버렸다면 전통의 자진모리장단에 맞춰보시는 것도..-_-
      덩 기덕 쿵 더러러 쿵 기덕 쿵 덕

    • Manglobe 2008/05/06 05: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두번째 연에서 뿜었습니다. XD

    • 지나가던 손님 2008/05/06 2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 의 치가떨리는 패턴도 있습니다.

  19. TECCI 2008/05/05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다음은 그의 시체를 처리하는 부분인
    '똥을 굴리자' 편으로...

    • 챠챠 2008/05/05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데굴데굴... ('ㅅ')/ㅇ

    • CHiKA 2008/05/06 10:42  댓글주소  수정/삭제

      시에서 보이는 "물"이라는 단어는 '좌변기'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거로 물 내리면 쏴아~ 하고 사라지기 때문에 굴리기는 힘들 것 같네요.

  20. 111 2008/05/05 1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해머스럽다.

  21. CHiKA 2008/05/06 1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시는 똥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똥과의 교감이 없어진 현대인의 삶을 비판하고, 쾌.변을 위해서는 똥도 쉽게 버린다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똥’은 소외된 사람들이자 관심받지 못하는 약자를 의미하며, ‘흰 손수.건’은 남의 아픔을 보.듬고 소외.된 사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존재.이다. 새하얀 손수건(여자친구가 줬을지도 모르는)으로 똥.꼬를 닦는 모습을 통해 자기자신의 후.쟝을 위하여 소중한 물건까지 버리게 되는 이기적인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따라서 이 시의 청.자인 '항.문’은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일 수 있다.

  22. 지나가던무명 2008/05/06 2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똥같이 감동적이군요

  23. 라면덮밥 2008/05/12 03: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향기로운 문학의 향기.

  24. 망각 2008/05/17 08: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 밥을 먹으면서 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