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영업일 때문에, 카탈로그나 상품견본, 수십종의 자료를 들고 전철로 다니면서
영업을 하곤 했다. 나도 자동차 면허를 갖고 있기는 했지만 신참 여직원에게 회사차가 주어질 리 없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발이 너무나 아팠다. ecco의 비교적 굽이 낮은 펌프스를 신고
다녔지만, 그런데도 매월 구두를 바꿔야 했을 정도로 많이 걸어다녔다. 그렇게 팅팅 부은 발로,  집에
돌아갈 때는 스니커즈를 신고 돌아가기도.

그러던 어느 날, 회사에 자료를 가지러 갔다가 빌딩 엘리베이터가 오후 11시가 지났다고 운행을 중지
했다··orz

8층까지 구두를 벗고 손에 든 채, 가방과 봉투를 껴안은 채 계단으로 올라가며,

「다리 너무 아프다··아파 우우(반울음) 힘내자, 힘내자구! (그날 안으로 보고서를 정리하지 못으면
   봉급이 깎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ω;`)」

그렇게 울먹이며 중얼거리던 모습을 우연히 상사가 발견했다.

상사 「··괜찮은거야?」
   나 「네, 이번 달 분 보고서만 올리면 되니까, 어떻게든 될 겁니다」
 

그리고 얼마 후, 보너스가 나오는 날, 갑자기 같이 회식 한번 간 적 없는 그 상사가 나를 불렀다. 별로
명품과는 인연이 먼 나로서는 가본적도 없는 긴자의 페라가모 본점으로 말이다.

우리 회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업종이었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뭔가 이유가 있겠지
하며 가보자, 놀랍게도 나의 구두를 사주었다. 그것도 6만엔이 넘는 비싼 갈색의 투톤컬러구두.  너무
놀라며「이런 선물은 받을 수 없어요」라고 하자,「그만큼 열심히 일해서 회사에 갚아」라고·· 
그래서「이런 비싼 구두를 신고 다닐만한 곳도 없구요」라고 하자「평상시에 신고다녀」라는 것이었다.

나는「그렇지만··(이렇게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아파서 아마 절대로 걸어다닐 수 없을텐데)」하고
속으로 생각했지만,「괜찮으니까, 신어봐」라고 재촉받았다.

가게 안에서 20분 정도 신어보자, 딱히 쿠션이 있는 소재의 안창이 아닌 것 같은데도 전혀 아프지 않았다.
너무 놀랐다. 한마디로 안락, 신는 것 자체가 안락한 느낌.

과연
세상사람들이 비싼 구두를 사는 이유를 깨달았다.

결국 반년 후에는 영업용 차량를 받을 수 있었고, 전처럼 발이 너무 아파 울면서 집에 돌아갈 일 따위는
없어졌다. 그 구두도 1년 정도 신었을 무렵 망가져버렸지만,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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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14 2007/12/08 23: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라가모 구두를 만드는 것을 한 프로그램에서 본 적이 있는데, 발 아래쪽 움푹 들어간 부분을 지탱하는 금속의 아치를 넣어 발을 편하게 하더군요. 저희 어머니도 면세점에서 떨이세일하는것을 사서 신으시고는 다른 신발은 못신겠다고 하세요. 왠지 신어보고 싶지만... 저 가격이면...OTL

  2. wetsea 2007/12/08 2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멋진 상사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남자 상사일 리는 없겠죠?

  3. 143 2007/12/08 2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물건은 또 모르겠지만, 신발은 확실히 비싼 거 신어야 좋은 듯 합니다_-;
    비싼 게 발이 편하더라구요. 싼 신발은 망가지기도 금방 망가지지만 발이 빨리 피로해진달까.
    4만원짜리와 9만원짜리 신어보고 내린 결론-_-..이니까 수십만원대 구두로 가면 그 차이는...

  4. 마스카 2007/12/09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라쨩.. 중간에 오타요ㅠ
    "놀랍게도 나의 누구를 사주었다"

  5. 으음 2007/12/09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갚아'죠...
    랄까 훈훈한 얘기지만 유부남 상사라면ㄱ-?

  6. 근데 2007/12/09 0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ch에 요즘 웃긴이야기가 안올라오는건지 리라가 유머센스가없는건지 글들이 재미가없다. 괴담관 문닫은것도 왠 찌질인가 싶고.

    • 리라쨩 2007/12/09 0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헐..나 삐졌뜸

    • 미소녀 2007/12/09 0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맛 리라짱님의 귀여운 댓글 센스
      그나저나 괴담관 좀 열어줘요~ 갑자기 괴담관이 그립다

    • 고고싱 2007/12/09 0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 니가 직접 가서 재밌는거 찾아와
      익명성을 뒤집어쓰고 비꼬지나 말고
      개인적 공간인 블로그에서
      내 취향대로 안올라온다고 시비거는건 뭐야
      생전 구글애드센스 한번 클릭 안하는놈이
      불만만 가득해가지고 대가리에는 똥만 찼지

    • 엘시캣 2007/12/09 09:30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안~

      내가 더 미안~

    • 지나가던무명 2007/12/09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질수없뜸

    • 시노하라 2007/12/09 1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왕ㅋ굳ㅋ

    • steelord 2007/12/09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인테리어가 후지네' '벽지 색깔이 촌스럽네' 라고 지껄이는 건 정상인인가요? 그런건 모델하우스에 가서 떠들면 되는 겁니다. 여긴 당신한테 뭔가 이익을 기대하고 연 곳이 아니니까 마음에 안들면 [닭]치고 안오면 되는 것이에요.

    • 감청 2007/12/09 15: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맘에 안드는 댓글은 보통 삭제하기 마련인데..

      ...혹시 지능형 안티 비슷한 리라짱의 자작극?!?!<얌마

    • 마일드세븐 2007/12/09 15: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각해보면 남의 집에 놀러온거니 선물로 휴지는 못들고 올 망정 스폰서 클릭 정도는 해줘야 되는 거군요 ㅎ

    • ㅎㅎ 2007/12/09 2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괜히 리라쨩님 삐져서 글 안 올리실까 두렵네;
      신경쓰지 마세요~
      전 이런 글도 넘 잼있어요 ㅠㅠㅠㅠㅠ

    • 나무늘보 2007/12/10 01: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왕ㅋ굳ㅋ 하려고 했는데 이미 다른 분들이 하셨구나.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ㅁ';;

    • Karinn 2007/12/10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뭐야, 재미있게 보고 있는 나도 유머 센스가 없는거야?

    • 코끼리엘리사 2007/12/10 1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실 전체로 보면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본문인데 말이죠.
      여기가 무슨 똥꼬 핥아가며 당신 기쁘게 해주자고 하는 곳도 아니고 -ㅁ-

  7. dd 2007/12/09 01: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돈 받고 운영하는 사이트도 아니잖아요. 폐쇄든 업데이트든 운영자 마음이죠.
    그런데 예전엔 정말 미칠듯이 웃긴 글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일본식 개그에 적응이 된건지 요즘 올라오는 글이 전부 그게 그거 같긴 해요.

  8. 나나미 2007/12/09 0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그 뒤로 난 명품매니아가 되어버렸다 wwww'같은 결말이 나올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훈훈한 결말이군요!!

    그리고 위위의 분... 엄연히 따지면 이 곳은 '블로그'입니다. 커뮤니티 성향의 홈페이지도 아닐뿐더러, 누구에게 대가를 지불받고 일하는 공간도 아닙니다. 뭐, 그런 불만을 토로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그런 사항은 개인적으로 조용히 리라님께 말씀드리는게 좋겠네요.

  9. probe 2007/12/09 03: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형적인 2ch개그도 나쁘지 않지만, 이런글들도 매우 좋은데요.
    좀 더 다양한 느낌의 미소를 지을수 있는 글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멍하니 웃으실분은 알지롱 같은데로 고고씽

  10. 2007/12/09 04: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리라쨩 2007/12/10 0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수정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요새 오타가 좀 잦네요. 잦은 맞춤법 표기 오류도 있고.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11. Rune 2007/12/09 06: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robe님 말씀처럼 흐믓하게 웃게 되는군요:)

  12. M 2007/12/09 0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자 페라가모 매장 정말 죽여줍니다..'ㅅ'...

    살아있는 마네킹이 문열어줘요..............orz....
    이뭐 잡지에서 튀어나온줄 알았네요.
    이런 훈남이 문을 열어준다면 자주 와줘도 괜찮겠구나 싶었지만 빈손으로 나왔드랬죠....

  13. ㅁㄴㅇㄹ 2007/12/09 0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분들의 악플러똥맨을 무시하는 센스가 일품이십니다.
    ..근데 신발은 정말 맞춰신을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오래서있는직종에서 구두를 신는 게 참 너무 힘든일.

  14. hane 2007/12/09 0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구두만큼은 좀 제대로 된 걸 신어야해요. 딱히 명품을 신어야한다거나 그런 문제를 떠나서, 정말로 구두는 자기 발에 맞는 걸 사야지요. 상사님 좋은 분.ㅠㅠb

    그나저나 리라쨩님 역시 대인배.+_+乃 반해버릴 것 같아요. (수줍수줍)

  15. RR 2007/12/09 10: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옷은 다 싸구려지만, 신발만큼은 좋은 걸 신어야된다고 생각해요~~ >.<
    -하지만, 비싼 신발은 신고다니기 부담스럽다...(일년에 몇번 꺼내신는 정도... 더러워지지 않아~~)

  16. 지나가던무명 2007/12/09 11: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ㅁ;b

  17. 아스나리카 2007/12/09 1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러시면 페라가모를 사고 싶어지잖아요 ㅋㅋㅋㅋ리라쨩님께 다시한번 반하고 갑니다 ㅋㅋㅋ

  18. Humm 2007/12/09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라가모 vvv T-T
    이런 글을 보면, 눈여겨 봐 둔 70만원짜리 구두를 지르지 않으면...!!;;

  19. 밀리 2007/12/09 14: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 건 몰라도 진짜 구두는 값과 비례하죠;ㅅ;
    예전에 수제화 맞춰신은 적 있었는데 굽이 6cm나 되는데도 캐쥬얼화보다도 편해서 놀랐습니다;

  20. 감청 2007/12/09 15: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자라서 햄은 안볶아요

  21. 오호라 2007/12/09 16: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cco 신발도 정말 정말 편해요~

  22. .. 2007/12/09 1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라쨩 사실은 페라가모에 지분이 있어서 이런 글을...............

  23. HHH 2007/12/09 19: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라가모 구두를 사줄 여직원이 업ㅂ는 회사라는 www

  24. 김지사 2007/12/09 2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들이 더 웃긴 리라님 블로그네요 재밌게 보고 갑니다.
    삶의 활력제입니다.

  25. Karinn 2007/12/10 1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신발 신다가 발이 더 악화되었다던가 하는 반전을 기대했었는데 말이죠..;ㅁ;
    아니면 회사에 갚아 라고 했더니만, 진짜 다음달 월급에서 빼갔다던가

  26. Riesz 2007/12/10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의 댓글들은 웬지 언제나의 그 패턴이 없군요.

  27. 모에스트로 2007/12/10 2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꽃보다남자...였었나...
    남자주인공의 누나되는 사람이 여자주인공한테 좋은 구두를 사주면서 했던 대사가..
    '구두는 항상 좋은걸 신어라 그래야 구두가 널 좋은곳으로 데려다 줄거야...'라고..(거의 비슷할겁니다)

    그말 듣고 엄청 감동(?)했습니다. 그 뒤로 생각도 그렇게 그 전의 생각도 그렇고 신발은 항상 좋은걸 신습니다.
    수입도 얼마 안되는 주제에 10만원이 넘는걸 신으니...이뭐...-_-...

  28. 타는듯한갈망 2007/12/11 0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다빈치 코드에도 주인공여자는 신발만큼은 좋은걸 신죠
    옷을 싸구려라도 ㅋ

  29. 2007/12/20 17: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페라가모 광고죠?

  30. 작은악마 2008/11/07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글 읽다가.. 무릎이 안좋아서 굽놓은걸 못신는 마누라한테 하나 사줄까... 하다가보니..


    -_-a 발만 편한거겠죠?
    왠지 하이힐을 신는데... 신발이 좋다고 무릎이 괜찮을 거란 생각이 안들어서..


    그럼 패스(왠지 안도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