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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

5ch 컨텐츠 2009/04/01 18:08

대학교 1학년

새롭게 시작된 대학생활에 가슴이 두근두근. 수강신청이나 동아리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할 때쯤
슬슬 친구들도 생긴다. 손이 빠른 놈들은 여름방학 전 쯤에 벌써 CC도 생겨난다. 그런 놈들을 보며
자기도 조금 마음에 두고 있던 애와 사이를 조금씩 발전시켜나간다. 첫 축제와 겨울방학을 경험하며
새삼 대학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며 뿌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교 2학년
 
학교생활에 서서히 익숙해진다. 왕복 전철이나 이 대학생으로서의 일상이 영원히 계속될 것 같다.
수업을 따라가는 페이스나 적당한 요령도 생기지만, 인간관계에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 좋아하는
아이와의 관계가 파국을 맞이하고 암흑의 시간을 보내는 놈들이 속출할 시기.

 

대학교 3학년
 
슬슬 수강할 수업의 수가 줄어들기 시작한다. 빈 시간을 잘 유효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놈들은
하나둘씩 니트 예비군이 된다. 인터넷에 빠지거나 유흥의 시간을 보내거나 오락의 세계로 도피하게
된다. 취직에 대한 압력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대학생활이 임종을 향해
간다는 것을 눈치챈다. 모두의 웃는 얼굴이 점점 사라져간다.

사회라는 암흑의 세계를 등덜미에서 서늘하게 느끼며 산다. 여기서 멈추면 사회적으로 죽은 존재
확정루트로 고속행진. 우정 관계도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인다.


대학교 4학년
 
들어야 할 수업 수가 점점 줄어든다. 그 대신 연구수업이나 세미나 활동, 졸업논문/작업 등의 마무리로
어수선해진다. 본격적으로 취직에 관한 화제가 많아진다. 빠른 놈들은 봄에 이미 취직처를 구한 놈도
있다. 그때는 그저 그런 놈들을 영웅을 보는 눈으로 바라볼 뿐이지만, 점차 자신의 입장을 깨닫게 되며
초조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실감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첫 면접에서 떨어지며 눈치챈다.
아, 나는 사회의 쓰레기구나.

여기에서의 좌절에 쓰러지면 사회적으로 무가치한 존재들의 행렬에 동참하게 된다. 인터넷으로 도피하거나
자신의 연구에 몰두함으로서 취직활동에서 벗어나려는 놈도 나온다. 그러나 그것은 마약이다. 졸업논문
따위, 아슬아슬하게 졸업만 할 수 있게 하면 그만이다. 졸업여행을 친구와 즐겨라.

졸업식을 맞이한다. 왠지 달성감에 만취하며 학교생활의 마지막을 맛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고 귀가
했을 때 아쉬움과 섭섭함을 눈물로 기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몇 년이 흐르면, 이번에는, 열심히 잘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공포를 눈 앞에 두고 통곡한다.

엔지니어 3명과 회계사 3명이 먼 회의 출석을 위해 열차를 타기로 했다.
역에서, 회계사들은 각각 티켓을 샀지만 엔지니어들은 3명이 티켓을 한 장만 샀다.

「자네들, 티켓 한 장으로 어떻게 탈 생각이야?」
 
그러자 엔지니어들은 대답했다.
 
「머리를 써야지」

열차에 탑승한 후 회계사들은 자신들의 자리에 앉았다. 한편 엔지니어들은 같은 화장실에 3명이 함께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윽고 열차가 출발하고, 차장이 티켓을 확인하러 왔다.

차장이 화장실의 문을 두드리며「티켓 좀 봅시다」라고 하자, 문을 살짝 열고 티켓을 가진 손 하나만
슥 나왔다. 차장은 아무 말 없이 티켓을 확인한 후 다음 차량으로 건너갔다.

회계사들은, 그 방식에 너무나 감탄, 돌아가는 열차에서는 그것을 흉내내 티켓 값을 절약하기로 했다.
 
돌아가는 역 앞에서 회계사들은 티켓을 한 장만 샀다. 그런데 놀랍게도 엔지니어들은 이번에는 한 장도
사지 않는 것이 아닌가.

「자네들은 티켓 없이 어떻게 탈 생각이야?」

엔지니어들은 대답했다.

「머리를 써야지」

열차에 탑승하자, 회계사들은 화장실에 비집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엔지니어들도 그 가까운 화장실로
3명이 들어갔다. 열차가 출발하고 잠시 후 엔지니어 한 사람이 화장실에서 나와 회계사들의 화장실로
향했다.

그는, 회계사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화장실의 문을 노크하며 이렇게 말했다.

「티켓 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