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용어

5ch 컨텐츠 2009/09/26 13:21
모 메이커의 기술계통 부서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상사가 기획부서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일은,
 
·A는 B에 의해 C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BC는 전부 기술적인 전문용어)
 
그런 느낌으로 항목별로 나눠 쓴 글로, 해설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해가 난해하여 가끔 기획쪽
사람들으로부터「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라는 문의가 왔다. (기획쪽 사람은, 거의가 문과나
미술계 사람이었다)

상사는 공과계열이었으로, 그 문의에도 전문용어로 가득채워 간결하게 대답해 버리기 때문에
결국 기획쪽 사람이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상태로 일이 진행되어 뒤늦게 트러블이 발생하기도 했다.

나나 동료는 계속 이러면 큰일이다 싶어서 어느날 상사에게
 
「좀 더,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알 수 있게 쉽게 써야합니다」라고 직언을 했다.

상사는 자신의 메일이 난해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던 듯

「그런가~ 앞으로는 조심해야겠군」라고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상사가 보낸 메일이 바로 이것.
 
 ·A는 B에 방해받아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버리는 일도 있으므로, 그 경우 C라는 문제가 발생
    해버립니다. 곤란한 문제죠.


…아냐. 상냥하게 쓰라는 말이 아니라 쉽게 쓰라는 말이에요….
전문용어를 그대로 써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잖아…하고 동료와 함께 시름에 잠겼지만,
열심히 상냥하게 쓰려고 한 상사의 모습이 조금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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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ain 2009/09/26 13: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여워도 아저씨잖..

  2. hhh 2009/09/26 14: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사가 제대로 포인트를 찍은 것입니다.

    어차피 문과계통에 기획쪽 사람이라면 그 이전의 'C 라는 문제가 곤란한 것인지 아닌지 조차도 판단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기 대문에..'A 때문에,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고 명확히 적어줘야 합니다.

    즉, 문과계통의 기획쪽 사라이라면 B,C 가 뭔지 이해할 필요도 능력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럴 능력이 된다면-할 수 만 있다면 - 원인 A와 결과에 대한 이해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 if 2009/09/26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원인인 A조차 못알아 먹겟다는대요 ?...

    • 쿠쿠밥솥 2009/09/26 20:16  댓글주소  수정/삭제

      hhh//
      제대로 공감
      저 용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공돌이들이 죽도록 공부하는데
      문과출신들은 막무가내로 쉽게 설명해달라고만 떼쓰더군요

      차라리 야구 처음보는 사람한테 인필드플라이를 가르쳐주는게 편하지..--

    • dd 2009/09/27 00:4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게 유의미한 항변이 되기 위해선, A는 B 때문에 C라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곤란하므로' 그대들이 'D를 해주어야 합니다.'라고까지 말해야겠죠. A,B,C는 못 알아듣더라도 D만은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렇지 않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그냥 '나 요즘 힘들어'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지.

    • 격한 2009/09/30 0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와! 항상 그냥 지나가다가 감탄해서 리플을 남깁니다.
      바로 그거예요 .. 어려운 전문단어들, 이과생들이 몇년씩공부하는 내용을 글 한두줄로 설명해준다고 해도 문과계열 전공생들을 어차피 모릅니다. 사실 알 필요도 없죠. 전공과 분야라는게 괜히 있는게 아니니까요 ... (물론 알면 효율은 높아질지도 모릅니다.)

      결과적으로 무엇을 해줘야하는지, 그것만 명확하면 된다고 봐요. ㅠㅠ 다들 이런걸 알아야하는데.. 자기네들 전문용어를 못알아듣는다고 다른 사람들을 우습게보는 사람들은 반성해야해요.

    • 지나가던 문과계통 2009/10/01 03:05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획쪽은 아닙니다만,
      '판단할 능력이 없는'보다는
      판단할 전문적인 지식, 이나 소질이 없다고 표현하시는 것이 좋겠어요.

      능력이나 재능 같은 표현은 마치 문과계통은 '전부' 멍청해서 이런것은 평생 가르쳐도 모른다, 고 오해하기 십상입니다.

      덧붙여 많은 사람들이 보기 좋도록 이런걸 순화하는 것도 일종의 문과계통 능력의 일환이겠죠.

    • ... 2009/10/01 0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능력 = 타고나는 것 = 평생 바뀔 수 없는 것

      문과 계통이 아니라서 그런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말씀이군요. 능력이라는 건 할 수 있는가 없는가만을 나타내지 타고나는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의미는 없을 텐데요. 오히려 대안이라고 말씀하신 '소질'이라는 단어가 그런 의미에 가까울 겁니다.

    • 요스비 2009/10/03 16:37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식으로 말한다면 이과 사람들도 법률용어나 경제학 용어에 대해서 무지하지요. 하지만 TV에 나오는 법조인들은 그래도 모든 사람이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최대한 풀어서 설명해주고 이해를 시킵니다.
      (뭐 보통은 전문적이고 골치아픈 건 다 생략해버립니다만)

      그게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설명할 의지가 없거나, 설명할 능력이 없는 거죠.

  3. 흙탕물 2009/09/26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소한 업계에 몸담고 있다면, 어느 정도 용어는 배워두라구...

  4. R모 2009/09/26 15: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정한 달인은 문외한에게도 쉽게 풀어서 설명할 수 있는 법...

    ...근데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 줄로 설명할 수 있는걸 좔좔좔 읊고 있어도 좀;

  5. wodory 2009/09/27 0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괜히 테크니컬 라이터란 직업이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

  6. 코끼리엘리사 2009/09/27 02: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원래 공부 잘할 부모의 아이도 공부를 잘하란 법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부모로선 왜 그것을 이해 못하는지를 이해 못한다고 하죠.

  7. ㅁㄴㅇㄹ 2009/09/27 0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째서 문과생은 전문용어를 모를거라고 생각하는거지...
    그리고 이공계생들도 내가 인문학계열이나 사회과학계열 말하면 좆도 못 알아먹던데.

    • ㅇㅇㅇ 2009/09/27 05: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마찬가지로 인문학계열이나 사회과학계열 전공한 사람은 이공계열 언어 못 알아듣죠.
      결국 서로 쌤쌤.

    • XD 2009/09/27 08:29  댓글주소  수정/삭제

      기획단계에서 인문학이나 사회학 계열의 개념이 쓸 데가 있어야 말이죠.

    • 아저씨 2009/09/27 16:16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공학 분야는 이해하기 위해선 수학적 사고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능력이 없는 인문사회쪽 사람들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죠. 좆도 못알아먹는다고 폄훼하시지 말고 자기가 얼마나 잘 설명했는가를 생각해 보시죠.

  8. gb 2009/09/27 15: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쉽게'를 '상냥하게'로 이해했다는 부분이 웃음좌표 아닌가요?ㅜㅜ
    먼가 갱장한 리플들이...ㅇ<-<

    • 화분 2009/09/27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먼 옛날의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야사시이" 는 쉽다, 상냥하다 둘 다 되는 단어였던 것 같네요.

    • 씨앗 2011/05/23 00:49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본어로 やさしい는 쉽다, 상냥하다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9. kiol 2009/09/27 18: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좀 벗어난 이야기일테지만.... 왠지 납득이 가는게 군사관련 오번역들이 생각나는군요.

    naval gun → 해군총.

    fire in the hole! → 구멍에 쏴!

    젭라 관련분야를 번역하려면 번역자들은 공부나 좀 하고 번역하라고!

  10. primrose 2009/09/28 1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그것도 이공학도와 일반인들 중간에서 조정해야 하는 업무)으로 깊게 동감합니다. 게다가 전 사회학도-_-
    어차피 제가 읽고 다시 조정해야 하지만, 먼저 알아야 할 저도 모르니 설명하는 내용을 보내달라고 하면 대학생들 던져줘도 모를 내용이 태반...업무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온갖 걸 다 뒤져서 던져주고 설명듣고 쉽게 쓴다고 써도...
    "이봐 너무 어려운 거 아냐?"라고 핀잔듣기 일쑤. 심지어 이공학도에선 "당신 너무 사기치는 거 아냐?"
    남녀 관계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것이 이공계 VS 인문계 인지도 모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