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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빙하기

5ch 컨텐츠 2009/09/15 00:43

나는 32살로 취업 빙하기에 참으로 지독하게 시달린 세대인데, 작년 말에 고교 동창회가 있었다.
몇 년에 한번 꼴로 동창회가 열리지만 10년을 무시하다가 마침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열린다고
하길래 그냥 왠지 모르게 발길을 옮긴 것이 실수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참가자가 적다 싶었는데
옛날부터 정보통이었던 여자가 나를 보더니 한 마디.
 
「꺄!! OO군(나) 살아있었네!」

뭐야 대뜸 죽은 사람 취급이라니. 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우리 반 32명 중 15명이 소식불통, 1명이
병으로 사망, 3명이 자살이었다. 고작 참가자 9명이 참가한 썰렁한 동창회였지만 그래도 동창회답게
자기들 사는 이야기 보고가 있었다.
거기서 놀라운 사실이. 나 이외에는 모두가 독신으로, 나를 포함하여 정사원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이었다.

여자들은 벌써 노쇄하여 아줌마가 다 되었고, 남자들도 삶에 찌든 얼굴들. 내가 애가 있다고 하니까
다들 놀라면서 축복해주었지만 그들의 눈은 질투랄까 저주랄까 그런 눈이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자 슬슬 나에게 묻는 녀석이 있었다. 연봉은 어느 정도냐 하는 식으로.

솔직하게 대답하자, 그런 수입으로 애를 키울 수 있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잘만
기르고 있지만. 그래서 너희들의 연봉은 어때? 하고 되묻자 말을 흐린다.「뭐, 좋을 때는」이라는
전제를 붙이고는 300만엔 정도 벌어! 라고 허세를 부린다.

뭐야 그 좋을 때라는 건. 왠지 그 자리에 있는 것이 괴로워져서 빨리 돌아왔다.

취업 빙하기라는 사실 만으로 어째서 모두가 이렇게 불행하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