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하는 것도 우습지만, 같은 반에 오히려 여자애들한테 혐오받고 있는 주제에 자기가 인기있다고
착각하는 놈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제일 인기가 있던 여자애(같은 반)을 가장해 편지와 초콜렛을
그 녀석의 책상에 넣어 두었다.

편지에는 「사실 지금까지 너 몰래 좋아하고 있었어. 사귀어줄래? 만약 OK라면 화이트 데이 방과 후에
운동장 한가운데에 큰 하트 마크를 그려줘. 그리고 그대로 그렇게 데이트 갔으면 좋겠는데...」 라고 적
어두었다.
 
너무 이상하다, 보나마나 들키겠다, 라고 친구들에게 핀잔을 들었지만 여자 글씨체를 흉내내서 쓴 데다,
초콜렛도 직접 만든 것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했다, 라는 생각으로 일단 납득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는 사복제 학교였지만 화이트 데이 당일, 녀석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정장을 입고 학교에 왔다.
교실도 왁자지껄, 선생님도 무슨 일 있어? 하고 물었지만 「아니요 아무 일도 없어요」하고 쿨한 척 대답
했다. 솔직히 재수없었다.

수업이 끝난 후 즉시 교정으로 달려간 녀석은, 운동장의 흰 라인을 그리는 기계로 삐뚤빼뚤한 하트를 그린
후, 양 손을 입가에 대고 교실을 향해「OK !」하고 크게 외쳤다. 계획을 아는 나와 동료 이외엔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채 왁자지껄할 뿐이었다.

그 녀석은 맹데쉬로 교실까지 돌아온 후, 콧김을 훅훅 뿜으면서 내가 가장했던 그 여자애 앞에 가서

「자, 그럼 갈까」

라는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멘트까지. 교실은 이미 대 쇼크 상태.

「뭐하는거야? 손 치워. 재수없어」
 
라고 그 여자에게 한방 먹은 녀석도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되었고, 나는 그 시점에서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 크게 웃어버렸다. 예상을 뛰어넘는 그의 행동력에 솔직히 조금은 감동했지만. 어쨌든 그 녀석도
속은 것을 깨닫고는 교실에서 뛰어나가, 그 이후로 다시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다행히 졸업까지 채 한달도 남지 않았기에 녀석의 졸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어쨌든 확실히 나쁜 짓을
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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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ripmav 2008/01/21 11: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저도 저 비슷한 짓을 하긴 해봤는데.. 바로 눈치채더군요.. 수능 끝나고의 일이었는데..

  2. 아슈페나 2008/01/21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결국은 못된 장난으로 한 사람 인생을 망쳣다는 소리아녀..-ㅁ -;;

  3. ke 2008/01/21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봐, 자기소개는 이름부터 해야지

  4. 2008/01/21 1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5. 한님 2008/01/21 1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회는 좀 하란 말야"라고 태클을 걸고 싶어지는 마무리군요.

  6. 아무게 2008/01/21 12: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흠 뭐랄까 불쌍한 청춘 이군요...

  7. 달빛이야기 2008/01/21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후회정돈 해야 되지 않나;

  8. sorin 2008/01/21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회를 할 필요가 있나요.
    저런 친구는 좌절이 한번 필요합니다.

  9. 미미르 2008/01/21 12: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절이 필요한거 같지도 않은데요...;;
    애초에 뭐하러 타인에게 좌절감을 줘야합니까(...)
    사람은 보는 관점마다 모습이 틀리니까 한사람의 말만 듣고 당해도 싸다라고 판단하긴좀...

  10. 소원백목 2008/01/21 14: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니... 다소나마 양심의 가책을 느낀 것 만으로도 충분해...

  11. 아고몽 2008/01/21 14: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학교 3학년때

    내가 자길 좋아한다고(물론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떠벌리고 다니는 여자애를 골탕먹이기 위해

    친구들 시켜서 그 아이에게 빼빼로데이날 빼빼로 달라고 한다음에

    빼빼로데이 당일 그 빼빼로 받은 즉시 그 여자애 앞에서 빼빼로에 몹쓸짓(?)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하면 매우 후회하고 있습니다만....

    위 이야기는 스케일이 너무 크네요 ㅎㅎㅎ

    • 소원백목 2008/01/21 14:24  댓글주소  수정/삭제

      어떤 몹쓸 짓인지 자세히...
      기대를 충족시켜주시길 바랍니다wwww

    • 시노하라 2008/01/21 14:5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여학생은 아고몽님을 좋아하신게 아닌가요?

      만약 좋아했던거라면

      엄청난 상처가......ㅜㅜ

    • .. 2008/01/21 16:02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여자애 불쌍해
      세상의 무서움을 너무 일찍 알았다.

    • 아고몽 2008/01/21 16:11  댓글주소  수정/삭제

      음. 몹쓸짓이란 말이지요

      빼빼로 받자 마자 제가 빼빼로를 하늘위로 번쩍 들어올렸습니다.(이것이 친구들보고 작전 개시하라는 신호였습니다.)

      그다음에 땅바닥으로 강력하게 꽂아 던졌지요.

      그 이후 같이 작당한 친구들이 모여서 마구 밟았습니다.

      글썽이는 그 여자애의 눈.

      아. 글 쓰고 있으니 제가 더욱 나쁜놈이네요-0-

      근데 그 당시에는 거짓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니깐 너무 화가나는 바람에 그만...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계속 떠벌리고 다닐 그런 애였단말이지요 흠흠.

      다시 만난다면 사과하려 합니다만 그 아이는 보이지 않아요. 머야 벌써 9년이 다되어가는 이야기네요 -0-//

    • Luzi 2008/01/21 17: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변태

    • ... 2008/01/21 17:34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음...2ch풍의 뭔가
      이를테면, 그 빼빼로에 사정을 해버린다던가
      를 기대한 저는 막장인가요?

    • 흠좀 2008/01/21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위엣님 저도 같은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 아스나리카 2008/01/21 15: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근데 너무 불쌍하네요ㅠ얼마나 창피했을까요ㅠ

  13. Karinn 2008/01/21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상대가 잘 졸업했으니 좀 강도가 심한 농담이긴 해도 후회는 안했을 듯..--;
    좋은 학창시절 추억..(...)

  14. ㅎㅎ 2008/01/21 15: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도 손수 만든 쵸콜렛을 받았네요 그것으로 위로 ㅋㅋ

  15. wetsea 2008/01/21 1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이건;; 그 친구의 옆에 누워서 사죄하는 수밖에 없겠군요.

  16. 음;; 2008/01/21 2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렇게까지 해야했을까요? 직접 초콜렛까지 만들어와서 철저하게 망신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그냥 재수없으면 재수없는거지 좀 너무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17. 익명희망 2008/01/21 23: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니까 그렇게 당하고 나서부터 VIPPER가 됐다는 이야기인가보네요

  18. 우와 2008/01/22 0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전의 '힘내라' '...' 의 패턴과 비슷하네요. 웃었습니다w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