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새를 아주 좋아해서, 집에서 기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집 앞에 빵 부스러기 등을
뿌려 인근의 참새나 비둘기, 까마귀 등에게 모이를 주곤 했다. 그러나 새들이 모여들면 당연히 새똥같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웃의 항의도 들어왔다. 어머니는 인근 주민들께 사과를 하고, 길 가의 새똥을
청소하는 것으로 양해를 구했다.
이튿날 아침, 평소처럼 새들이 모여오자 어머니는 모이를 나눠주면서 말씀하셨다.
「너희들, 여기서 계속 밥 먹으려면 볼일은 다른 곳에서 보고 와. 그리고, 밥먹을 때는 조용히 해」
라는 식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 빵 부스러기를 나눠주셨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그 이후로 인근의
새 똥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었다. 어머님의 길가 청소를 도울 때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지만, 당시 분명히
그 새들은 울음소리도 거의 내지 않았다.
눈에 띌 정도로 새 똥의 양이 줄어들었고, 더이상 새들도 떠들지 않게 되었으므로 인근 주민들도 고개를
갸웃하면서 어머니가 새들의 모이를 주는 것을 묵인하게 되었다.
「너희들도 참, 먹는 욕심도 많구나」
하고 어머니는 웃으면서, 변함없이 먹이를 계속 주었다.
그리고 1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어머니는 노화로 쓰러지셨고, 앞날이 별로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으
셨다. 어머니가 입원해하고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 없어져도, 새들은 평소 그 시간만 되면 죽 모여
들어 30분 정도 거기에 있었다.
「이제 어머니가 더이상 너희들 모이 못 주셔」
그렇게 말해봤자 새들이 알아들을 리도 없고, 그렇게 1주일, 1개월이 지났음에도 새들은 계속 모여들었다.
어쩔 수 없이 내가 가끔 모이를 나눠줘도, 새들은 먹지 않았다. 30분쯤 그렇게 기다리다가 어머니가 나오지
않으면 날아가버린다. 그런 상태가 한달 정도 계속된 며칠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장례식 날 아침, 지금까지 전례가 없었을 정도로 엄청난 수의 새가 집 앞의 전깃줄에 모여들었다. 물론 새
똥도 싸지 않고, 돌아다니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오직 거기에 앉아있기만 할 뿐이었다.
출관 때 까마귀가 몇 마리 소리높여 울었고, 그에 맞춰 모든 새들이 일제히 날아가버렸다. 매우 이상한 광경
이었다. 아마 어머니와 새들 사이에 어떤 끈끈한 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내가 매일 아침 빵 부스러기를 뿌리고 있다. 변함 없이, 새들은 깔끔하게 모이만 먹고 떠날 뿐 똥을
싸거나 시끄럽게 울거나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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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보기 드물던 기묘한 이야기나 어메이징 스토리같은 분위기의 이야기네요;
뭔가 신비로우면서 한편으로는 오싹하기도 한;;;
신비로우면서도 오싹한, 딱 맞네요;
전에 '세상에 이런일이' 에서 비둘기 아저씨랑은 딴판이네요.
그아저씨네 집안과 집밖은 온통 비둘기똥 천지.
-_-;
비둘기를 보고 괜히 닭둘기라 그러는 게 아닌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