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유학 중인 대학원생입니다.
어떤 나라든지 대학원생은 매니아 문화와 친화성이 높은 편인데, 덕분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 녀석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보통 미국인들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아키라」 나
「공각기동대」같은 사이버 펑크물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물어보면
「그건 어디까지나 어린이용이며, 나는 그런 재미없는 것은 보지 않는다」
라는 식의 반응만 되돌아 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면 뭐든지 OK인 녀석도 꽤나
많아서「이누야사의 형 이름이 뭐였지?」 하는 질문을 종종 날리는 녀석도 있다)
어쨌든 그런 편견을 깨부수기 위해, 요전날 우리 집에서「이웃집의 토토로」상영회를 감행했다. 강제적
으로 불러 모은 친구들(미국인, 이탈리아인, 중국인)이 묵묵히 텔레비전의 주위에 들어앉는다. 선전이
끝나고 본편이 시작되자, 곧바로 흘러나오는 너무나 동요적인 곡조와 영상. 미국인은 거기서 김이 빠져
버린 듯, 바에 맥주나 마시러 가자고 주장했고 나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말렸다.
「이, 어떻게 봐도 어린이용의 애니메이션에, 일본의 애니미즘적 종교관이 들어있다.이것은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데는 불가결한, 정말로 꼭 봐야할 명작이다. 미리 말해버리자면, 등장 인물은 마지막 부분에서
전부 죽는다」
라는 식의 거짓말까지 끼워넣은 열변으로, 어떻게든 자리에 앉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자, 처음에는 심드렁했던 그들도 점차 빠져들기 시작했다. 일본식 가옥부터 농촌
풍경이라던지, 요소요소의 볼거리들이 흥미로운 것 같았다.
게다가 작품의 종반에 접어들어 메이가 미아가 되는 장면이 나오자 이제는 눈물도 닦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인은
「이제 됐어. 많이 봤어, 멈춰 줘. 이 애나 엄마도 모두 마지막에 죽는다는 걸 생각하면 도저히 불쌍해서
보고 있을 수 없어」
라고 간단하게 믿기까지!
결국 모두가 감동한 상영회가 되었다. 곧 두 번째 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 번에는 무난한
「센과 치히로」를 보여줄까 아니면 대뜸 퍼스트 건담 극장판을 보여줄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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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담! 건담! 건담!!!!
건담은 실망할걸.
건담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