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주 : 운영을 일주일 정도 쉬기로 했지만, 마냥 가만 있기도 찜찜해서 하나만.
일년 전 이야기로, 친구가 꼬셔서 모 MMO(인터넷 게임)을 시작했다.
그 전까지 온라인 게임은 커녕 채팅조차 해본 적이 없던 나는 우연히도 대형 길드에 가입하게 되어
거기의 고참 플레이어 몇 명에게 플레이나 채팅에 관해 도움을 받았다. 내 캐릭터는 모두가 도와준
덕분에 순조롭게 성장, 언제나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었다. 모두 좋은 사람인데다 초보자라는 점도
있어서 나는 길드 내에서 꽤 귀여움을 받았던 것 같다.
자주 도움을 주던 고참 게이머 중에 A가 있었다.
A는 게임의 초창기부터 플레이했기 때문에 레벨도 길드 내에서 가장 높았고, 보통은 구경하기조차 힘든
고급 장비를 몇 개씩이나 소지하고 있어서 모두에게 부러움을 사는 존재였다.
그는 특히 나를 걱정해주어, 언제나 레벨업을 도와주고 자기가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비를 선물하곤 했다.
소속해 있던 길드는 모두가 사이 좋아, 실제로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이의 사람도 몇 명 있다고
하고, 또 게임을 하면서 인터넷 전화로 서로 대화를 하거나 메일주소를 주고받는 일도 자주 있었다.
멤버 대부분이 도쿄, 오사카 인근에 사는 바람에 북쪽 끝의 홋카이도에 사는 나는 오프 모임에 참가할
일이 없었지만 오프라인 파티도 가끔 열리고 있었다.
나는 A를 포함한, 어느정도 친하게 지내던 멤버 몇 명에게 내 정보(실제 나이, 성별女, 하는 일, 메일주소)를
가르쳐 주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휴대폰 번호나 자세한 집주소를 가르쳐주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A는 칸사이 지역에 사는 대학생이었다.
그 무렵, 게임에 로그인하면 항상 A가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었다.
길드 헌트라고, 길드 동료들과 함께 몬스터를 잡을 때는 물론, 가끔 혼자 플레이를 하고 있을 때도
A에게 가끔 1:1채팅으로 귀엣말이 날아오곤 했다.
「OO접속했어? (′·ω·`)」
「지금 뭐해? 혼자 플레이 해도 괜찮겠어?(′·ω·`)」
「혹시 지금 누구랑 같이 플레이 하는 중?(′·ω·`)」
A로부터의 귀엣말에는 항상 (′·ω·`) 라는 이모티콘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야 항상 잘 대답을 해주었지만 한번은 다른 친구와 함께 치열하게 플레이를 하던 중이라 그의
귀엣말에 답장을 할 틈이 없었고, 미안하지만 나중에 답장을 하기로 하고 답장을 안 했다.
그러자 채 1분도 지나지 않은 틈에 귀엣말이 아닌 일반 채팅(화면 내에 있는 모두가 보이는 채팅)으로
「(′·ω·`)」
라는 문자가 떴다. 꽤 먼 맵에 있었을 A가 우리가 플레이하던 맵으로 온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사냥을
중단하고 귀엣말을 바로 답장 못 준 것을 사과하자,
「됐어, OO은 나보다 다른 사람하고 게임하는게 더 즐거운가 보네(′·ω·`)」하며 로그아웃.
나는 황당, 함께 있던 친구도 질색.
그때 나에 대한 A의 보통이 아닌 집착을 느꼈다. 그리고 이후로도 내가 로그인을 하면 항상 곧바로
A에게 귀엣말이 왔다.
「(′·ω·`)」
게임에는 친구 등록이라는 기능이 있어서, 친구 리스트에 등록된 사람이 로그인을 하면 리스트에 이름이
빛나, 검색을 하면 어느 맵에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A는 이 기능을 사용해 나의 로그인 상황과
어디 맵에 있는가를 항상 감시한 것이었다.
나는 A의 행동이 무서워서, 당분간 게임에 로그인하는 것 자체를 삼가게 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매일같이 휴대폰으로 메일이 왔다.
「어째서 최근 로긴 안 해?(′·ω·`)」
「OO이 없으면 외로워(′·ω·`)」
「혹시 나 싫어진거야? 나는 이렇게 좋아하는데(′·ω·`)」
처음에는 적당히 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나에게도 사생활이 있다.
A는 대학생, 나는 사회인.
근무 중이던 휴식 중이던 한밤 중이던 시간을 불문하고 날아오는 메세지에 아주 짜증이 난 나.
어느날 A에게 이런 메일을 보냈다.
「나는 게임하고 있는 동안은 모두와 즐겁게 놀고 싶고, A에게 딱히 특별한 감정은 없다. 또, 한밤 중의
보내는 메세지도 민폐니까 앞으로는 삼가주었으면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A로부터「(′·ω·`)」
상투적인 답신이었다. 이제 지긋지긋했다.
그 이후로 A와 메일교환은 없어졌고, 게임도 거의 로그인하지 않게 되었다.
로그인하지 않게 된지 3주쯤 지났을 무렵.
길드 내에서 사이좋게 지내던, 다른 사람으로부터 메일이 왔다.
「최근 잘 안 보이는데, 바빠? 모두 쓸쓸해하니까 가끔씩은 로그인 해^^
그 A도 대학을 관두었다나 어쨌다나 바빠서인지 로긴을 안 해. 다들 접속을 안 하니까
심심하네―」
A가 대학을 그만두었다니.
싫은 예감이 들었지만, 그 친구에게는 한가해지면 로그인하겠다고 간단히 답장하고 곧바로 그 일을 잊었다.
나는 당시 모 자격증 시험 학원강사 일을 하고 있었는데, 주로 무료체험스쿨 이벤트를 담당하고 있었다.
무료 체험을 실시한 날은, 마지막에 수강자에게 앙케이트를 했다
수업의 감상이나 강사의 인상, 이름, 주소 등을 WEB상에서 입력하는 간단한 앙케이트였다.
앙케이트를 회수하고, 결과를 데이터로 정리하는 것도 일의 일환이라,
그 날도 여느 때처럼 앙케이트 결과를 대충 훑어보고 있었다.
그리고·· 스크롤에 손이 멈추고, 눈이 모니터에 못박히게 었다.
【수업의 감상】
(′·ω·`)
【강사의 인상】
(′·ω·`)
【이름】
A의 캐릭터명
【주소】
칸사이
전신의 털이 거꾸로 섰다. 수강자 중에 A가 있었던 것이다.
확실히 A가 아직 정상(인가?)이던 시절, 내가 홋카이도의 제일 큰 도시의 역 앞에있는 PC계열 자격증
학원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나는 무서워서 일을 서둘러 마친 후, 집이 아니라 신칸센을 타고 200km 떨어진 고향으로 피난했다.
다음 날이 휴일이라 다행이었다.
사이가 좋았던 길드 멤버 몇 명에게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게임을 은퇴하기로 했다.
A의 근황을 아는 멤버로부터의 정보에 따르면 A는 홋카이도에서 일을 찾고 있다고.
그 후 곧바로 휴대폰을 바꾸고 결혼을 위해 퇴직, 홋카이도를 떠났다.
당시 물정에 밝지 못해 이런저런 신상정보를 흘리고 다닌 나에게도 잘못이 있겠지만
얼굴도 모르는 게임 속 만남만으로 그렇게까지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로 무서웠다.
글로 쓰면 별로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앙케이트를 발견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이후로 (′·ω·`) 이 이모티콘만큼은 정말로 쓸 수가 없다.
더이상 두 번 다시 온라인 게임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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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밤기?
순간 깜짝 ㅋㅋㅋㅋㅋㅋ
괴담 천국에 가야 하는 내용 아닌가요 ㅋㅋㅋㅋ
갑자기 이 글에 달렸던 베스트 리플이 생각나네요
"저승사자 인턴과정 중?ㅋㅋㅋ"
탁탁탁
탁탁
탁탁탁탁
추욱
볼 수 있는 게 수명만이라면, 그들은 5분 이내로 모두 죽는 건가요... ;;
누가 설명 좀 해주세요ㅠㅠ
수상한 남자는 다른 사람들의 수명을 보고 수명을 말해줍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그게 나이를 말하는 것인줄 알고 맞다고 대답합니다. 수상한 남자는 수명을 말한게 맞는줄 압니다.
그러다가 수상한 남자가 "(당신의 수명은)50세죠?" 하고 물어봤는데 어떤 사람이 자신의 나이는 5분 뒤에 51세가 된다(=즉 현재 나이 50세) 라고 대답했기 때문에, 5분 뒤에 모두 죽는다는 것을 수상한 남자가 깨달아서 얼굴이 창백해 진 것입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1월 1일에 나이가 1살 증가하지만 일본을 포함해서 대다수의 서양국가는 자신의 생일에 1살 증가합니다. 덧붙여서 한국은 어머니 뱃속에 잉태된 시점을 '탄생' 으로 여겨 0세가 시작되어 출산시 1세를 부여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출산을 탄생으로 여기기 때문에 출산시가 0세입니다. 따라서 동일한 생일이 한국과 일본(과 서양국가)에서 세는 방법에 따라 2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아무개//오그렇군요 저도 좀 헷갈렸는데ㅋ 해설 감사요~
김아무개//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수상한 남자는 착각한게 아닙니다.
수상한 남자는 다른 사람들의 수명을 볼줄 압니다. (자기 자신의 수명을 볼 수 있는지 없는지는 안나와 있군요.)
근데 전철에 들어서자, 사람들의 수명과이 겉모습으로 추측할 수 있는 연령대와 비슷합니다.
그래서 혹시 수명과 현재의 연령이 맞아떨어지는지 아닌지 확인해봅니다.
확인 결과 맞아떨어집니다. 많아도 1년안에는 죽는다는 거죠.
근데 어떤 사람은 5분후에 나이가 변할텐데, 수명과 나이가 맞아 떨어집니다.
즉 많아도 5분안에 무슨일이 생겨서, 전철안의 사람이 다 죽는거죠.
추가로 김아무개님이 말씀하신 서양국가의 나이법은 한국에선 '만' 나이라고 씁니다.
만나이는 단순히 -1살이 아니라 생일때 한살 증가하는겁니다 'ㅂ'.
설명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공식적으로)나이를 쓸때 (보편적인 생년의 경우)생일이 안지났으면 2살, 지났으면 1살을 빼라고 말하죠.
모두다 죽는거죠 뭐 ㅠㅠ
오랜 시간 외로움과 고행 끝에 드디어 마법사가된 그 남자는 사람들의 머리위에 그 사람의 수명이 보이는 능력을 가졌다.
한명의 마법사로서의 자격을 드디어 부여받은 그는 기쁜 마음에 열차에 올라타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자랑하게 되는데....
어허허허허허헣ㅇ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센스가 장난이 아니신데..푸하하
결국 이렇게 허망한 삶을...
앍 젝일.. 이군요
곧있으면 열차 사고가 나겠군요..
이해안되는게
남자는 왜 첫 질문을 할때 당신의 '연령'은...xx세 입니까?
라고 했죠?
수명이 보이는데, 한 20대 후반 또래로 보이는 사람의 수명이 딱 28살로
보이니까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나보네, 싶어서 물어봤겠죠.
그냥 사람하고 뭔지 모를 숫자가 같이 보이는데, 그 숫자가 얼굴로 짐작가는 연령이랑 비슷해 보이니 연령이냐고 물은 것 같습니다.
사실은 아니었지요.
잭더리퍼님과
소재 공유인가요?
아니면 우연히 맞은건가요?
이 이야기가 전파만세, 화이트채플, 잠밤기
이렇게 3개나 올라왔네요
우연의 일치가 대단합니다
그만큼 이 이야기가 재밌다는 뜻인지.. ㅎㅎ
어디서 봤다 했더니 잠밤기로군요 ㅋㅋ
요새 유행하는 얘긴가바여...
리라님이 주로 2ch에서 갖고 오시니까 일본에서 유행하는건가???
재미있는건 아닌듯합니다...
아마도 이 남자는 수명을 보는데 '모든 사람'의 수명과 나이가 비슷해(아마 거의 같아) 보입니다.(즉, 전철 안 '모든' 사람의 수명이 얼마 없다는 뜻이죠.)
그래서 나이를 물어보고 다닙니다만...
모두의 나이가 수명과 같습니다.
중간 설명에보면 15분 후에 다음 정거장(즉 다음에 내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15분이 지나야...)이며, 어떤 여성은 5분후에 51살이 된다고하니...
이 남자역시 5분안에 아마도 '전철사고'로 죽게될거라는 뜻이죠.
그래서 창백해졌다... 라고 이해했습니다만...
한두명도 아니고 한 전철 안에 1년안에 죽는 인간이 몇명이나 있는데 좀더 일찍 알아차려야 하는거 아니야??
다음 역까지 15분 남았다고 했으니, 이 남자는 다음 역에서 내려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겠죠. 하지만 5분 내에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창백해짐...
뛰어내려!
예언가의 말을 듣고 얼굴이 사색이 되며 열차에서 뛰어내리는데..
예언가가 꼬마아이를 보며
"너는 80이구나"
사신의 눈인가?!
개그라고 보기엔 살짝 오짝하네요 'ㅂ';
그리고 남자는 거울로 자기 얼굴을 보고 좆ㅋ망ㅋ
라고 느꼈겠죠.
뮤직비디오 중에 한 남자가 사람의 수명이 보이는 능력을 가지게 돼서 위험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해주고 마지막에 구해진 사람이 그 능력을 건네받게 되는 내용이 있었는데 혹시 어떤 노래인지 알려주실분 ;ㅅ;
nickelback의 Savin' me 입니다.
5분이내에 전원사망한다는 소리인데...
왠만큼 엄청난 사고라도 그 시간내에 전원사망하긴 쉽지 않을겁니다...
항공기사고라도 5분내에 전원 죽진 않아요...
재미없는 마지레스였습니다...
아니, 재미있습니다
그런 맹점이...
그 아주머니는 5분 내에 죽고,
다른 사람들은 며칠에 걸쳐 죽더라도
일단 제대로 본거지요.
사고가 1초 후에 일어난다면?
굳이 따져본다면 꼭 그렇게 되는건 아니죠...
저 아저씨가 보는거는 사람이 죽을 때의 나이라는게 핵심
그렇다면 5분후에 51세가 되는 그분만 5분 전에 죽게 된다는 소리가 되구요, 나머지는 5분 이내에 죽을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한살씩을 더 먹기 전에 죽게 된다고 보는게 맞겠죠... 다만 이렇게 된다면 또 다른 의미로 공포이긴 합니다만....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이 생각나네요..;;
약간 오류가 있군요. 마지막 중년 여인에게는 51살이냐고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남자가 지금까지 봤던 것이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아니죠 51살이 채 되기도 전에 죽는다는 소리 같은데요. 즉 12시 땡 치기 전에 다 죽는다는 것..
5분이 지나기도 전에 죽는거죠
글의 내용은 분명합니다.
1. 남자는 자기가 보는 게 수명이란 걸 처음부터 명확히 알고 있었습니다.(남자가 수명을 나이로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면 글 내에서는 남자의 인식이 나이->수명으로 전환될 수 있는 계기가 없었으므로)
2. 신기하게도, 차량 내 모든 사람들의 수명은 모두 현재의 나이와 같습니다. 모두 지금~1년 후 사이에 죽습니다.
3. 그 중, 여자의 수명은 50세까지입니다.
4. 그 여자의 50세는 앞으로 5분 남았습니다.
5. (남자의 뇌 내에서 귀납적 사고에 따른 원인 추리)
6. ......
다시 봤는데 셋째 줄을 제대로 보니 사내는 자기가 뭘 보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얼굴이 창백해지는 부분에서 자신이 보는 것을 알게 된 건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도망 못 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군요..
그 여자만 심장 발작으로 5분후에 죽고, 나머지는 다른 사건 사고로 1년안에 죽는다면.. 남자는 살아 남는건가..
L!!! 내가 사신의 눈과 함께 돌아왔다!!! 크하하하하하!!!
12살에 부자가 된 키라
ㅈㄹ / .... 그 말하는 개, 본명이 류크입니까.
저 전철은 심야에도 다니는 것이로군요.
중년여성분이 태어난 시간이 전철이 다니는 시간인거겠죠.
제일 위엣 줄에
'자정에 가까운 시간 심야 특급'이라고 나와있습니다.
보통 아무리 만 나이라지만, 태어난 시간까지 정확히 지키지는 않아요;
그리고, 한국 역시도 새벽까지도 운행하지 않나요?
막차가 아마 새벽 1시 조금 못되서 끝나는걸로 아는데...
중이 제머리 못깎는다더니 자기는 그 열차에 왜탄거야
데빌 서바이버가 생각났다..
남자는 사신과 계약을...
이건 잠밤기에서 본듯한 데자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