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10살 정도 나이차이가 나는 사촌누나가 있다.
굉장한 미인으로, 성격도 상냥하다.
이름은 유키(가명).
유키는 내 아키히토(가명)라는 이름을 맨 앞자만 따서 애칭으로「아 군」이라고 불러주었다.
근처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나이 차이가 많이나긴 했지만 같이 잘 놀아 주었다.
유년시절은 언제나 함께였고, 정말로 좋아했다.
유키가 사회인이 되고 난 이후로는 같이 놀 기회가 줄어 들었지만
변함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었다. 

내가 중학교에 입학했을 무렵, 유키는 결혼했다.
첫사랑이라고나 할까. 그런 정을 느끼고 있던 나는 솔직히, 조금 쇼크였다.
결혼과 함께 멀리 이사간 그녀와는 더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오랫만에 그녀가 우리 아파트에 놀러 왔다.
오랫만의 재회였지만 행복한 유키의 얼굴을 보자 왠지 가슴이 답답했다.  

「아군, 오래간만이야.」
「···응.」

나는 계단을 오르면서 대답했다.
복잡한 감정을 비치지 않기 위해 조금 앞서서 걷던 나는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고, 그러자 왠지 유키의 슬픈
표정이 살짝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곧 그녀는 다시 표정을 고치며 밝게 웃었다.

「후훗, 아군은 정말...」

그런 나의 기분을 알리 없는 유키는 나의 뒤를 바싹 쫓아 올라왔고, 같이 가자며 내 손목을 잡아왔다.
그러나 그 순간 내 가슴은 아플 정도로 격하게 뛰었고, 난 그 손을 나도 모르게 뿌리쳐버렸다.

그리고-

그 뿌리침에 의해 계단에서 밸런스를 잃은 유키는 굴러떨어졌다.


구급차가 왔고 유키는 급하게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유키가 임신했던 사실을. 그것을 이야기하러 우리 집에 놀러왔던 것을.
하지만 계단으로부터 떨어진 덕분에, 유산.
나는 병실에서 몇번이나 몇번이나 사과하며 후회하고 울었다.
그렇게 최악인 나를 유키는 탓하지 않았다.

「괜찮아, 아군....」

그렇게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유키는 그 후 다행히 금새 회복하였고, 나는 어느덧 고등학교, 대학교에 진학하고는 공부에 열중하여
더이상 서로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아니, 만나지 않았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시절의 동기와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결혼식에는 친척 일동이 모였다.
그 중에는 유키도 있었다.

「축하해, 아군」

쭉 유키에 대해서 꺼림칙함을 느끼고 있던 나는 그녀의 축복하는 말에 그만 아이처럼 울어 버렸다.

그리고 다시 가끔 연락을 하게 되었다.

이윽고 아내가 임신하였다.
아버지가 된다는 기쁨이 정말 이렇게 큰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기쁜 마음에 부모님은 물론, 유키에게도 전화로 그 기쁜 사실을 알렸다.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난 일에 열중했다.
임신 9개월째. 행복의 절정기였다.

그러나 어느날.

잔업 도중 어머니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다. 아내가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전화였다.  

산모와 아이 모두 위험한 상황으로, 수술실의 수술 중 램프가 그 무서운 붉은 빛을 발했다.
벤치에는 부모님과 유키가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 집에 놀러왔었던 것 같다.

「계단에서 넘어졌대…」

유키가 작은 소리로 옆에 앉은 나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군」

뇌리에서는 과거, 유키의 유산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비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부모님과 같이, 눈을 감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유키.

「나, 그 때 일, 아직 용서하지 않았어」

난 그 순간 섬뜩하리만치 낮은 그녀의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유키였지만, 그렇게 섬뜩한 눈동자는 처음보는 것이었다. 보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

「아기, 살아날까」

유키는 웃었다.

그때 생각났다. 아내는 최근, 큰 배를 염려해서 침실을 1층으로 옮겼을 정도로 계단을 조심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럼에도...사고가 났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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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키리코 2006/10/30 20: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섬뜩한데요..

  2. 에드 2006/10/30 2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너무 무서워요. -_-;;;
    제발 유머만 올려주세요...ㅜ.ㅠ

  3. 주유소 2006/10/31 0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그니까 일부러 복수하려고 아내의 발을 넘어뜨리거나 했단 소리?

  4. 엘레인 2006/11/01 0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애초에 그러니까 누가 근친모드로 들어가래...

  5. 에프킬라 2006/11/01 16: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촌은 근친이 아니죠.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근친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선 단지 결혼을 못할 뿐. (왠지 이러니까 근친혼 찬성론자 같군요...;)

    • KTX-산천3 2012/02/18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근친혼은 가까운 친족 사이의 결혼을 뜻하는데 이 때 가까운 친족이라 함은 그 나라의 법률 체계에서 혼인할 수 없는 범위로 보는 것이 가장 무난합니다. 혼인은 불가하지만 근친이 아니라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맞을 지 모르나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6. 엘레인 2006/11/02 14: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까 일본에선 사촌끼리 결혼도 가능했군요.-_-;

  7. 착각하신듯 2009/01/10 10: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프킬라//사촌이 근친이 아니라뇨 @@
    동성동본간 혼인금지는 이제 풀렸지만 아직 8촌이내 친인척간 혼인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8. 낭낭이 2010/06/27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밤에 보다 울뻔했어 ㅠㅠ

  9. 타조알 2010/06/27 03: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첫 사랑이 저런 사람이라니... 불쌍하다 못해 짜증난다...

  10. . 2011/02/14 2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목숨은 목숨으로갚는다
    딱히 여자가 나쁜건아니네

  11. 베르베르 2011/04/13 03: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관점에서 보면 유키가 썅년이네요;; 분한 건 이해가 가지만
    그걸 갖고;;와나 어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