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자취

5ch 컨텐츠 2009/11/11 20:38
도쿄로 단신부임하게 된 시절, 연휴가 되면 언제나 아내를 불러 자취방에서 함께 뒹굴었다.
어머니에게도 가끔은 도쿄에 놀러와, 라고 말했지만 복잡한 곳은 싫다며 오지 않으셨다.

그런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집에 돌아가 망연자실한 채로 유품을 정리하다보니
도쿄 가이드 북이 나왔다.

황궁부터 아사쿠사 등 가볼만한 곳마다 빨간 볼펜으로 밑줄이 쳐져있었고, 도대체 몇 번을 보신 것인지
책이 너덜너덜할 지경이었다.

아버지에게 여쭤보자, 어머니는 아들이 살고있는 도쿄에 한번쯤 가고 싶어하셨지만 자신보다는 아내를
보고 싶어할 거라며 참으셨다고.

어머니 본인은 고기를 싫어하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불고기가게 같은 곳에는 다 체크가 되어 있었다.
아마도 나와 함께 도쿄여행을 하는 것을 꿈꾸고 계셨던 듯 하다.

나는 그냥 빈말로 권했을 뿐이지만, 어머니는 권유받은 후 몇 번이나 몇 번이나 아들이 도쿄에 놀러
오라고 했다며 기뻐하셨다고.

함께 가고 싶었던 장소에는, 내 이름이 써 있고, 그런 페이지가 책에 가득 했다…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얼굴을 보았을 때보다, 장례식 때보다도 더 많이 울었다.
시골로 돌아온 지금도, 어머니가 살아계신 동안 도쿄에 한번도 부르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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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ㅇㅇ 2009/11/11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래 후회는 늦은 법이지요 ㅠㅠ

  2. 이지경 2009/11/11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get! 겟이라고!

  3. 우우우 2009/11/11 2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슬프잔아.. ㅠ

  4. 엠피 2009/11/11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퍼~

  5. 뭐... 2009/11/11 2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슬프다..

  6. .... 2009/11/11 2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로 신기한건

    이런 종류의 글은 흔해빠지고 진부한 얘기같지만 볼때마다 눈물이 난다는것...

  7. 훗... 2009/11/11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어갈수록 내가 나이가 든다는것보다

    이별의 날이 가까워온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8. -_- 2009/11/12 0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물론 우리 어머니는 살아 계시지만; 왠지 이 글을 보니 울컥하네요;;; 안그래도 매일 직장에서 무슨무슨 맛있는걸 먹고 오신다고 자랑하고 오시는 어머너긴 하시지만;;; -_-

    • 카르군~ 2009/11/13 0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맛있는 음식 먹고왔다고 자랑하셨는데 알고보니 아무것도 드시지 않고 일만 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울컥한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