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세살바기 딸은 난청.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아내를 부둥켜안고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난청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딸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물로 보였다.
아내는 자신을 저주했고, 나도 나 자신을 저주했고, 주위의 건강한 아기를 낳은 친구들을 시기했다.

바보처럼 쓸데없는 자존심이 높았던 나는, 주위사람들에게 딸이 난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었다.
세상사람 모두가 싫어졌다. 아내와 딸과 함께 셋이 죽어버리자고 매일 저녁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아내가 나를 향해 이상하게 손을 휘적휘적댔다.
머리가 이상해졌나, 하고 순간 겁까지 먹었을 무렵, 그녀는 말하면서 천천히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무나 사랑해, 사랑해. 그러니까 당신도 함께 힘내자」
 
수화였다. 그 때 아내의 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워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다. 며칠 째 딸의 얼굴조차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딸을 바라보며 피식 웃자, 딸은 방긋 웃어주었다.

그로부터 3년.
 
딸의 작고 귀여운 손은 오늘도 아름답게 움직이고 있다.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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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 2008/06/15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뜻해지네요 ^^

  2. 치즈크래커 2008/06/15 2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씩 나오는 일드 君の手がささやいている 가 생각나는군요.
    물론 여주인공이 맘에들어서 보는건 아닙니다.

    • 리라쨩 2008/06/15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실은 예전에 저도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 그 드라마보면서 감동해서 수화를
      공부한 적이 있어요. ^^ (결국에는 금방 다 까먹었지만)

    • coolgirl 2008/06/17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치즈크래커 님! 그 드라마 너무 예뻤죠!
      ...수화 공부를 조금 했었는데 말이 느려서 답답하다고 친구들이 상대해 주지 않더라구요. 커헉!
      리라쨩님도 공부를 하셨군요!

  3. 이노 2008/06/16 0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 보자마자
    '너의 손이 속삭이고 있어' 이 드라마 생각나네요 ㅋㅋ
    학교 일본어 시간에 선생님이 보여줬었는데

  4. AT 2008/06/16 0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물이...

  5. sniperking 2008/06/16 0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라짱 갑자기 왜이러셔요...;;
    넘 진진하게 글 읽고있는 자신을 발견할 따름입니다.

  6. sai 2008/06/16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훈훈함은 좋은거지요 네 ㅠ_ㅠ

  7. 휘바할배 2008/06/16 05: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딸의 작고 귀여운 손은 오늘도 아름답게 움직이고 있다. 말하고 있다.
    이부분 좋은데요-

  8. 4Sqd 2008/06/16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고 귀여운 딸의 손이 산이나 일출만 묘사한다면 곤란

  9. 미스트 2008/06/27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난감하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