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밤, 스페인 마드리드의 거대 전파 망원경이, 띠- 띠- 하며 난무하는 잡음 속에서 한 의미있는
신호를 찾아냈다.

그 의미있는 신호의 방향은 황소자리. 그 신호의 주인공은 파이어니어 10호 목성탐사선.

30년 전, 만물의 근원인 지구에서 발사되어 우주 개척 사상 처음으로 위험한 운석지대를 무사하게 통과했고,
빛나는 운해를 지나 처음으로 거대한 목성의 근접관측을 했다. 거기서 목성의 강력한 인력을 사용하여 시속
13만 킬로로 가속, 이후 우주의 끝을 향해 끝없이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파이오니아 10호는 현재 지구로부터
78AU(1AU는 태양과 지구의 거리)의 지점에 있으며, 시속 약 5만 킬로로 태양계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파이오니아 10호의 설계 수명은 2년이었다. 그것이 30년 후인 지금도 살아 있다.


5년 전 플루토늄 전지의 출력 저하와 NASA의 예산 삭감으로 파이오니아 10호와의 접촉은 중지되었다.
빛으로 11시간이나 걸리는 이 거리에서는 태양도 밤하늘의 별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만물의 근원인 지구의
방향도 모른다. 접촉이 중지된 이래, 파이오니아 10호는 지구로부터 와야할 강력한 전파를 애타게 기다리며
필사적으로 귀를 기울였던 것이 틀림없다.

다시 파이오니아 10호를 찾아내는데만 반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지구에서는 강력한 전파를 계속 보냈다.
그것을 겨우 우연히 수신한 파이오니아 10호는 매우 기뻐하며 그 방향으로 안테나를 전개했고, 그동안 모은 관측
데이터를 열심히 보내왔다.

파이오니아 10호가 우주의 저 편에서 주인을 다시 찾은 강아지처럼 기뻐하며 까부는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파이오니아 10호와의 접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현재, 우주로부터의 지극히 약한 신호를 잡음 속에서 구별하는 연구에 파이오니아 10호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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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사장 2008/11/30 21: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치 예전의 스피릿과 오퍼튜니티의 이야기를 보는 듯..

  2. 데니 2008/11/30 21: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날 잊지마.. 난 아직 죽지않았어..

  3. 이것은 2008/11/30 2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의 목소리

  4. 세리카 2008/11/30 2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ㅁ;)

    그대로 가서 좋은 외계인 만나서 입양되거라

  5. Gendoh 2008/11/30 2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타까운 건 저게 2001년 4월, 지구로부터 117억km 거리에 있는 것을 찾아낸 것이고,

    2003년 2월에 122억km 떨어진 곳에서 다시 통신이 두절되었다는 것..

    하지만 그대로 진행한다면 200만년 후에 황소자리의 알데바란에 도착한다고 하는군요. Great...

  6. 선배거긴안돼 2008/11/30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이오니아10호 : 나...난 지구따위 하나도 안그리웠다고..!! 그냥 전파가 오길래 신호를 준것 뿐이야!!

  7. ... 2008/11/30 22: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http://video.naver.com/2007083022384730344

    이 글을 읽고 이 영상이 생각난 사람들이 몇 있으리..

  8. 지하생활자 2008/11/30 22: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이것도 누군가 모에화 안하나요

  9. dasolblue 2008/11/30 2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월리 였던가..하는 그 에니메이션이 생각나네요

  10. 라파군 2008/11/30 2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파이오니아 10호: 저, 잘할께요. 반드시 잘할테니까...잊지 말아주세요...

  11. A 2008/12/01 01: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스피릿과 오버튜니티 떠올린 분들이 많으실 듯.

  12. loony 2008/12/01 03: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때 보았던 남녀가 파이오니어 10호 앞에서 서 있는 그림을 가지고 떠났던 그 탐사선이군요. 외계인이 그걸 주워볼 수도 있겠다고 엄청나게 흥분하고 재미있어 했었는데. 뭔가 엄청나게 그립네요.;

  13. 이드 2008/12/01 0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 우주로부터의 지극히 약한 신호를 잡음 속에서 구별하는 연구에 파이오니아 10호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열심히 모은 데이터따위는 필요없다, 인가요...

  14. wetsea 2008/12/01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주적인 규모의 짝사랑 두 개가 겹쳤군요. 우주에 대한 지구의 짝사랑과 지구에 대한 파이오니어의 짝사랑.

  15. yui88 2008/12/01 1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범프의 Fly by가 생각났습니다.

  16. NASA Enrichment Center 2008/12/01 15: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센터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미신은 무생물을 살아있는것 처럼 생각는 현상입니다.
    센터에서 알려드립니다. 파이어니아 10호는 결코 당신을 위협하지 않으며, 사실 말도 하지 못합니다.

    파이어니아 10호는 믿음직한 동료이긴 했지만, 앞으로는 동행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게 말을 할 수 있었다면 - 이 기회에 다시 알려드리지만 파이어니아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 당신에게 짐이 되느니 우주 어딘가에서 죽는게 낫다고 했을것입니다.

    NASA연구소 기술자 10명중 8명은 파이어니아 10호가 그리 큰 고통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 리드 2008/12/01 15:1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러다가 나중에 파이오니어 10호와 연락을 주고받는 걸 그만두면 '지금까지의 실험자들 중 제일 빨리 파이오니어 10호를 포기하셨습니다'라고 하는 거죠?

    • L.s 2008/12/02 02:06  댓글주소  수정/삭제

      portal의 동행 큐브를 파이오니아10호로 대체한 패러디근영ㅋ 찬양하라 밸브!!

    • 김특사 2008/12/06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어쩐지 ㅋㅋ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포탈이었군요...어쩐지 동행큐브 생각나더라..

  17. 2008/12/01 17: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울었습니다 ㅜㅜ

  18. OrangeQ 2008/12/01 1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NASA Enrichment Center // 어...이거 혹시 포탈의 동행큐브 패러디인가요? 왠지 절묘하군요~

  19. 레온 2008/12/01 2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 감동... ㅠㅠ

  20. 마호로 2008/12/01 22: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다른 장비로는 보이저 1,2호가 있죠..
    20년 이상의 항해로 태양계를 벗어낫고 태양계 외곽에서 처음으로 태양계 가족사진을 촬영했습니다.

    그 사진에서 창백한 푸른점이라는 지구의 또다른 이름이 나오게 된것이고요..



    뭐 재미있는 이야기로는 후에 기술이 엄청 발전해서 우리가 파나어니어 10호나 보이저호를 주워다가 박물관에 전시할수도 있을거라는 소리도 있습니다..

    • 세츠나 2008/12/01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세츠나F세이에이 엑시아(더블오), 목표를 회수한다.

    • 보이저6호 2008/12/02 11: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의 어떤 유명 SF 시리즈

      바빌론인가 하는 것에서

      우리가 쏘아보낸 보이저호를

      외계인이 포획해서

      전장 98km짜리 초거대 우주전함으로

      재탄생시켜 지구로 보내는 설정이 나옴...

    • wetsea 2008/12/03 01: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만화 2001야물어에 그런 내용이 나옵니다. 필사적으로 접촉을 요구하는 아광속 탐사선을 후에 개발된 초광속 우주선이 지나치죠. 인간을 용서해달라고 하면서.

  21. 디어스 2008/12/02 1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이네요.....
    Bump of chicken의 flyby..참좋아하는노랜데말이죠

  22. 4Sqd 2008/12/15 15: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다가 블랙마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레드 마커를 만들어 낸 다음 큰 사고가 발생한 뒤 프로젝트는 폐기되고, 먼 후일 함선 이시무라가 이것을 다시 발견한 뒤...

  23. bearsi 2009/12/18 19: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별의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