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문 앞

5ch 컨텐츠 2010/01/24 15:49
중학교 때 이야기.

방과 후, 나는 귀가하려고 교문을 향하고 있었다.
내 앞에 약간 불량학생 스타일의 남학생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오사카 스타일의 화려한 패션을 한 선글래스
금발 아줌마가 저 교문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교문 바로 옆에는 또 불량학생 집단이 모여있었다.
괜히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내 앞을 걷든 불량학생은 서둘러 일행과 합류하려고 빠르게 걷고 있었다. 그러자 금발 아줌마가 그 학생 앞을
가로막더니

「너! 오늘 옷 사러 간다며!」

하고 말했다. 아무래도 아줌마는 그 학생의 엄마인 듯.

아줌마는

「그래서 이 엄마가 일부러 자전거까지 타고 왔단 말이야!」
「같이 가!」

하고 소리쳤지만, 아들은 무시. 그대로 교문 앞의 무리와 합류하려고 했다. 혼자 남겨진 아줌마는 조금 곤란해하고
있었다. 아들은 교문에 도착, 당연한듯이 무리와 합류하려고 했지만 의외로 무리는 그에게 짖궂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룹 중의 한 놈은「엄마랑 같이 옷 사러가 임마www」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들은 또

「엄마랑 같이 쇼핑하러 가~」,「왜 그래, 같이 가~wwww」,「옷 사러 가라구~」하면서 점점 더 짖궂게
말했다. 아들은「아 됐어! 집에나 가자」라고 약간 초조해 하면서 대화를 전환시키려고 했지만 그룹은
「아 엄마 곤란해하고 있잖아!」,「일부러 바쁜데 오셨는데!」하고 더 말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아 엄마랑 쇼핑가라고!!」,「엄마랑 쇼핑가!」라고, 이제 놀림을 넘어서 거의 분노에 가깝게 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는 교문을 빠져나와 무사히 그들 무리와 멀어졌는데... 저 뒤에서 그룹 누군가가 또 한 마디.

「엄마는 니가 너무너무 좋은거야! 가라고!」

하고 외쳤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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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4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마..!!

  2. 2010/01/24 16: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친구들이네요ㅎㅎ

  3. siguld 2010/01/24 1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엄마도 그렇고 친구도 그렇고 좋은 사람들이군요.

    아마 본인도 아직 어렸기 때문에 친구들앞에서 부끄러워서 그랬을뿐 속으로는 기뻤을 거라 믿습니다.

  4. 미레일 2010/01/24 17: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허 ... 허허 ,. .

    허탈하다 ㄱ-..

  5. 345 2010/01/24 18: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귀여워라ㅋㅋㅋ 다들 착하군요

  6. 록차 2010/01/24 1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다가 킥킥 웃던 나와 곤란해 하던 녀석의 눈이 마주치는데...

  7. 사탕꽃 2010/01/24 1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 딱히 엄마랑 옷사러 가고 싶어서 따라 가는건 아니야!
    니.. 니들이 가라고 하니까..////

  8. 미요릉 2010/01/24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 다들 마음은 착한 아이들이었군요.

  9. ㅇㅇ 2010/01/24 21: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러움과 배려가 섞여있네요..

  10. Belle Isle 2010/01/25 0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렸을대 비슷한 행동을 한거 같네요...

    왠지 학교로 어머니가 오시면 그게 이유없이 부끄럽던<<

    • 작은앙마 2010/01/25 09: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살짝 동의 합니다...

      특별히 티내진 못했지만 학교에 부모님이 오셨다는게 꽤나 부끄러웠죠... 어찌 아셨는지 -_- 잘 안나타나시긴 해서.... 그려려니 했는데..

      -_- 나보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을 더 잘 알고 계시더군요.....
      (어느 선생이 언제 뭐했고 누구네 부모님은 뭐하고 등등등..)

      안보이는데서 학교 관련일은 다 하신 모양이더군요...
      그냥 학교에 와도 티 안내시느라 제 앞에만 안나오신듯..

      암튼 대단하시다 느꼈습니다.

  11. :) 2010/01/25 1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귀여워요. ㅎㅎ

  12. 이 시점에서... 2010/03/12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MILF가 떠오른 나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13. 벌레 2010/04/19 0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전에는 학교나 밖에서, 친구랑 있을 때 부모님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창피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제 자신이 부끄럽기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더라구요. 그걸 인정하고서부터는 그런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가장 부끄러운건 저인데, 다른걸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