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5ch 컨텐츠 2009/04/04 17:16

우리 집은 남매끼리 서로를 호칭이 아닌 이름으로 부르곤 했다. 형 누나 오빠가 아니라, 그냥 이름.
나는 어릴 적부터 누나를 그냥 이름으로 OO라고 불렀다.

잘은 모르겠지만, 갑자기 부모님이나 형제를 부를 때 확 바꾸는 것은 괜히 부끄러웠고(아는 사람은 알
거라고 생각한다) 집안에서야 별 상관없었기에 그렇게 어른(20대)이 되어서도 쭉 이름으로 불렀다.

그렇지만 사회인이 된 어느 날, 회사 근처에서 누나를 만났다. 누나는 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
이었다. 그리고 누나가 먼저 나를 발견하고 말을 걸어왔지만, 내 동료도 있었고 누나 동료도 있는데 집
에서처럼「OO야」하고 부르기는 민망했다. 그렇지만「OO야」이외에는 한번도 부른 적이 없어서 조금
당황했다.

나는「아~아∼···누나···」하고 말했다.

그랬더니

누나 「와∼△△(내 이름)가 나를 누나라고 불렀어! 언제나 나를 그냥 OO야! 하고 불렀는데!
          나 정말 너무 감동이야! 딱 한번만 다시 불러줘 딱 한 번만!」
 
하며 야단법석. 죽을 만큼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귀여웠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냐면, 적당히 나이를 먹고서도 부모님을 그냥 아빠 엄마하고 부르는 경우가 있다고
해도, 그게 무슨 버릇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저 부끄러워서 갑자기 아버지 어머니 하고 바꾸기 어려운 사람
도 많다는 거야. 그런 정도는 이해해달라는 거. 아무튼 그때 누나는 정말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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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anatos 2009/04/04 1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누나 하나만 기부해 주실분...ㅠㅋ

  2. 김괴리 2009/04/04 17: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처음 2등ㅜㅜ

  3. 기억상실 2009/04/04 1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3등,,영광이오..

  4. 윤정호 2009/04/04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고등학생이지만 괜히 바꿀 것도 없을 것 같아서 형을 언제나 '형아'라고 합니다.
    형은 평소에 안 그러다가 가끔 엄마 아빠를 어머니 아버지 그러더군요
    그런데 디지몬-괄호 더빙판-에서 리키가 '형아'라 하던데(…)

    • 나왯 2009/04/04 2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왓..용자다 형아~ 라니.... 고2때부터 형아~ 는 쪽팔려서 못하겠던데

    • ㅁㅁ 2009/04/04 22:34  댓글주소  수정/삭제

      하아하아 금단의 형제물인가요 진도는 어디까지 나가셨는지

    • 시게니아 2009/04/05 03:31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동생은 저를 처음부터 끝까지 '행님아'라고 부르지요.

      ...미묘한 사투라

    • 배리어 2012/02/08 19: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형아라고 부르던 건 치워버렸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부를 수 있었을까 지금은 미스테리~

  5. 만차스 2009/04/04 18: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누나랑 지겹게 살았을텐데 누나가 갑자기
    '귀엽게'보일수 있다는 모습이 참 대단합니다

  6. 2009/04/04 1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름을 부르기 창피해서 누나라고 불러다 -> 누나의 야단법석

    ......외려 더 창피했을 듯;

  7. 2009/04/04 2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의 경우..
    아빠->아부지->아버지
    부끄러워서 한단계 경유했죠.

    • 어둠나무 2009/04/05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는 아빠->아버지->아부지로 변했는데;; 음....제가 이상한 건가요?
      근데 엄마는 아직 엄마....

    • 타는듯한갈망 2009/04/05 15:15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버님->아버지

      어머님->어머니->엄마->아줌씨

      할머니->할미

      전 어떻게 된거죠?ㅋㅋ

  8. dorer 2009/04/04 2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의 주제는 "누나는 정말 귀여웠다" 군요.

  9. dd 2009/04/05 08: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겨져 있지 않는 문을 벌컥 열고 쉬야하는 누나를 보거나
    목욕하고 타올한장 걸치지 않고 우유를 벌컥벌컥 마시는 누나에 짜증을 내거나
    벗어둔 속옷에서 아련한 인간의 냄새를 느끼거나
    누나하면 뭐 이런 지극히 남자다운 상상만 할 수 있네요.
    여동생 있는데 교환하고 싶어요.

    • 네, 고객님. 2009/04/07 15:33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동생의 포장을 개봉하셨습니까?
      포장된 상태가 아니라면 교환해 드릴 수가 없습니다.

    • 우와! 2009/04/07 15: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여동생이 있는데도 그런상상이 가능하신겁니까;

  10. 뚱뚱한팬더 2009/04/05 1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도 이런글 볼때마다 누나가 있었으면....
    하지만 현실은 저랑 레스링이 가능한 여동생입니다.
    자주 사용하는 말은
    "꺼져"

    • 모범H 2009/04/06 22: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대체 누나랑 여동생이랑 무슨 차이인가요
      여자 형제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기왕이면 여동생으루다

    • 윤정호 2009/04/06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누나고 여동생이고 없는 제 생각에는 둘 다 여자로는 안 보일 것 같습니다.
      보이면 골룸

  11. 아르케 2009/04/09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저는 가끔 오빠가 갖고 싶은데

  12. 음.... 2010/04/21 04: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학교떄까지만해도 누나라고 불럿는데
    고등학교 진학후 누나가 대학기숙사 생활로 인해
    2~3주에 한번씩 오곤한뒤로는 야!!라고 부르게된 사연 ㅡㅡㅋ
    군대 가서는 다시 "누나"라고 하지만
    요즘엔 둘다 자주쓰는듯....
    왠만하면 누나라고 쓰긴하지만....버릇은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