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의 무장으로 유명한 이나바 잇테츠의 하인 중 하나가 중죄를 저질러 참수를 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하인은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 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하면서 울부짖고 날뛰어, 좀처럼 처형을 거행할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잇테츠가 도대체 얼마나
비겁한 놈이길래 죽을 죄를 지어놓고도 그런 것일까, 하고 보러오자 뜻밖에 그 하인은 한 눈에 보기에도
중후한 풍모의 고집스러운 외모였다.

기이한 일이다 싶은 잇테츠는 물었다.

「왜 그렇게 비겁하게 삶에 미련을 두며 아우성 치는 것이냐. 그렇게도 네 목숨이 아까우냐?」

그러자 그 하인은 말했다.

「나는 원래, 당신의 모략에 당해서 죽임을 당한 사람의 가신이다. 내 주군의 원한을 세상에 알리고
  당신에게 언젠가 한 칼을 날리기 위해 이렇게 비참한 꼴로까지 살아왔지만 이런 어이없는 일로
  죽게 생겼으니 그것이 분해 울었던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잇테츠는 가신에게 그의 줄을 풀어주라 명했다.

「내 너의 충성심에 감탄하여 너를 풀어주마. 언젠가 나를 죽일 수 있다면 죽여봐라」

잇테츠는 웃었다.

「각오하라」

그렇게 한 마디를 토해놓고 하인은 떠났다.

몇 년이 지난 후, 잇테츠는 병에 걸려 결국 숨을 거두었다. 그 얼마 후, 그 하인이 잇테츠의 무덤에
참배를 왔다.

「나는, 당신의 목숨을 거두어 갈 날만을 준비하고 기다려왔습니다만, 끝끝내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당신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래서는 참수를 당할 뻔한 그 날 울음을 보였던 것이 그저 생명을
   부지하기 위한 유약하고 거짓된 눈물이 되어버립니다. 따라서 지금 당신의 앞에서 이 한스러운
  삶을 끝냅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할복,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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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킨쿠 2009/08/25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2. 킨쿠 2009/08/25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등을 +_+

  3. rew 2009/08/25 00: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앗!

  4. 리트님 2009/08/25 0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존심...

  5. 목짧은기린 2009/08/25 01: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이런 류의 얘기라면 어느 나라엘 가도 있지 않나요;;

    반전을 기대하며 읽었는데 없어서 아쉽.....

  6. cc 2009/08/25 01: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왠지 등신같지만 멋있어...

  7. .... 2009/08/25 0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바보같지만 수치와 명분를 아는 남자로군요.

  8. 호숫가의늑대 2009/08/25 02: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누구였지...숯을삼키고 몸에 옻을발라 변장해서 죽이려다 죽이려다 못죽이고 옷을 내달라해서 대신 베고 죽은 자객이 누구지 ㅡㅡㅋ. 미인은 자기남자를 위해 화장을하고 선비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위해 죽는다고 했는데 그이름이 생각안나
    ㅡㅡㅋ.

    • ㅇㅇ 2009/08/25 04:05  댓글주소  수정/삭제

      십팔사략에 나오는 이야기 같은데 누구였는지 저도 잘... -_-;;

    • 장자 2009/08/25 04: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사기 열전편의 예양에 대한 이야기일것입니다.

    • asshole 2009/08/25 1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죽어서도 주군께 체면을 살리고자 잡혔을 때 소매자락 한 부분만 찢겠다고 하고 그걸 베고서 죽죠..

      이후 충신에 대한 고사로 [예양]은 단골 레파토리..

      (광해군 시절 어느 충신의 기지에 관한 일화에서도 나왔죠-)

  9. 꿈은 사도 2009/08/25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게 빨리 끝내야지...

  10. 슌돌이 2009/08/25 1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댓글이 지워졌네요....

    저번 핵폭탄 갖고 댕기는 비행기? 이야기처럼 이런류의 얘기도 사실 여부가 확인이 안될텐데 제가 무슨 틀린말 했나요??

    • vaginismus 2009/08/25 1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금 지어낸 거짓 이야기와,
      설화를 구분 못하면 스스로의 지적 수준을 나나태는 것일 뿐

    • 슌돌이 2009/08/25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말도 안되는 비약하지 마세요.
      제 글을 읽고 구분을 못한다고 판단하는 것도 무리이고,
      굳이 구분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어차피 둘 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류의 이야기란 것 뿐인데요...
      근거없이 다른 사람 글을 까면 중2처럼 안보이는 줄 아나요?

      ps. 원래 글이 지워져서 그러는데 원래 달렸던 댓글은 일본인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이고 그런 방향으로 이야기가 거짓말이 붙여졌을 것 같다는 내용이였습니다.
      그리고 제밑으로 달렸던 댓글은 거짓말이라고 단정하는 글이있었는데 거기에는 리라님이 댓글을 달았었었죠. 거짓말이라고 단정하지말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네요...
      그 이후에 또 오니 제 댓글이 지워져서 다시 댓글 단겁니다.
      설화에 허구가 더해졌다는 것은 당신 정도의 지적수준이면 누구나 다 아는 겁니다. 물론 구분하는 것도 당신 정도 수준이면 다 하고요....

    • 마일드세븐 2009/08/25 20: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리라쨩~ 여기 도움이 필요해요

  11. 효우도 2009/08/25 13: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떤 사람이 한 왕에게 복수를 하려고 했는데 복수하기 전에 죽어버려서 무덤에서 시체를 꺼내 그 시체의 목을 배고 뼈가 산산히 부서질떄까지 매질했다는 이야기를 고우영의 십팔사략에서 읽었던가, 아니면 한국 역사책에서 읽었던가..

    • 황천의달 2009/08/25 13:21  댓글주소  수정/삭제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 오자서의 이야기인듯?
      초나라 왕에게 죽임을 당한 아버지와 형의 복수를 위해, 오나라로 가서 전쟁으로 초나라를 초토화시킨 후 무덤을 파고 시체에 매질을 했지요..

    • 미소녀 2009/08/25 2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때 오자서의 옛 친구가 「너무하지 않은가」라며 나무라자,
      오자서가 먼 곳을 바라보며 「일모도원」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 일격살충 2009/08/26 0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 친구는 신포서

  12. OPAL 2009/08/25 1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의 드라마틱한 역사 이야기는 신뢰가 안감...

  13. 오뎅탕 2009/08/25 15: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사 인물에 얽힌 '설화'를 보고 신뢰가 간다니 안 간다니 하는 사람들 보면 참
    깝깝하다... 개그를 다큐로 볼 사람들이구만 ㄲㄲㄲㄲㄲ

  14. ... 2009/08/25 2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니들은 여기까지와서도 다투냐!! 싸우지마라 간만에 개고기 먹으러 가는날이다!!

  15. 미고자라드 2009/08/26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애들은 이게 멋있다고 하겠지만 전 그냥 바보같군요. -_-

    • 리라쨩 2009/08/26 14:37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 글에 대한 일본 네티즌의 반응도 별로 그다지 멋있다, 라는 반응은 없었어요 ^^
      (일본 사람이나 한국 사람이나 생각하는건 다 거기서 거깁니다. 걔네들이라고 별달리
      다를 건 없어요)

      이런 자객열전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쪽 이야기도 당시의 시각에서는 그야말로 충의 그 자체
      일지 몰라도 요즘의 시각에서는 영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지요. 다만 바로 그 '당시의 시각'
      이라는 점을 감안해야겠지요. '충(忠)'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던 시절에 억울하게 죽은
      주군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이에 대한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는 의기를 높이사는
      것인만큼, 요즘의 시각으로 단순히 "바보같아" 라고 해버리는 것은 시대배경을 너무
      무시하는 이야기겠지요.

    • 미고자라드 2009/08/31 20:55  댓글주소  수정/삭제

      과연,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

  16. 유리카 2010/09/12 02: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살을 미화하는 체제는 절대 오래 가지 못하지요. 그저 찌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