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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와 남동생과 추억···」 제 1화
어언 십 수 년전, 내가 사춘기 시절이던 무렵.
남동생은 아직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않았던 나이였다. 그런 고로 게임을 고르는 안목같은 것도 당연히 있을
리 없었고 부모님이 주신 돈으로 게임을 살 때면 언제나 내가 게임을 고르곤 했다.
(그러니 당연히 내 취향으로 도배가 될 수 밖에 없다w)
그러나 어느 날, 남동생은 당돌하게도 자신의 세배돈으로 게임을 사왔다.
타이틀은「트랜스 포머」
단언하지만 쓰레기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졸작이었다. 나는 대분노! 동생에게 화를 내며 게임은 저 구석에
내팽겨쳐 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불쌍한 남동생, 자신 돈으로 구입했는데도 욕을 먹다니···(쓴 웃음)
어쩐지 오래간만에 그때 그 시절 게임기를 하고 싶어진 오늘. 추억의 트랜스 포머는, 어디에 잠들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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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와 남동생과 추억···」 제 2화
나이 차가 제법 있는 우리 형제는 대전 게임(···이라고는 하면 요즘에는 격투 게임을 생각하지만 당시에는
야구라던가, 마리오 브라더스같은 게임을 말했다)을 한다고 하면 도저히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
차이로 내가 승리하곤 했다.
아무리 이긴 게임이라도 상대가 너무 시원찮으면 재미가 덜한 법이다. 그래서 은근히 짜증이 쌓이던 나는
동생을 보며 지지리도 게임 못하는 놈이라며 매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어느 날. 대학생으로 자취생활을 하던 내가 모처럼 집에 돌아가자 중학생이 된 동생이
격투게임을 하고 있었다.
(오랫만에···) 라고 생각한 난 컨트롤러를 쥐고 동생과 붙었지만... 눈 깜짝할 새에 KO패를 당했다. 순간 확
열이 받은 나는 몇 번이고 도전했지만 10번 해서 겨우 1번 이길까 말까하는 수준이었다. 결국 나는 컨트롤러
를 놓으며,
「이 게임 완전 쓰레기다」라며 동생을 도발하는 말을 남겼지만, 아들이 아버지를 추월한다고 하는 체험을
게임으로나마 실감해 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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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기와 남동생과 추억과···」제 3화
옛날,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게임을 하고 있노라면 꼭 동생이 와 옆에 앉아 흥미진진하게 내가 게임하는
것을 구경하곤 했다. (그때 그 게임이 아마 가샤폰 전기였던가? 천지를 먹다 RPG였던가?)
동생은 아무래도 자기가 하기에는 어려워보이는 게임이었으므로, 내가 클리어하거나 하면 옆에서 구경
하다가도 매우 기뻐하곤 했다. 그런 어린 남동생은 밤이 늦어지면, 으례 꾸벅꾸벅 앉아 졸기 일쑤였다.
나는 그럴 때마다「왁」하고 소리를 질러 남동생을 놀라게 하여 깨운 다음에
「졸리면 가서 자!」라고 쫒아버리는 말을 했지만, 그때마다 동생은
「괜찮아, 계속 구경할께」라고 열심히, 옆에서 내가 하는 게임을 구경하곤 했다.
(뭐 5분도 안 되서 결국 또 꾸벅꾸벅 졸다가 나한테 놀래곤 했지만···w)
심술궂게 졸린 동생을 위협하고, 강한 척하던 형인 나였지만, 사실 나도 남동생이 같이 함께 내가 하는
게임에 일희일비 해 주는 것이 정말로 기뻤었다.
그런 남동생도 지난 주, 함께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 이번 주말, 고향에 내려가는 길이 조금 가슴 설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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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왕국 일본이라서 있을 수 있는 얘기군요.
역시 게임이란 좋은 것일까요^^?
지금집에 트랜스포머 패미컴용 팩있는데 낄낄
근데 마지막 줄이 좀 의미심장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