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잔고를 확인하면 눈물부터 차오르는 슬픈 현실을 타계하기 위해, 저는 지난 몇 주일간을 아르바이트
사이트와 씨름했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눈에 띄는 아르바이트는 없었고, 어쩌다 한번 눈에 띄는 것이 있어
연락해보아도 "이미 다른 사람 채용하기로 했는데...조금만 빨리 전화하시지. 죄송해요" 또는 "최소 3개월
이상 6개월 정도는 해주셔야 하는데. 단기 알바는 좀 곤란하네요"라는 말들 뿐. 불안감과 암담함만
하루하루 높아갈 뿐이었습니다.

프로복싱 플라이급 국내랭킹 6위까지 올라갔음에도 너무나도 암담한 국내 복싱계의 현실 앞에 무릎을
꿇고 결국에 NEET가 되어버린 친구(이 친구가 작년에 권투로 번 돈은 딱 한 경기, 그 파이트 머니였던
20만원 뿐입니다. 스폰서가 더이상 붙지 않는 국내 복싱계에서는 승패를 떠나 경기 자체가 잡히지를
않거든요. 국내 복싱계의 몰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전 그 친구에게 종종
"연봉 20만원"이라는 농담을 건내곤 했었지요)와 함께 항상 "야, 너 알바자리 구했냐?" / "아니" 하는
대화만 가끔 문자로 주고 받는 절망적 상황.

그리고 아시다시피 얼마 전의 뜻밖의 기회였던 만원권 신권 대리구매 아르바이트가, 금요일 낮부터
구름같이 모여들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물거품으로 돌아간 이후! 친구는 모 대형 유통체인의 보안팀
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도 같이 하고 싶었지만 단기알바는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홀로 남게된 저에게...
드디어 또 한번의 찬스가 돌아왔습니다.

친척분이 건설회사를 운영하시는데, 이번에 근처에서 병원 리모델링 건이 생겼다며 와서 일하지 않겠냐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더이상 가릴 것이 없던 저는 곧바로 승락했고, 결국 저는 일을 하게되었습니다.

...막노동 을.

과연 "힘든 일"의 대명사로 쓰이는 노가다/막노동답게, 이거 정말 굉장합니다. 저는 리모델링 공사라고 하길래
그냥 막연하게 '조금은 편하지 않을까', '그래도 실내니까'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게 또 그렇지도 않더군요.
일단 하는 일은 그냥 보통 노가다 현장하고 똑같고, 아니, 안의 벽이며 바닥이며 다 부수고 그것을 치워가며 하는
공사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더 안 좋은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 게다가 야외현장이 아니라 실내 공사다보니
먼지가 정말 장난 아니네요. (특히 낡은 병원이라 천장이 석면인데, 그걸 부수고 치우고 하자니 이거 조금 겁날
정도입니다. 폐암행 KTX 탑승완료?) 마스크를 쓰고 해도 속이 매케하고 코가 콱콱 막히네요.

게다가 병원공사라서 아랫층에는 환자가 다 있기 때문에 공사기한을 늦출 수도 없는 실로 '시간과의 전쟁인 현장
+ 실내라서 비온다고 공치는 일 없다'라는 환경. 무엇보다 판판히 놀다가 갑자기 이렇게 힘든 일을 하려니 이거 뭐
요령이 있나 그렇다고 힘이 장사인가, 모두 아닌 만큼 무작정 이 악물고 용쓰며 자재 나르고 안에 부순 돌이며 쇳
덩어리며 다 옮기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보니 팔에 알이 배겨 타이핑하기도 손이 벌벌 떨리네요. (그런 주제에
길게도 썼구만...)

그렇게 땀 흘리며 돈을 벌고 있습니다.

...근데 오늘 마침 휴대폰이 고장났네요. 이뭐, 피같이 번 돈이 허무하게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3줄 요약

1. 나 요새 노가다 뛴다. (고로 힘들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포스팅이 다소 뜸해질지도 모른다)
2. 휴대폰 고장났다.
3. 모두들 힘내라고 응원해주세요.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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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추가 - 현장에서 노동 중인 리라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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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피 2007/01/28 2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세요. (...)

  2. 123 2007/01/28 2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같이 벌어 말에게 쓰자.

  3. snowall 2007/01/28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든건 절대 어이없는 이유가 아니죠.

  4. 남권우 2007/01/28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와 비슷한 상황이;;
    마스크는 제대로 된 공사용 방진마스크 착용하시고 작업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5. 알켓더라즈 2007/01/28 2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홧팅입니다. /ㅠ..ㅠ)/

  6. ticknac 2007/01/28 2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몸을 움직이는 일은 초반에는 참 고되지만서도
    하면서 몸이 일에 익숙해지면 그담부턴 슝~ 하고 됩니다

    열심히 하시고 건강하게 돌아오세요~

  7. JellyPo 2007/01/28 2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줄한줄 읽어내리다가

    '힘든 일을 하다가 자재가 쏟아져 내려 거기에 깔리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라는 문장이 나올줄 알았는데, 개그가 아니었군요.

    ...NEET 탈출 대단하십니다(-방학하고 신문 넣을 때 빼고 집 문을 나가보질 않은 사람).

    • unlack 2008/03/12 15:27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역주행 하다가 아는 분을.
      다른 사이트에서 아는 사람만나는 건 처음이네요. 라지만 작년 1월 글이네

  8. kabbala 2007/01/28 2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막노동을 하려면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요? 해본지가 오래되서 방법을 모르겠어요; 새벽에 길가에 나가 있어야 하나;;;

    석면에 관해선 아래 글 참고하셔요:
    http://www.clien.net/zboard/view.php?id=free&no=370956
    http://jmle.tistory.com/entry/석면과-일본정부

  9. Mr.Blue 2007/01/28 23: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자.

    ... - _-b

  10. 잭 더 리퍼 2007/01/28 2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가다...ㅠ_ㅠ
    용역사무소 통해서 가면 사무소에서 일당에서 만원 빼먹고 ㅜ_ㅜ
    하루에만 세번 죽을고비 넘긴적도 있죠.
    감전사[전기가 흐르는 전기줄! 들고 가슴높이의 물에 들어감]
    전락사[트럭 짐칸에 타고 있다가 차가 덜컹거려서 튕겨 나갈뻔 함]
    두부 함몰[누군가 나를 보고 어!어!하길래 고개를 숙였더니 길이15미터 폭50센티의 H빔이 머리위를 붕~하고 스쳐 지나감]
    부디 몸조심 하시고, 천장에 텍스같은거 있으면 방진마스크 쓰시고 가급적 깨지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11. pilza2 2007/01/28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히키코모리 소설 『NHK에 어서 오세요!』에서도 주인공이 결국 돈이 떨어지자 막노동에 나서게 된다는 결말이 눈앞을 흐리게 만들던데(…). 그래도 걔는 쉬운 일 하던데요. 그냥 도로에서 탐침봉 흔드는 교통통제 역할 같은 거……. 보수는 좀 적을지 몰라도 그런 쉬운 거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괜히 몸 다치면 돈 더 들어요.

  12. Tabris 2007/01/29 0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석면이라....
    정말 불가피한일이 아니면 석면 다루는 일은 손도 대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위의 clien링크해주신 분 글이 있는데 그거 꼭 읽어보시길. 받는 돈보다 나중에 후유증이 더 클지돔 모릅니다.

    • 리라쨩 2007/01/29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겁나기는 하는데, 근데 또 저거보니까,설마설마 싶기도 하고... 괜히 제가 뭘 잘못 알고
      오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

      제가 일하는 곳의 그 석면으로 의심하는 건 아미텍스고, 그 모양은 딱
      http://newkoman.mireene.com/amitex-3.jpg
      요거인데, 어디의 기사보니까 국내에 시판되는 건 전부 석면이 포함된 제품
      이라는 소리도 있고, 저건 KCC의 무 석면 제품이라는 소리도 있는데, 궁금한
      것은 무 석면 제품 출시 이전의 아미텍스 디자인도 저것과 같나요? 다르다면
      안심해도 될 것 같기는 한데.

  13. 고등학생 2007/01/29 00: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디 몸조심하세요.... ;ㅁ;

  14. laystall 2007/01/29 0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날씨 많이 풀렸지만 그래도 밖에서 일할라치면 만만찮지요. 힘내시는 것도 좋지만 건강 조심하세요. :)

  15. 꼬마 2007/01/29 0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이팅!

  16. rnsr 2007/01/29 0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세요~

  17. 지나가다2 2007/01/29 0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이쿠 건강조심하세요

  18. 애독자 2007/01/29 05: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재미 있게 보고 있습니다. 힘내세요ㅠㅠㅠㅠ

  19. 잭 더 리퍼 2007/01/29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건 교실 천장에 붙어 있는 놈이군요.
    당연히 수십년 전부터 저 디자인이 쓰였고, 무석면 제품은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테니...
    가급적 빨리 그만 두시는게;;
    결국 목구멍이 포도청인가;;;

  20. hyet 2007/01/29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몸 조심하세요 ~

  21. ㅂㅈㄷ 2007/01/29 1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저 조심하라는 말밖에는...

  22. 키리코 2007/01/29 12: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작스레 이런 하드한 일을;
    힘내시고, 몸조심하세요.

  23. 디온 2007/01/29 17: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저임금에 마구 부려먹히는 노가다를 하고 있습니다만....
    근육통은 처음 3일만 이를 악물면 그 뒤로는 거의 없어지더군요. 힘 내시길.

  24. hisui 2007/01/29 20: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는 자리라도 있음 소개좀...ㅠㅠ

  25. MR.여 2007/01/29 21: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용산에는 이맘때부터 인력이 부족해지기 시작하죠... 보통 식대제외 월급100이 기본입니다. 단기로하면 시급4000원정도 하는군요. 배달일이라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막노동보다는 편할듯 하네요...

  26. 이사유 2007/01/30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 하다 하믄 파스 값이 더 든다는 그 막노동을 하시다니;ㅁ;ㅁ; 힘내시구 몸 조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