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다니던 회사의 일.

2월에 신입사원으로 회사에 채용되어 들뜬 마음으로 근무를 하던 중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사장님이
평상시에는 오지 않던 우리 여자 사무실에 슥 들러 속을 내비친다.

「OO백화점, 벌써부터 발렌타인 데이 때문에 축제 분위기더라구」
「다음 주가 벌써 발렌타인이라던가?」
「허, 허」

사무실에 있던 아무도 그 말에 별달리 상대를 하지 않았지만, 사장이 나가자 상사로부터 바로 귀뜸을 받았다.

「모두한테 300엔씩 걷어서, 네 명의로 OO백화점에 지정해 둔 술을 구입한 후에 발렌타인 데이 포장으로
  사장에게 보낼 것」

초콜렛도 아니고 왠 술…? 하고 묻자 돌아오는「사장은 초콜렛을 싫어해서」라는 평범한 대답. 하지만 왜
내가 그래야 하지? 하던 생각은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고, 어쨌든 직장상사의 지시니까 시키는대로 했는데
그제서야 그 이유를 들었다.

「매년 화이트 데이에는 영업정산 및 화이트 데이 기념 회식을 하는데, 예산은 한 명당 1만엔까지 허용하는
  꽤 호화로운 회식을 해. 게다가 총무와 가게 선정 권한은 그 해의 신입사원에게 주어지거든. 그러니까 뭐
  그에 대한 사전 보답같은 것이랄까」

300엔 내고 1만엔짜리 회식? 무려 33배의 반환! 게다가 신입사원인 내가 가게를 마음대로 고른다고?
정말 좋은 회사야!

그로부터 몇 년 후.
그 해의 신입사원이 선택한 가게는 뜻밖에 1인당 3500엔짜리 선술집. 선술집을 좋아하는 앤가? 하고 생각
했는데, 다 끝나고 계산할 때 사장이 카드를 건내주면서「응, 어이 총무가 가서 계산하고 와」라고 지시
하자,

「에―, 카드? 머리 수 X 만엔의 회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그럼 남은 예산은?」하고 떠들기 시작했다.

왜 그러냐고 캐묻자, 현찰로 회식비를 주는 줄 알고 일부러 싼 가게를 골라서, 남은 예산을 삥땅칠 생각
이었던 것 같다. 어이, 네 생각대로라면 무려 수십만엔을 삥땅치는 거라구…  명품 옷이라도 살 생각이었나.
개념없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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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고자라드 2007/02/14 23: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념없기는!

  2. itsme 2007/02/14 2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개념없군요-_-;

  3. snowall 2007/02/15 0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걸 신입한테 시킨 경력직이야말로 개념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싶어집니다 -_-;

    • 코끼리엘리사 2007/02/15 03: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본문중에 보면 '선정 권한은 올해의 신입사원에게 주어진다'라고 나와있어요.
      좋게보면 나름대로 신입사원의 애사심을 고취시키기위한 사장의 배려?

    • snowall 2007/02/15 0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못보고 지나친 문장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사장의 음모 아닐까요.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한...;

    • -_- 2007/10/05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매년 그래온것을 봐서는 사장은 그런 음모를 할 사람은 아니야.

  4. 아스나리카 2007/02/15 00: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신입 입장에선 뭔가 억울하겠네요,,

  5. 남권우 2007/02/15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신입한테 시켜서 다행이네요. 싹수가 더 노랗게 되기 전에 얼른 쳐낼 수 있으니깐요 :P

  6. hisui 2007/02/15 07: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념없기는!

  7. 라랄라 2007/02/15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싹수가 노랗다'의 예시가 되는 사례...

  8. 일취 2007/02/15 2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짜 싹수가 노랗군요.
    어쩌면 신입들을 대상으로 한 모종의 테스트일지도?

  9. 사헤라 2007/02/20 14: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사가 나쁜 놈인줄로 착각해서 몇번이나 다시 읽었어요ㅎㅎ;;

  10. 브브 2007/10/26 2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게다가 눈치없이 떠들다니
    얄미워,

  11. 작은악마 2008/10/29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는 내내... 내 동기녀석이 생각나서 한마디...

    동아리 동기로써 나름 성격좋은 넘이라고.. 잘 대해준넘이 있죠..
    매번 술집에 갈때면 돈 걷고 하는것도 도맡아 하고 모자란건 내가 낼께~ 하며 말하죠..

    근데.... 이상한겁니다.. 애들이야. (후배들) 고맙습니다~ 하고 말곤 하지만....

    부족할리가 없는데... 부족하다고 말하며 오늘도 내가 만원 더 냈네~ 오늘은 3만원이나!
    식으로 말하는겁니다...

    그럴리가.... 내가 안주며 술을 몇병시켰는지 아는데....
    (저도 총무일을 많이 해와서리.. 이런거에 예민하죠..)


    그뒤로 좀 봤습니다...

    아니나다를까...


    남겨먹고 있더군요.... -_- 아주 그림같은 솜씨는...
    다들 먹고 싶은 만큼 먹어~ 시키고 싶은거 시켜~ 그러면서...
    결국 자기가 이게 맛있어! 이게 좋아~ 하며 안주며 술이며 시키고...
    대충 만원씩 걷게되는 회비에 넘어설것 같으면 장소를 옮기자고 말해버리며 일으켜 세우고
    걷은뒤.. 1차는 자기가 보테서 낼께~ 하며 내고 가는겁니다...
    애초에 먹고 싶은대로 시켜~ 시키고 싶은거 다 시켜~ 식의 말을 들었으니...
    사람들은 왠지 더 시킨것 같은 느낌을 받는거죠...

    그러면서 고맙다고 하고 가지만.. 실제로는...

    자기는 회비도 안냈고.
    심지어는 남겨먹고 있었다는것...

    참 얄미운데.. 동기녀석이 저러는데.. 말하기도 그렇고~

    그냥 두어번 절대 -_- 회비를 넘어설 가게를 데려가서.. 정말로 보태서 내게 만드는 소심한 복수를 한게 다인데....
    너무 두고 두고 그짓을 해서 보기 별로더군요....
    나말고 눈치 챈 사람이 있을까가 더 궁금하고 -_-...

    회사돈 삥땅이면.. 그래도 봐줄만한데...
    애들끼리 모은돈을 삥땅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