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할머니에게 들은 옛날 이야기.
1945년 8월, 중립 조약을 깨고 소련이 공격을 시작했을 때, 할아버지는 설계기사로서 중국에서 발전소를
건설 중이었다. 그 덕분인지 징병을 당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발전소는 거의 완성 직전이었다.
「소련이 곧 이 곳을 친다」
당시 이미 그 소문은 인근 일본인 마을에 다 퍼진 상태였고
일본군이 우리를 지켜주겠지? 여기 거주지는 다 어떻게 되는거야? 하며 모두들 떨었다.
하지만 관동군은 어느새 다 돌아가버린 상태였다. 언제나 잘난 척 하던 군인은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간신히, 극도의 혼란에 빠져있던 개척단 총본부에서 지시가 내려왔다.
발전소 공사 무기 중지, 개척단은 시급히 일본 본국으로의 이주 준비.
건설 도중의 발전소 및 지하 군사기밀은 모두 파기할 것.
당시 인근의 마을에 있던 이들은 모두 발전소 건설 기술자와 인부, 그 가족들로 모두 일본인들이었다. 그들은
간신히 정착해서 그곳에서 일군 모든 것을 버리고 퇴거해야 했다. 최대한 빨리. 여기 남아있어봤자 소련군에게
강간당하고, 약탈당하고, 살해당할 뿐이라는 흉흉한 소문과 예측이 돌았다.
동료 수십명과 함께 발전소로 향하던 할아버지는 울부짖었다. 아직 아이었던 고모와 어머니를 거느린 할머니에게
한 자루의 칼을 건내주고는 말했다.
「나는 지금 발전소를 파괴하러 가야 돼. 그러나 그 전에 소련군이 먼저 이 마을을 덮쳐서 심한 꼴을 당할 지경이
되면, 그 전에 그냥 모두 이 칼로 죽어」
할아버지들은 서둘러 발전소로 향했다. 다행히 아직 소련군의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그날 아침은 여름인데도 안개가 진하고, 매미조차 울지 않을 정도로 온 세상이 고요했다.
할아버지들은 울면서, 완성을 눈 앞에 둔 발전소의 설계도를 모두 불태웠다.
그리고 역시 거의 완성되었던 시설의 핵심 부분을 파괴했다.
먼지투성이가 되어 돌아왔을 때, 다행히 아직 소련군의 공격은 없었다.
울어 지친 딸들을 마루에 재우고 할머니는 홀로 어둠 속에서 눈을 가늘게 뜨고 칼을 손에 꼭 쥔 채 정좌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족은 말 그대로 가방 하나 들고 도망쳤다.
이미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던 시기. 순식간에 땅이 얼기 시작했다.
길가에 나 있던 바싹 마른 당근들은 마치 사과와도 같은 맛이었다고.
별 이동수단 하나 없이 끝없이 계속되는 그 먼 길을 차가운 진흙 속에 발을 담가가며, 간신히 인산인해로 몰리던
항구까지 도착했다.
그러나 항구에는 중국인 인신매매단이 활개치고 있었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건만, 그 혼잡한 와중에 지치고
복잡한 찰나 잠깐 손을 놓친 아이들은 인신매매단에 마구 납치당했다.
또 표를 사기 위해 가방 속에 챙겨왔던 얼마 안 되는 패물들은 모두 다 꺼내야했다.
그렇게 간신히 탄 일본행 배는 당시 마지막에서 두 번째 배. 마지막 배가 떠나도록 타지 못한 일본인들의 운명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 날의 일에 대해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는 거의 없다. 할아버지는 그 날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절하셨다.
나는 생각한다.
그 생사의 기로에 놓인 공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슬픔과 분노와 절망을 두고 왔을까.
아득히 먼, 만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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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말이여
어떤 프로그램의 기능인지 예상이 안가네요
ㅋㅋㅋㅋ 급했나보네요
보통 저런문구가 뜨면 안쓰니까 클레임이 안들어왔다는것 같은데
근데 저거 사실이지않나? 추가되기로 예정되어있지만 설치는 되어있지않은 기능이라면 실행하면 악영향을 주는건 당연한거지만 정면돌파로 당당히 해결해버리는 부장이 웃음 포인트인듯.
그건 아닌듯..
음... 정면돌파라...
'설치되어있지 않은' 기능을 '설치 완료 된 것 처럼'
속이고는 그 기능을 실행하려고 하면 사용자가
'겁을 먹도록' 셋팅해뒀을 뿐이겠죠.
'당당히' 해결했다기 보다는 심리적 압박을 가해서
그 기능쪽은 건드리지도 못하도록 3개월간 시간을 끌었다는게
정답인듯. (이 무슨 침묵의 함대)
속인것은 설치 안되어있는것을 되어있는것처럼 한것뿐이라서 저렇게 말했음..
어.. 어쩐지!;
예전에 저런 문구가 뜨는 프로그램을 그냥 눈딱감고 실행해봤는데
컴이 멀쩡히 잘 돌아갔었습니다!
..보, 보이지 않는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부장의 재치와 담력이 상당하네요.
있을 법 하네요ㅋㅋㅋ있었을지도?ㅋㅋㅋ
어떤 게임의 엔딩이 완성이 안되서 엔딩보기를 불가능하게 만든 후
패치로 엔딩을 끼워넣었다는 애기도 있음
만트라의 역(혹은 괴)작 이스 2 스페셜이네요. 발매일까지 시간이 부족하자 막판 던전인 살몬의 신전을 빼고 발매한 다음에 '애들이 여기까지 가는 데 며칠은 걸릴 테니 그 틈에 완성해서 패치를 뿌리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발매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부터 "진행이 안 되열"이라는 문의전화가 쇄도했다지요.
예전 프로그래머 선배에게 들은 얘긴데...
A회사에 프로그램 납품하기로 하고 겨우 납품시한 맞춰서 딱 줬더니... A회사 사장이..
프로그램 시작할때 프로그램 뜨기전에 로고가화면 중앙에 뜨고.
사라진뒤 프로그램이 뜨는걸 보고.
너무 느린것같다고 좀 빨리 프로그램이 뜨면 안되겠냐고....
-_- 겨우 로고화면 2초정도 보이는게 느리다고 하길래.. 조금 거시기했지만..
이건 사실 해결도 안되는 건데도... -_- 갑의 말은 하늘의 말. 알겠다고 처리하겠다고 한뒤
3일뒤 다시 재납품하고 시연떼 빨리 뜨는 프로그램에 사장이 만족하고 수고했다고 삼백인가 더줬다고...
문제는 해결방법이..
로고가 뜨는사이에 로딩 -> 프로그램창 뜨기 였는데...
로고 잠깐 보이고 프로그램창부터 띄운뒤 로딩으로 순서변경...
사실 따지자면 후자가 더 느리게 돌아가게 된것인데...
어차피 느려도 2~3초안에 끝나는 로딩인데다가..
-_- 프로그램 뜨고 2초안에 뭔가 클릭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상관없었다고.....
(2~3초안에 뭔가를 한다면... 문제 발생확률 급증!!ㅎㅎㅎ)
오호?
그런 방법이?
최근에 일런 예시라면 렉권6가 있을듯?
부장님! 네트워크쪽 기능 구현이 늦어질듯 합니다!
그래? 그럼 일단 렉을 조낸 넣어놔!
alert창 여러개로 3개월을 벌었군요 ㅎㅎㅎㅎㅎ 정면돌파에 박수를 ㅋㅋ
역시 부쟝
아 글고보니.... 역시 예전에 들은 얘기로... (비슷한 여러가지 얘기가 있지만..)
프로그램이 인도쪽으로 납품드갔는데..
이미 만들어진 프로그램의 영어화를 요구...
다짜고짜 입사 3개월차 주제에 끌려갔다고..
고참이랑 자기랑 둘이서 끌려가서 죽도록 안되는 영어를 번역해가며 수정하는데...
어느날 엄청난 팝업을 하나 만났다고..
뭘 실행할때 뜨는 안내문구였는데... 이것을 실행할시 어디랑 어디까 어쩌구 뭐가 어째서 어떤 오류나 어떤 오류를 발생시킬수가 있고 뭐가 어쩌구 저쩌구 한데도 실행할거냐는... 엄청난 길이에 영어문장이었고 -_- 좌절하며 번역하고 있는데...
그 고참이 보더니 뭘 그리 고민하냐고.
단번에 해석해주고 떠나가더라고.....
Really?
로 -_-...
전에 여기서 Delete?버젼을 봤는데...
이런류 얘기들이 워낙 많죠...
전 2002년도 쯤에... 회사서 들었던 얘기..ㅎㅎㅎ
이거말고도 별 버전이 많은데...
입사하자마자 코드의 변수를 전부 a,b,c로 바꾼 사람하며 -_-;; 등등.