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1학년 때의 지리 교사는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열성 일본교원노동조합이었다.  
수업은 뒷전인 채로 난징 대학살에 대해 연설하거나, 학생들에게 그 관련서적을 돌아가며 읽게 시키거나, 수업 중
그러한 문제와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지역의 내용이 나오면 또 관련 이야기에 대해 열성적으로 말하곤 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였고 그의 말이라면 모두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가미가제 특공대원을 소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라를 위해서 죽는 놈은 바보다. 전쟁을 일으킨 놈들이나 그렇게 하라지. 만약 나라면 전투기로 적함을 공격
  하기보다 하와이로 망명해서 훌라춤이나 추겠다」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의 말이라면 일단 무조건 받아들이던 나였지만, 그 하와이로 망명하겠단 이야기만큼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그에게는 부인이나 아이도 있었는데. 그래서 난 그에게 반박질문을 던졌다.

「선생님이 도망치면, 그 소중한 생명과 교환해서라도 가라앉힐 작정이었던 적함은 어떻게 되는 거지요? 일본에
남기고 온 부인이나 아이가 그 전함의 대포나 함재기에 공격받아도 괜찮은 것인가요? 그런데도 하와이로 도망쳐
훌라춤이나 춘다는 말씀이십니까?」

실제로 적 함대가 그러한 작전 행동을 취하지는 않겠지만, 난 전쟁에서 도망친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런 질문을 예상하지 않았던 것일까, 반전 사상에 열중한 그에게는 그런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일까. 횡설
수설하기 시작했다.

「OO(내 이름)같은 놈들이야말로 전쟁이나면 감정에 호소해서 국민을 부추켜 전쟁에 참가시키려고 할 놈들이다.
  그런 놈들은 전쟁에 반대하는 자들을 비국민이라고 불렀다」

「전쟁에도 룰이 있기 때문에, 군인은 민간인을 공격해선 안 되게 되어있다」

라는 식으로 발뺌했지만, 일본군이 중국에서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하는 이야기를 자기 자신이 몇 번이고 하지
않았는가. 게다가 전쟁 중에 민간인이 공습으로 죽은 이야기 따위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설득력이 없잖는가.  
자꾸자꾸 무덤을 파나가던 그는 결국-

「일본은 중국에서 나쁜 일을 했으니까 전쟁으로 살해당해도 자업자득이다. 국민 모두가 말이다. 여자나 어린애
  들도 예외는 아니다」

언젠가의 연설에서「전쟁에 참가하는 놈은 인간의 마음을 잃어버린 놈들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는 그였지만
자신의 부인이나 아이가 살해당해도 어쩔 수 없다라니,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이야말로 인간이 아니다.

그의 세뇌에 빠진 다른 학생 몇몇이 나를 위험한 사상의 소유자로 보기 시작했지만, 다른 대부분은 원래 무관심
이라 아예 중립이거나 나에게 찬동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그의 연설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 없어졌고, 결국
따분한 보통의 수업이 되어버렸다.

누군가가 그 이야기를 위선에 찔렀는지, 다음 해, 그는 다른 학교로 전출되었다. 그 곳에서 또 이상한 연설을 늘어
놓지나 않았으면 좋겠지만…….


* 역주 : 우리 입장에서는 입맛이 씁쓸하고 뭔가 복잡미묘한 기분이 드는 이야기입니다만, 아무리 그것이 옳은
           방향의 가르침이라고는 해도 도를 지나쳐 극단을 향해 치닫고 말아버리면 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커녕 역효과만 날 우려가 있다는 교훈을 던져주는 이야기다 싶어 소개해보았습니다. 일본 사회의 우경화
          바람의 한 단면을 살짝 엿본 느낌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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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꼬마 2007/02/10 0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 이상해.(반 애들 포함.)

  2. agipahak 2007/02/10 2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선생님의 생각인 '반전'이라는 간판은 좋지만,
    그것이 현실적인 내용이 아닌, 이상론에 빠져 허우적 대는 부분이 잘못 되었네요.

  3. SEviL 2007/02/12 0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형적인 우익논리군요...쩝..

  4. hororiさま 2007/02/12 0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도를 지키는게 좋을듯...;;;;

  5. 코끼리엘리사 2007/02/12 11: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생각할게 있는 이야기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지나치게 '적은 순수하게 나쁘다'조의 교육을 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위험해보이죠.

  6. -_- 2007/10/05 14: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본을 공격한다.

  7. ddd 2008/12/05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좌파들이 공부는 안 하고 정치구호만 외쳐서 후세대들에게 등신취급당한 건
    그동네나 이동네나 다를 게 없지요

    • 자라 2009/10/16 0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좌파는 교조적이라 비판받는거고... 무식해서 비판받는건 극우파 노인네들이겠죠.. 공부좀 하시길^^

    • 유리카 2010/09/26 18:50  댓글주소  수정/삭제

      좌파가 비판받는건 반체제적이다, 이상적이다, 분열적이다 는 주장이 주로고

      우파가 비판받는건 무식하다, 사태 파악이 느리다, 빈익빈 부익부를 부추킨다 는 거지요.

      공부 안하고 소리만 큰 건 친일파 꼴통 노인들입니다. 우파든 좌파든 제대로 배우고 주장하는 사람은 좋아해요.

    • ㅇㅇ 2010/12/04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파를 무식하다고 비난하는 자들이 제일 무식한것 같습니다. 마치 얄팍한 좌파 사상서적 몇권쯤 읽고 대단한 지식이라도 얻은양 잘난척 하는 대학생들이 재태크 서적과 각종 경제지식 습득에 열을 올리는 선배들을 무식하다며 비웃는 꼴이지요. 선배들은 결국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어줍잖은 이상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뿐이거든요.

    • 올ㅋ 2013/03/31 08:12  댓글주소  수정/삭제

      좌파 까는건 되지만 우파를 까는건 멍청한짓인가욬ㅋㅋㅋ

      라고 옛날 댓글에 달아봅니다

  8. 흐린오늘 2009/11/20 18: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학생때 있었던 좌빨 선생님이 생각나는군요...

  9. grotesque 2010/01/04 0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뭐, 이 이야기를,올바른 시선을 두고 보았을땐, 전혀 기분 나쁘지 않으셔도

    됩니다. 글쓴이나 저 선생이나 뭐라고 했든, 일단 그 당시의 일본녀석들은

    나쁜놈들 이었고,저 선생은 자국이 끝없이 그런 행위를 해온줄도 모르고

    (혹은 알고있었음에도 불구하고)일본이 전시에 매우 적은 빈도로 저런일을 당한

    걸 하나하나 부풀려 말한거죠. 그냥'그 당시 일본이 나쁘다'로 생각하심 편합니

    다.

  10. 미스영 2010/08/08 22: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짜피 카미카제는 별 효과가 없어서 전함은 그냥 시체 하나 치우고 끝나는 경우도 많았답니다ㅋ 그리고 당시 미군은 쇼미더머니 작전을 개시하고 있었기에 전함 부숴지면 또 하나 만들면ㅇㅋ

  11. ㅇㅅㅇ 2012/10/22 19: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카미카제의 쓸모없음과 국민을 소모품으로 보는 정부라든지 하는 식으로 갔으면 됐을텐데 말이죠.... 전쟁이라고 하더라도 지휘관은 병사들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지휘관의 명령이 그걸 어길 경우 항명해도 되지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