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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8/04 플란다스의 개를 아십니까? (15)
  2. 2011/08/01 현대판 솔로몬 (39)
1982년 얀 코르텔은 벨기에 앤트워프에 있는 한 여행 대리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었다.
어느날, 일본에서 온 소년이 어설픈 영어로 그에게 물었다.

「플란다스의 개 알아요?」
「플랑다스의 사자?」(플랑다스의 심볼)
「아니, 사자가 아니라 개라구 개!」
 
그는 더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그 후, 그는 그것에 대해 동료에게 물었다.

「아 맞아. 일본인들은 왠지 모르겠는데 오면 꼭 개에 대해 묻더라. 도서관에서 찾아보면 뭐
   나오지 않을까?」
 
얀은 도서관을 뒤져 영문판「플란다스의 개」를 찾아냈다. 당시 프랑스어판과 네덜란드어판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는 영문판으로 읽었다. 책이 도서관에 입고된 것은 무려 100년 전. 그는 다섯번째 독자였다.

책을 다 읽고 그는 충격을 받았다.

「이 책은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는 주변 사람들이 비웃던 말던, 이야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가급적 모든 정보를 모으기 위해, 일본인 여행자들에게 물었다.

「플란다스의 개를 아십니까?」
 
모두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왜 당신은 모릅니까?」
 
그는 일본에서 사무실을 가득 메울 정도로 플란다스의 개 관련 서적을 들여왔고 그것을 읽기 위해
일본어 공부를 시작했다.

얀은 이야기의 무대를 찾아 다녔고, 결국 그 배경이 호보켄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어, 그 곳에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동상이 지어졌다.

오늘날 그 거리를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 수는, EU를 제외할 경우 미국인 다음으로 많다.
24년이 지난 지금, 얀은 네로와 파트라슈의 전문가로서 존경을 얻고 있다.
더이상 아무도 그를 비웃는 사람은 없다.
5년 전에는, 요시미라는 이름의 일본인 여성과 결혼도 했다.
애니메이션의 벨기에 방영에도 노력을 기울였고, 책의 네덜란드어판 출판에도 성공했다.

「이 책은 마침내 앤트워프에 돌아왔다. 100년간 세계를 여행한 후, 일본인이 벨기에에 이 이야기를
   가져다 주었다」

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고 2008년 1월, 그는 일본인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체포되었다.
시카고의 저명한 재판관 구트너 씨는, 가정사에 관한 재판의 경우

「십중팔구, 아이의 힘을 빌리면 남자의 후회나 의지를 움직일 수 있다」

라고 곧잘 말한 바 있었습니다.


재판관 앞에는, 아주 건장한 체격을 가진 붉은 수염의 트럭 드라이버가 서 있었습니다. 그는
아내와 아이의 부양 의무를 방폐한 죄로 고소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는 아내의 눈물 어린 호소
에도, 재판관의 질책에도 동요한 모습이 없이 그저 완고하게 우뚝 서있었습니다.

그러자 구트너 재판관은 솔로몬왕처럼 마음을 먹고 남자를 향해 명령했습니다.

「한번이라도 좋으니, 그 아기를 품에 안으세요. 어머니에게만 떠맡기지 말고」

남자는 잠시 뒤를 돌아보더니 아내에게 아기를 받았습니다. 아기는 아버지의 시선에 기뻤는지
꺄꺄 소리를 내고, 다리를 푸드득 댔습니다. 그러더니 이윽고 아버지의 품 안에서 안심한 듯
조용히 안겼습니다. 아기의 작은 손은 아버지의 뺨을 쓰다듬었고, 아기다운 목소리로 옹알이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남자는 무너졌습니다.
그 안의 양심이 깨어났습니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재판관 님, 부디 저에게 이 아이를 키울 수 있게 기회를 주세요.
   신에게 맹세코, 꼭 잘 키우겠습니다」

그리고 이후의 양육 감독기록에 의하면, 실제로 그는 아내와 함께 아기를 잘 키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