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있었던 일.

난 모 개발도상국에서 초등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주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

쉬는 시간, 우리 반 여자 아이 중에 한 명이(백인, 7세, 상당히 귀엽다) 나에게 달려와서

「선생님―, 색, 몇 번?」이라고 물어봤다.

보면, 종이접기인데 네가지 방위마다 다른 색이 칠해져 있고, 말한 색의 방위를 가준으로 말한 숫자대로
접었다 폈다 하면 나뉜 8방위에 각각의 여자아이 이름이 써 있는 장치였다. (역주:우리나라에서는 '동서
남북'이라는 이름으로 퍼졌던 종이접기인데, 종이접기 잘 안하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잘 모를지도)

내가 말한 수와 색의 장소에는「OO선생님」(다른 자원봉사 교사의 이름)이라고 써 있었다.
그러자 그 아이는 「선생님-과 OO선생님!!」이라고 말했다. 나는 몹시 유감스러운 척을 하며,

「아우, 선생님은 아리네(그 여자 아이의 이름)가 좋은데...」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조금 곤란한 얼굴으로,「그럼 다시 한번」이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하자, 이번은 다른 학생의
이름이 나왔다. 나는 한층 더 실망한 척하며,「아리네가 아니네...」라고 말했다.

그 아이는 왠지 당황한 모습으로 어딘가로 가 버렸다.

나는, (위험해, 초등학생을 꼬시는거냐!)라고 혼자 생각했지만, 곧 그 아이가 돌아왔다.

손에는 아까와 같은 종이접기를 가지고, 조금 부끄러운 듯, 「다시 한번」이라고 말했다.
(이상한데?)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해 보자, 이번은 그 아이의 이름이 나왔다.

그 아이는 역시 조금 부끄러운 듯이「아리네···」라고 했다.
여자 아이의 이름 쓰는 곳을 전부 자신 이름으로 고쳐서 써가지고 온 것이었다.

위험했다 위험했다.
초등학생에게 마음이 흔들릴 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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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sh 2007/01/14 21: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동서남북 참 오랜만에 생각났네요..ㅋ

  2. JDH 2007/06/23 1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아 너무 귀여운데요-_-;;

  3. The Loser 2007/08/12 15: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동생으로 납치해버리고 싶을정도네요

  4. 아우 2008/01/31 20: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ㄴ위험해!!!!

  5. 2010/03/18 13: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어 면서 저걸 접어봤지요

  6. 물뼝 2010/06/22 13: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접는 법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