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5'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8/05/05 문명인이 잃어버린 능력 (34)
  2. 2008/05/05 물은 굉장해 (32)
  3. 2008/05/05 끓는 물을 붓고 3분 (35)
  4. 2008/05/05 스튜어디스 (17)
  5. 2008/05/05 지옥의 엔지니어 (34)
  6. 2008/05/05 슬픈 이별 (35)

어느날, 오지의 대자연과 그와 함께 살아가는 부족을 취재하기 위해 한 취재팀은 그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찍게 되었다.


「내일은 밖에서 촬영하기 힘들 것 같은데. 비 올 것 같아」

하늘을 뒤덮은 검은 구름을 보고 디렉터가 중얼거리자, 옆에 있던 부족의 한 노인이 작게 말했다.

「내일은 맑아···」


노인의 말대로 다음 날은 아주 맑았다. 취재팀은 그 날 하루 아주 좋은 영상을 많이 카메라에 담았다.

「좋아. 오늘은 좋은 영상이 찍혔다. 내일도 맑을 것 같으니 모두 힘내자구!」

디렉터가 아름다운 저녁놀을 올려보며 그렇게 말하자, 또다시 노인이 작게 말했다.

「내일은 폭풍우다···」

그리고 과연 다음 날은 강한 폭풍우가 불었다.


그날 밤, 취재팀은 서로 이야기했다.

「역시 대자연에 사는 인간은, 날씨 정도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겠지」
「우리 문명인이 어느새 잃어버린 능력일까요···」

취재팀은 그 노인의 작은 오두막을 방문했다. 노인의 조촐한 오두막의 벽에는, 뭔가 이름모를 짐승들의
두개골이 가득했다.

디렉터는 조심조심 물었다.

「노인. 내일의 날씨는 어떨까요?」


그러나 노인은 입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어째서 오늘은 날씨를 가르쳐 주시지 않습니까?」

노인은 날카롭게 빛나는 검은 눈동자로 취재팀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작게 말했다.


「라디오가 고장났어···」

물은 굉장해

5ch 컨텐츠 2008/05/05 00:58
물은 굉장해.

정확히 섭씨 0도에서 얼고, 100도에서 증발하잖아?
이과연표 전체를 훑어봐도 이 정도로 딱 외우기 쉬운 비점 융점의 온도를 가진 액체는 없어.
물이 없으면 생물이 살아갈 수도 없고, 확실히 마법의 물질이야.
컵라면에는「더운 물을 붓고 3분간 기다린다」라고 써있지만, 이게 생각해보면 꽤 심오한 이야기다.

왜 3분인가, 라고 생각해보면, 우선 3분이 지났을 때가 가장 알맞게 면이 익었을 때로서 가장 맛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즉, 컵라면이 가장 맛있는 순간은 3분이 된 그 순간인 것이다.

그 전에는 면도 건더기도 너무 딱딱하고, 그 후에는 면도 건더기도 불어터져 씹는 맛이 없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컵라면을 가장 맛있게 먹고 싶다면 철저히 시간을 재어, 3분이 된 그 순간 모두 한 입에 넣어야한다.

1초라도 늦어선 안 된다.
1초라도 빨라선 안 된다.
 
3분의 그 순간이 오면, 즉석에서 뚜껑을 열고 내용물 모두를 한 입에 넣어야한다.

 
그러니까 그 방법 좀 누가 가르쳐 주세요.
 

스튜어디스

5ch 컨텐츠 2008/05/05 00:28

비행기 안에서.

기장은 마이크로 여느 때처럼 실내 아나운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탑승한 승객 여러분, 이 비행기는 고도 1만 피트를 순조롭게 항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장은 실수로 마이크 스윗치를 끄는 것을 깜박했고, 덕분에 콕피트에서 부기장과의 사적인 대화가
모두 승객들에게 방송되어버렸습니다.


기장   :「아 지루하다!」
부기장:「저는 커피라도 좀 마시고 싶네요」
기장   :「나도. 그리고 섹스도 하고싶군」
 

그 대화가 그대로 실내에 아나운스되자 스튜어디스는 놀라서 콕피트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승객의 한마디.

「커피도 잊지 마!」

지옥에 한 천재 엔지니어가 도착했다.

그는 생전 뛰어난 손재주를 가진 남자로, 지옥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하여 다양한 고문도구를 수리하는 한편
지옥 용암의 자동온도조절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하고 마왕의 안락의자를 수리하는 등 대활약을 펼쳤다.

「아, 정말 쓸만한 놈이 왔구나」하고 희희낙낙하는 마왕에게, 어느 날 천국의 신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마왕, 그 엔지니어는 원래 천국에 와야할 영혼인데 행정착오로 지옥으로 갔다. 그러니 속히 천국으로
   돌려보내라」
 
그러나 마왕은 장난치냐며 천국신의 요구를 거절했고, 격노한 신은「법적수단도 불사한다」라는 최종통고를
보내왔다.

하지만 마왕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법으로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변호사는 모두 이 지옥에 있으니까」
 

슬픈 이별

5ch 컨텐츠 2008/05/05 00:01
「 나를 버리지 마!」하고 똥은 말했다
항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똥을 버렸다
항문은 뭔가 똥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뻐끔거렸지만
그대로 아무 말 없이 똥을 버렸다

똥은 웅덩이에 누웠다
미련이 남은 모습으로 항문을 올려보았다
물 속에 잠긴 똥은
비록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해도
이미 그것이 눈물인지 물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항문은 이별의 입맞춤을
흰 손수건으로 닦았다
흰 손수건에는 똥이 남긴 다갈색의 자취가
남겨졌지만 그것마저 웅덩이에 내던져졌다.
마치 똥을 덮어 가리듯이

그런 슬픈 이별을
거시기는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몰래
그 슬픈 이별을 지켜볼 뿐
그저 몇 방울의 눈물을
뚝뚝 흘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