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돌발성 난청이라고 진단을 받은 아내. 병원을 다니며 이런저런 치료를 계속해 온 아내였지만,
드디어 지난 주「아마 이 정도의 청력으로 점점 안정될 것 같습니다」라는 선고를 받고 말았다.

분명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하고 생각하며 함께 집에 돌아왔지만 의외로 언제나처럼 밝은 아내였다.
「나, 수화 배워야 하나?」하고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조용한 장소라면, 조금 영향은 받는 느낌이지만
알아들을 수 있고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정도의 청력)

밤에 아이가 잠든 후, 앞으로는 필요하게 될지도? 라면서 둘이 함께 글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처음에는
별 의미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아내가

「미안해요, 괴로워지면 언제라도 말해요. 나 이런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언제 이혼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하고 썼다.

그 말을 본 나는 나도 모르게 무심코 큰소리로「너, 이혼하고 싶은거야? 고작 귀 좀 안들린다는 이유로
내가 너와 이혼할 리가 없잖아!」하고 소리쳐버렸다.

아내는 가냘픈 소리로「나,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까, 버리지 말아줘요…」하며 울었다.

아내가 이 건으로 처음 운 것을 보고, 나도 울었다. 쭉 참고 있었겠지만 불안했을 것이다. 괴로웠을 것이다….
얼싸안은 채 울고 있는 우리들을 보며 놀라 깬 3살바기 딸이 훌쩍훌쩍 울길래 토닥여 주었다.

이 따뜻한 가족, 앞으로도 내가 지켜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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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 2009/01/23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계속 누군가가 덧글을 달아주길 기다렸지만 아무도 안달아주셔서 소심하게 1등.....ㅜㅜ

  2. 변마 2009/01/23 0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_-! 드디어 첫 댓글을 1등으로 달아보는 영광을 맞는군요! 우후후;
    (본문은 상당히 감동적인데 아래 댓글들이 개그물로 바꿔버릴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것은 저 뿐일까요?)

  3. 정한솔 2009/01/23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에 올라온 2ch 글들은 진짜 감동적인 글과 감동적인 척하다 반전인 글들이 있어서 진짜 감동적인 글도 반전있는 걸로 의심하면서 보는 바람에 감동을 느끼질 못하겠네요. 아 슬퍼라.

    • KKN 2009/01/23 10:02  댓글주소  수정/삭제

      전 감동글인지 반전글인지 모를 땐 일단 감동글로 가정하고 읽습니다.
      감동글이라면 마지막 까지 맘 편하게 감동할 수 있고,
      반전글이라면 충격이 배가 되니 좋죠.

  4. 또리 2009/01/23 0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훈훈하다.

    나도 저런 결혼을 빨리 해야....

    .....아 물론 지금은 여친도 없지만 ㅠ.ㅠ

  5. 2009/01/23 0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작 난청 따위로 버려질까봐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평상시에 남편이 어떻게 행동해왔는지 의심이 갑니다만...? 삐뚤어졌나요, 저...

  6. ㅇㅇ 2009/01/23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왠지 에로게 엔딩같아...

  7. 2009/01/23 0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사람들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실제로 아무리 사랑받고 살아도 팔하나 날라간다던가 다리가 없어진다 던가 하면 버림받을까봐 두려워서 자살도 생각할수 있는게 인간입니다.

    • 초 하이(후략) 2009/01/23 01:56  댓글주소  수정/삭제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 'ㅅ' 2009/01/23 0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팔하나나 다리 하나 없어진다고 버릴거면 애초에 사랑하지 않아요.

    • 우왕 2009/01/23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랑하던사람 팔 하나 없어진다고 버리진 않지만
      팔 하나 없어짐으로 인해 추가로 들어가는 돈과 시간과 정성이 누적되면 사랑하지 않게 될 수는 있겠죠.

    • 그러게 2009/01/23 09:18  댓글주소  수정/삭제

      위에 두 분들 정말 아마추어?
      많이 아파본 적이 있어서 그런데 정말 아무리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받고 있어도 자신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할때 혹시라도 버려질까봐 두려워지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그리고 팔다리 없어지는거는 커녕 사업 망하고 돈 못 벌게 되는것 하나쯤으로 서로 버리는 사람들도 있는데...그 사람들도 지난날에는 사랑했으니 함께 있었던거겠죠.

    • 2009/01/23 09: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린 사랑의 아마추어...

    • 초 하이(후략) 2009/01/23 12: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추어라.. 듣기 좋진 않네요.

      그저 아직 세상은 순수하다고 믿고픈 사람일 뿐이랍니다.

    • rpgist 2009/01/23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 하이(후략)/ 마지레스겠지만 헐 님은 요즘 유행하는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를 패러디하신 걸겁니다요.

    • 아스나리카 2009/01/23 1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지가 멀쩡해도 가끔 내가 이 사람에게 버림받지나 않을까 생각하는데,,,오죽하겠어요

  8. 고찰 2009/01/23 0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
    「너, 이혼하고 싶은거야? 고작 귀 좀 안들린다는 이유로 내가 너와 이혼할 리가 없잖아!」를 큰소리치지 않고, 표정을 다 잡고 필담을 하는 모습을 상상을 해보았다.

  9. 간고등어 2009/01/23 02: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정도면 걍 보청기 끼면 되는거 아닌가.

  10. rpgist 2009/01/23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런데 요즈음 부쩍 훈훈한 이야기가 늘어났군요.

  11. 마지레스 2009/01/23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괴벨스 「나, 이런 몸이 되어버렸다능...」
    히틀러 「...」
    괴벨스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능」

  12. 작은앙마 2009/01/23 0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위에 주루룩.. 댓글 다신분들 글을 보다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말하는건 뭐든 믿음이 안가요 -_-
    사람이란 생각보다.. 많이.. 불확실한 존재죠..

    그냥 말로 떠들긴 보단 정말 그런일이 닥칠때 잘해야지.. 생각이나 한번 더 해두는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
    -_- 뭐 말하고 그런생각 하는것도.. 나쁘진 않겠군요.


    그냥 추가로.. 정말 사랑하는 자기 자식인데도.. 열받아서 욱해서 한번 안 때려본 어머니가 -_- 거의 없다죠,... 애는 모르니 울고 말지만 다 아는 어른이라면... 그 한번에도 충격받아 자살할지 또 압니까 -_-...

  13. 꼬알 2009/01/23 1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이 원래 이기적이라 그러고 싶지않아도 힘들면 마음이 떠나기 마련이죠..

    그래서 감정보다 의리가 중요한법.

  14. 휘바할배 2009/01/23 11: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게 이혼사유가 되나... ㅡㅡ; 납득이 안가는데
    안타깝고 안스러운 상황이지
    그레선 살 수 없다하고 이혼하자! 라고 할 상황은 아니지싶은데
    아내분께서 너무 깊게생각한듯

    • 지나가던 손님 2009/01/23 14: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렇게 된 뒤에 다른 이유를 핑계로 이혼 할 수는 있죠...

  15. 코끼리엘리사 2009/01/23 1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신이 '기능을 잃었다'라는 인식은 생각이상으로 큰 충격이죠.
    자신이 쓸모없어졌다고 느껴졌다면 이성적인 판단과 상관없이
    그런 극단적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6. 너구리아줌마 2009/01/23 15: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아이까지 있는 유부녀가 한말씀 올리자면요~
    결혼생활 내내 상대방이 팔한짝 없어져도 상관없어!!! 하는 마인드로 살아가는건 절대 아니랍니다.
    결혼을 하면 사랑하는 남녀간의 사이가 아닌 인생을 함께 살아가고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동업자;;가 되기 때문인거 같아요...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 연인일때보다 지금 더 지극 정성으로 남편의 건강을 챙깁니다.
    왜냐하면 남편이 우리집 가장이고 돈을 벌어다 주고 내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요. 남편이 아프거나 흔들리면 나와 아이의 생활도 같이 무너지게 되니까요. 그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쨋든 전 저 와이프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가네요.
    아무리 사랑해도 현실앞에서는 변하고 약해지는게 사람이잖아요.
    낳은 아이가 장애가 있으면 버리는 사람도 있는마당에...

  17. -_- 2009/01/24 0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말로만 진정한 사랑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죠.

    막상 저런 상황이 닥쳤을때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진심으로 사랑하던 커플이 한명이 불치병에 걸리자 뒤도 안돌아보고 헤어지는 일도 비일비재 하니까요.

  18. _-_ 2009/01/24 0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랑이 모든 걸 먹여 살리진 않습니다

    가난과 장애, 그리고 일정 수준 이상의 고난은 백년가약을 맺은 연인도 깨뜨리기 마련

  19. 타마네 2009/01/24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장애(성기능 장애[실제 중요사유중 하나입니다. 법률적 판례나 다른 사회적 상식으로도 결혼 후엔 배우자에게 성적 봉사의 의무를 각각 가지고 있습니다.]나 정신적 이상상태...)라면 이혼이 가능합니다만, 저 경우는 글쎄요...

  20. NG 2009/01/24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갑자기 만수가
    "미안해요, 괴로워지면 언제라도 말해요. 나 국가를 말아먹어버렸으니까, 언제 교체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하고 썼다.

    그 말을 본 쥐는 무심코 큰소리로
    "너, 물러나고 싶은거야? 고작 경제를 파탄냈다는 이유로 교회절친인 너를 자를리가 없잖아!"
    하고 소리쳐버렸다.

    만수는 가냘픈 소리로"나,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까, 버리지 말아줘요…"하며 울었다.


    만수,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내정.


    ps. 본문중에 2MB를 쓰면 금칙어를 입력했다고 글 등록이 안되는근영~

  21. E 2009/01/29 0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들 혹은 연애 무경험자가 많네요.

  22. loony 2009/04/12 1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돌발성 난청을 앓았던 사람으로써 (다행히 저는 거의 완치되었지만) 무척 공감이 갑니다.
    귀가 안들린다는걸 무슨 음악 감상은 잘 못하겠구나, 사랑한다면 그것도 극복 못하냐... 쯤으로 여기는 분들이 많은거 같은데. 당신의 손이 속삭일때 같은 만화라도 한번 보시면 얼마나 많은 장애들이 펼쳐지는지 아시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